[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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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식구

    • 입력 2021.07.07 00:00
    • 수정 2021.07.08 06:42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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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구

     
                                          박제영

    사납다 사납다 이런 개 처음 본다는 유기견도
    엄마가 데려다가 사흘 밥만 주면 순하디순한 양이 되었다

    시들시들 죽었다 싶어 내다버린 화초도
    아버지가 가져다가 사흘 물을 주면 활짝 꽃이 피었다

    아무래도 남모르는 비결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결은 무슨, 짐승이고 식물이고 끼니 잘 챙겨 먹이면 돼
    그러면 다 식구가 되는 겨

    *박제영:1990년‘고대문화상(시)’1992년『시문학』등단.*시집「뜻밖에」「그런 저녁」외 다수. 현,『달아실』편집인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가난했던 시절 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학교에 갔다 돌아온 셋째 남동생에게 어머니가 감자를 내놓았습니다. 동생은 그 감자를 보자 ‘엄마, 이 감자 내가 다 먹어도 돼?’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감자라야 겨우 대여섯 톨이었습니다.
     
    형제가 많은 식구였기 때문에 자기가 다 먹으면 다른 입들이 못 먹을까봐 내심 배려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 동생의 말을 빌어 어머니는 늘 “너희들 배 곯린 걸 생각하면 평생 가슴이 저리다.”시며 그늘을 짓곤 하셨습니다.

    여기, 이 시 ‘식구食口’라는 말이 함의하고 있는 뜻이 참으로 순결하게 다가옵니다. ‘식구’는 한 지붕 밑에 사는 ‘가족’의 은유입니다. 이 말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요? ‘밥을 함께 먹는 입’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요! 

    이 시의 화자는 ‘식구’의 의미를 엄마 아버지가 행(行)하시는 모습을 통하여 생명존중 사상까지 확장시켜 시사(示唆)하고 있습니다.

    “처음 본다는 유기견도/ 엄마가 데려다가 사흘 밥만 주면 순하디순한 양이 되었”고
    “시들시들 죽었다 싶어 내다버린 화초도/아버지가 가져다가 사흘 물을 주면 활짝 꽃이 피었다”고 하는 바로 이런 이치입니다. 이렇게 생명을 살려내는 이치, 밥을 같이 먹는 이치, 이것이 ‘식구’입니다.

    화자는 또 아버지의 말씀을 빌어 보편적인 진리를 전합니다. “비결은 무슨, 짐승이고 식물이고 끼니 잘 챙겨 먹이면 돼/그러면 다 식구가 되는 겨”라고 역설(力說)합니다.

    인간이 지녀야 할 본성은 물론, 문학의 특성인 보편적 진리까지 담고 있습니다. 진리와 삶의 철학이 담긴 시는 독자에게 공명을 선사합니다. 그것이 시의 역할이고 효용적 가치입니다.

    이 시에 담긴 생명존중에 대한 진리와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정서를 전하는 행복으로 하루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함께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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