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1. 고교학점제,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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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학점제] 1. 고교학점제,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원하는 교과 선택‧이수, 192학점 채우면 졸업
    고교학점제 연계 대입 제도 개편안 마련 착수
    정시모집 확대 정책기조 역행 등은 해결 과제

    • 입력 2021.07.09 00:02
    • 수정 2021.07.26 11:36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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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재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는 시점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과 커리큘럼의 유동성이 큰 만큼 입시제도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란스럽다. 특히 춘천 교육현장에서는 수도권과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MS투데이는 총 4편에 걸쳐 고교학점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초교 6학년 학부모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희망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 커리큘럼을 선택‧이수한 후 누적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하는 학사 시스템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공약으로,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대신 진로와 적성에 따라 ‘맞춤형 수업’을 듣게 하겠다는 취지가 주요 골자다.

    수능시험에 응시한 춘천 수험생들. (사진=박지영 기자)
    수능시험에 응시한 춘천 수험생들. (사진=박지영 기자)

    이 학사 제도는 오는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3년 연기되면서 오는 2025년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고교 학점제는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교 교육과정 대변혁의 예고탄이다. 그러나 대상이 되는 춘천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물음표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지영(42) 씨는 “학교에서 보내준 가정통신문을 통해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정책이라 유심하게 살펴봤는데, 단어도 어렵고 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 김이훈(39) 씨도 “고교학점제를 들어보긴 했지만, 솔직히 모르겠다”고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교 6학년생 학부모 김안나(46)씨는 “학교별로 어떤 수업이 있는지, 학교 밖에서는 어떤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넷을 찾아보니 부정적인 전망이 많아 걱정도 든다”고 우려했다.

    ⬛192학점 이수하면 졸업, 총 수업시간은 줄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일선 고교는 수업량의 기준이 되는 단위를 ‘학점’으로 전환해 운영하게 된다. 각 과목별 16회 수업을 수강하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1학점 수업 기준은 50분이다. 학생들은 3년간 192학점(2560시간)을 이수하면 졸업 자격이 생긴다.

    현재는 법령 상 출석 일수 기준만 충족하면 졸업 대상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수업 시간은 현행 2890시간보다 330시간이 줄어든다. 이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습량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수강 신청한 과목 이수에 실패해 192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게 된다. 수업 3분의 2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학업성취율이 40%를 넘지 못하면 과목 미이수에 해당한다. 이 때는 졸업 유예가 되고, 학교는 보충 지도 등을 통해 학점 이수 지원에 나선다. 

    2025년 고교학점제 실시,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박지영 기자)
    2025년 고교학점제 실시,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박지영 기자)

    학생들은 1학년 때 기본학력을 높이는 공통과목을 듣고,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한다. 단 아직 공통과목의 종류나 필수 이수 단위 학점 등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2학년에서 선택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판단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고교생 4876명을 대상으로 진로 결정 시기를 묻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응답자의 42.1%가 고교 1학년에 진로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어 고교 2학년(21.5%), 중학교(28%) 순으로 집계됐다. 응답 학생 10명 중 9명(91.6%)이 고교 2학년 이전에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선택과목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지 않으면, 여러 학교와 연합한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학교 밖 교육 등을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성적은 공통과목의 경우 성적표에 성취도와 석차를 표시한다. 선택과목은 성취도만 표기한다. 서열 위주의 현행 평가체계를 학생의 성장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취지다. 성취도별 학생 분포 비율은 A(14.1%), B(30.6%), C(25.9%), D(14.9%), E(15.4%) 등으로 결정됐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2024년 윤곽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응시할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한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개편안은 오는 2024년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할지, 도입한다면 어느 정도로 논·서술형을 반영할지 등을 검토하게 된다”며 “현재로선 오지선다형 수능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정시모집 확대라는 현행 정책 기조와의 모순이 가장 큰 문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오는 2025년 전면 시행예정인 고교학점제 준비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오는 2025년 전면 시행예정인 고교학점제 준비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0월 “수능 정시 비중을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한 달 후 교육부가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로 확대하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능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면 학생들이 수능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듣는 ‘과목 쏠림현상’이 불가피해진다. 교육 전문가들은 결국, 고교학점제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교사 확보도 해결과제로 지적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수급 관련 쟁점’ 보고서에서 이상적인 수업조건인 교사의 주당 평균 수업시수 12시간과 학급당 학생 수 14명 등을 가정하면, 전 과목 교사 수가 8만8106명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와 비슷한 조건인 수업시수 15.1시간, 학급당 학생 수 24.5명을 적용해도 부족한 교원 수는 1675명에 달한다. 또 이동 수업을 위한 학교 인프라 구축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방안 마련 등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유봉여고‧춘천여고‧성수여고, 연구‧선도학교

    춘천지역에서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학교는 유봉여고(2019년), 춘천여고(2020년), 성수여고(2021년) 등 3개교로 현재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시범 도입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학년부터 전국 마이스터고 51개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했고, 내년부터는 경기도 등 일부 지역 일반고 전체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후 2025년에 전국으로 확대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7년 11월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과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다음 해인 2018년 연구‧선도학교 105개교를 지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배상철‧남주현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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