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대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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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대마리

    • 입력 2021.06.23 00:00
    • 수정 2021.06.24 07:4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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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리 31
            -지푸라기 다리-

                              정 춘 근

    지뢰 사고로 다리 잘려 죽은 친구를
    그냥 장사를 지낼 수가 없어
    의족을 만들어 초상을 치뤘다

    하늘나라에 가서도
    다리병신 취급 받을 것 같아
    지푸라기로 만든 다리를
    그럴싸하게 달아매었다 
    ---중략---
    사람 썩는 냄새로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지푸라기 다리를 붙일 때
    흐르는 땀 속에 섞였던 눈물을
    누가 기억이나 할까

    미처 감지 못한 두 눈빛이
    무섭고 애처로워 다시 쓸어내려 주고
    서둘러 나올 때
    여보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절망을 그 누가 알고 있을까

     

    *정춘근:철원출생.1999년「실천문학」등단.시집「지뢰꽃」,「수류탄고기잡이」외 다수.현,문맹퇴치운동가로활동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내일 모레면 6·25발발(勃發) 71주년이다.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은 아직도 우리들 가슴 속에서 또 다른 아픔으로 재현된다. 여기 정춘근 시인의 시, 「대마리」란 시가 그것이다. 이 시는 「대마리1부터-72」까지로 구성된 시편이다. ‘대마리’는 철원군 철원읍에 위치한 지명이다. 그는 이 시의 시적 발화와 주제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시는 한국전쟁 당시 버려진 땅을 농경지로 사용하기 위해 출신성분이 좋은 150명을 선발해서 군 부대장 지휘 아래 지뢰밭을 개간했던 이야기다. 당시 계곡 사이에 텐트를 치고 직접 만든 탐지기로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면서 10%에 달하는 사람들이 지뢰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그렇게 개간한 땅은 나중에 땅 주인이 나타나서 빼앗기거나 돈을 주고 사야했던 분단의 그늘 아래서 벌어졌던 숨겨진 아픈 역사다.’라고 설명한다.
     
    이 시, 「대마리31」에는 -지푸라기 다리-라는 부제가 있다. 시의 진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뢰사고로 다리 잘려 죽은 친구를/그냥 장사를 지낼 수 없어/의족을 만들어 초상을 치렀다// 하늘나라에 가서도 다리병신 취급 받을 것 같아/지푸라기로 만든 다리를/그럴싸하게 달아매었다”고 사실을 바탕으로 시인은 진술한다. 

    참혹했던 전쟁의 상흔이 우리에게 안겨준 또 하나의 전쟁이다. 호구지책을 위한 생존 전쟁이다. 지뢰밭에서 이렇게 죽어간 사람이 10%나 된다니! 그리고 개간한 그 땅을 다 빼앗겼다니! 삶이란 전쟁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미처 감지 못한 두 눈빛이/무섭고 애처로워 다시 쓸어내려 주고/서둘러 나올 때/ 여보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그 절망을 그 누가 알고 있을까” 

    망연자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안다고 해도 피상적이다. 우리는 이 피상적인 거리에서 이 시의 화자(話者)와 같이 애달프고 아픈 시선으로 그 혼령들을 위로할 일이다. 그리고 이 나라, 이 땅을 지켜낸 우리의 호국영령들의 피를 뼛속 깊이 되새겨 안아야 할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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