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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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 입력 2021.06.09 00:00
    • 수정 2021.06.10 06:46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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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문효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빛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
    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
    서럽게 떠도는 사랑이여,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
    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되어라.

    *문효치:1966‘서울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등단.시집‘무열왕의나무새’‘백제시집’외다수.한국문협이사장. 한국펜클럽이사장역임. 현,「계간-미네르바」대표.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사랑의 상징, 장미의 계절이다. 전쟁터에 나간 바틀레이를 기다리다 유골함을 받아 안아야만 했던 로사의 영혼이 한 송이 꽃으로 승화한 것이 ‘장미’다.

    로사의 사랑처럼 애타게 타 들어가는 세상이다. 벌써 2년째다. 이렇게 입과 눈을 가리고 몸과 마음을 닫고 먼 산 바라보듯 산다. 답답하다. 문단의 어른이나 시인들을 만난 지도 오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 사실로 증명되듯 아득히 소식 모르고 넘어가는 이웃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렇게 느끼면서도 누구에겐가 불쑥 전화를 올리거나 또 함부로 할 수도 없다. 공연한 폐가 될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따뜻한 시 한 편을 만난다. 따뜻한 마음을 만나듯 사랑의 감성을 만난다. 화자의 발화대로 사랑은 “빛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서럽게 떠도는 사랑이”란다. 그렇다. 사랑은 형체도 없고 빛깔도 없다. 그러므로 사랑은 “어디든 가서 닿아야만” 비로소 “불이 되듯” 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은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란 비유와 같이. 

    로사와 바틀레이의 사랑처럼 “온몸을 태워서/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어디든 가서 닿기만 하면/ 불이 될” 것이다. 불꽃같은 장미가 될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닫고 사는 세상에서 ‘마음과 마음이 닿아 불이 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장미꽃밭으로 타 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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