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수의 딴생각] 마음의 물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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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수의 딴생각] 마음의 물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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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 승인 202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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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수 소설가
하창수 소설가

수십 년 동안 하루 두 갑의 담배를 가볍게 피워대던 천하의 골초 K가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든 날, 큰 결심을 한다. 물론 금연에 대한 결심이다. “이번만큼은!”이라고 주먹을 불끈 쥔 순간, 그의 마음 저 안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도 뻔해, 넌 결국 실패할 거야.” 하지만 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물러서지 않는다. 생각해둔 게 있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떠벌림 효과(Profess Effect)’. 그는 직장에서 가장 절친한 동료 셋에게 “내가 만약 담배를 피우면 십만 원을 줄게요,”라고 약속한다. 그는 아예 오만 원짜리 두 장씩을 그들에게 건네주고는 “제가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겠구나 싶을 때 이 돈으로 술 한 잔 사주세요,”라며 각오를 다진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공개적으로 금연을 선언한다. “저는 오늘부터 담배를 끊습니다. 제가 만약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면 저를 사람으로 보지 마십시오!”

K의 결의에 찬 선언에 이어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은 “사흘만 넘기면 성공,” 같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저마다 K에게 응원의 악수를 청하고 어깨를 두들기고 더러는 포옹까지 해준다. 그런데 L만 유독 별 반응이 없다. 그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잠깐 K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 묵묵히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계속한다. L은 가능하면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그는 자신의 삶, 자신 일에만 몰두할 뿐이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니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그만큼 적지만 상대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도 그만큼 적다. 그러나 사실 L의 이런 태도는 이기심과는 정반대의,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작용한 때문이다. L같은 경우를 흔히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졌다고 하는데,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자신이 가진 가시로 상대를 다치게 하는, 그래서 아예 관계를 차단한 고슴도치와 같은 사람으로 스스로를 치부하는 것이다.

마음은 참으로 미묘하고 오묘하고 기묘하다. 자신의 건강을 좀먹어 들어가는 담배를 어떻게든 끊어보겠다며 K가 철저히 기댄 것도 마음이고, 이기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대를 지켜주려는 게 더 큰 L의 그것 역시 마음이다. 사전은 마음을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으로 정의하지만, 실재의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로 쑥 들어온 듯이나 낯설다. 팔색조처럼 표정과 모양을 바꿔버리기도 하는 그 마음을 ‘본래부터’ 지닌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 마음은 마음의 주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야 옳을 정도로 겉돈다. 가령,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지 못했을 때, 우리의 ‘마음’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과 피해를 입힌 것을 동일시하는 죄의식에 빠진다. 이런 죄의식을 덜어내기 위해 더러는 봉사활동과 같은 남을 돕는 행위를 하게 되고, 더러는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그를 억누르던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타인에 대한 도움도 점차 줄어들게 만든다. 재빠르고 영리하게 죄의식을 털어버리도록 ‘농간’을 부리는 것이다.

개개인의 마음이 집단을 형성할 때 보여주는 전혀 다른 양태는 마음의 미묘함, 오묘함, 기묘함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킨다. 가령,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개인이 혼자 결정할 때보다 훨씬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는데, 흔히 이걸 전문용어로 ‘모험 이행(Risky Shift)’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집단적 의사결정에서 매우 보수적인 방향으로 쏠리는 ‘보수 이행(Conservative Shift)’이 일어나기도 한다. ‘극화현상(極化現狀:Extremity Shift or Polarization)’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이 현상은, 모험적인 것이든 보수적인 것이든 개인이 홀로 결정할 때 작용하는 ‘의사(意思)’보다 훨씬 극단적인 ‘마음’의 움직임이 집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며 심리학자인 카를 융의 ‘집단무의식’을 연상시키는 이 ‘집단적 마음의 움직임’은 결국 개별성이 마멸되는 곳으로,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기보다는 억압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사람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즈음, 그 사람들의 ‘도전의 변’을 읽다가 문득, 그들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이 어디쯤에서 맺어지고 엇갈리게 될지, 지지와 비난이 난무하게 될 선거판을, 그 선거판에 또 천변만화하고 변화무쌍하게 탈을 바꾸게 될 온갖 ‘마음’들을 상상해 보았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고 평화를 위한다는 그들의 공허한 말잔치에 소모될 게 뻔한 우리의 ‘마음’들도, 미리 좀 쓸쓸하게,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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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2021-06-06 09:52:41
멀리서 지켜보는 선ㆍ숨어있는 선ㆍ
그것은 선이 아닙니다ㆍ
악이 더욱기승을 부리고 활개치게 하니까요ㆍ
작은소리라도 참여하고 힘을 모을때 세상은 변화합니다ㆍ단~ 나의 이기심을 위한소리인가 ㆍ모~든 너와 전진하기위한 소리인가 살펴봅시다ㆍ
하작가님의 글을 사랑하는 여러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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