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미얀마 돕기 나선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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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미얀마 돕기 나선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청년부 주도 ‘미얀마응원배지’ 판매 프로젝트 진행
    1차 판매 1주일 만에 완판...2차 배지 제작 중

    • 입력 2021.06.06 00:01
    • 수정 2023.09.07 12:41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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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4개월이 지났다. 현지에는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이들의 민주화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지자체, 학교, 병원,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며 미얀마와 연대하고 있다. ‘미얀마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닮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한국은 41년 전 미얀마와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 미얀마 계엄군의 유혈 진압, 그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시민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춘천지역에서 독재에 맞서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줬던 대한성공회 춘천교회에서는 이번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청년부에서 미얀마에 전달할 성금 모금을 위해 ‘미얀마응원배지’ 판매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청년부 회장 이병길(29) 씨와 부원이자 남매인 허문영(29)·윤영(26) 씨를 만났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후원하기 위해 ‘미얀마응원배지’ 판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청년부. (왼쪽부터 이병길·허윤영·허문영 씨) (사진=배지인 기자)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후원하기 위해 ‘미얀마응원배지’ 판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청년부. (왼쪽부터 이병길·허윤영·허문영 씨) (사진=배지인 기자)
    5·18 광주민중항쟁 희생자 추모 기도회가 열렸던 1987년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1986년 6월에는 춘천교회 마리아관에서 경찰들의 감시 속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의 출범식을 진행했다. (사진=허문영 씨 제공)
    5·18 광주민중항쟁 희생자 추모 기도회가 열렸던 1987년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1986년 6월에는 춘천교회 마리아관에서 경찰들의 감시 속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의 출범식을 진행했다. (사진=허문영 씨 제공)

    ▶미얀마 평화를 향한 염원 담은 배지 프로젝트
    대한성공회 춘천교회에서 미얀마 사태를 접하고 먼저 괴로움을 느낀 건 1980년대 당시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교인들이었다. 교회 차원에서 기도 외에 미얀마에 실천적인 도움을 줄 방안을 고민하던 중 성금을 모으자고 제안한 것은 이병길 청년부 회장이었다. 청년부원인 허문영 씨는 모금 장려를 위해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형식을 제안했고 청년부에서 배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청년부 총무를 맡고 있는 허윤영 씨는 프로젝트 지원을 맡았다.

    배지를 디자인한 건 디자이너인 허문영 씨다. 배지는 ‘세 손가락 경례’를 본떴다. 세 손가락 경례는 군사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것으로 미얀마를 비롯해 태국, 홍콩 시위에서도 사용했었다. 배지에 들어간 삼색과 별은 미얀마의 국기를 뜻하고, 하트 모양인 엄지와 소지에는 평화를 향한 마음과 염원이 담겨있다. 허문영 씨는 “일반 모금보다 배지라는 굿즈를 이용함으로써 5·18을 직접 겪은 세대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지에 대한 설명을 넣은 명함은 청년부원들과 상의해 제작했다. 허윤영 씨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교인들이 계셔서 상황에 대한 자문을 통해 명함을 완성했다”며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다 보니 글씨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며 웃었다. 명함에는 디자인의 의미, 대한성공회 춘천교회와 민주화운동의 역사, 성금 사용처와 전달 방법, 기부 금액 및 계좌 안내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허문영 씨가 디자인한 미얀마 후원 배지. (사진=박지영 기자)
    허문영 씨가 디자인한 미얀마 후원 배지. (사진=박지영 기자)

    ▶배지 프로젝트 통해 과거 따뜻한 기조 살려
    지난달 23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배지는 1주일 만에 1차 물량인 200개가 완판됐고 현재 300개 물량의 2차 배지 제작에 들어갔다. 허문영 씨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구매해주셨다”며 “기부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분들에게 그 길을 만들어 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동생인 윤영 씨는 “처음엔 자본금 없이 선 제작을 해야 해서 후원이 많이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옆 카페 ‘설지’에서 배지 위탁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1만원 이상 후원 시 배지를 받을 수 있다. 2차 배지 판매 프로젝트에서는 펀딩, SNS 등 다양한 홍보와 판매처를 고민 중이다.

    수익금 중 배지 제작비를 제외한 전액은 미얀마 북부지역의 성공회 교회로 전달될 예정이다. 전달된 수익금은 미얀마에서 불복종운동을 하며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공무원과 국내 난민, 시위대에게 마스크, 물, 구호물품 등을 보내는 데 사용된다. 

    이병길 회장은 “한국에서 민주화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던 5~6월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 이번 프로젝트를 이달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허문영 씨는 “그동안 교회에서 민주화운동이나 지역사회 이웃들에게 대외적인 활동을 해왔지만 한동안 침체되기도 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전의 기조를 살려 활동할 수 있어 뜻깊다”고 전했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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