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라는 터널 안에서] 3. 배움이 사라져 가는 곳
상태바
[로컬이라는 터널 안에서] 3. 배움이 사라져 가는 곳
  •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
  • 댓글 0
  • 승인 2021.06.03 00: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대학의 위기라 불리는 시대다. 거듭되는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 미달을 겪는 대학들이 매년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포진해 있는 만큼, 지방 대학들은 그 영향을 더욱 직격으로 맞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재정문제나 사학 비리를 저지른 대학들이 아니고서야 정원 미달로 인한 본격적인 지방대 폐교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구 절벽의 지속은 머지않아 우리에게 그것을 현실로 보여줄지도 모른다. 이미, 여러 기사에서 거점 국립대들마저 정원 미달의 사정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이 이러한 존립 위기에 놓이게 된 기초적 원인 중 하나는 서열화된 대학들 사이 ‘상위권’ 혹은 ‘명문’ 이라 불리는 대학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구 절벽의 시대라지만, 그 대학들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률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더 높은 곳, 그 ‘명문’을 향해 동일 지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린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들은 정말 그 명성과 인기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그 물음에 답하고자 그 조금 더 높은 곳, ‘명문’ 대학을 향해 한국을 빠져나가 보기도 했던 내 자신의 경험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내 영국 유학 생활에서의 가장 큰 수확을 꼽으라면, 사실 학내 생활 그 자체보단 대학을 통해 연결된 지역사회 내에서의 다양한 활동들과 네트워크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학내에선 그저 한 명의 학생이었으나 지역사회에선 한 명의 프로젝트 매니저였으며, 한 파트의 일원이었다. 그렇게 지역사회 내 각 조직들의 경영이나 기획 철학을 곁에서 관찰하며 내 활동과 역할에 접목할 수 있었다. 학부에서 배우는 여러 이론과 지식 그리고, 다양한 생각을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세미나 현장 또한 언제나 열띤 배움의 장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편적인 학부 생활은 학생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동반한 자율적이며 주도적인 과업 수행 역할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학과 과제만을 수행하는 것만으론 졸업 후 맞닥뜨리게 될 조직의 각종 문제 해결의 과업을 실행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또한 단순히 학과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구성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무엇보다 학부 수준에서의 공부란 대게 과거를 통한 배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들이 배우는 학문이란, 과거에 이미 누군가 연구해서 정립해 놓은 지식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잘 배운다 한들 현실에서 재구성해 적용해 보지 못한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 현실 적용이 바로 지역 사회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인문대와 경영대를 다닌 내 개인적 경험에 따른 견해일 뿐이다. 과학 기술과 그에 따른 연구가 가장 중요한 이공계 학과의 사정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역 사회 안에서 공동체, 조직 내에서의 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보다 실전적인 배움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공과 무관하게 유효하다.

그렇다면 대학이란 애초에 지식에 대한 공부를 위한 곳, 그 외엔 무용한 것일까?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기관, 그리고 연구기관이다. 동시에 지역 간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그 지역 출신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나아가 다양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대학은 다양성의 활로 역할을 하며 새로움과 다양성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내가 머물던 지역이 나를 통해 한국인이라는 다양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대학이 지역 사회와 함께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배움을 현재로 이어 나가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역에서의 대학의 역할은 동시대의 새로움과 다양함과 공존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배움도 다름과 다양에 대한 배움과의 공존 없이는 생명력을 연장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역은 그 기회를 점차 잃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김수윤 문화예술기획자·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

매체정보

  • 강원도 춘천시 동면 춘천순환로 600
  • 대표전화 : 033-256-3300
  • 법인명 : 주식회사 엠에스투데이
  • 제호 : MS투데이
  • 등록번호 : 강원 아00262
  • 등록일 : 2019-11-12
  • 발행일 : 2019-10-17
  • 발행인 : 이진혁
  • 상임고문 : 신현상
  • 편집인 : 노재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충식
  • Copyright © 2021 MS투데이 . All rights reserved.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서충식 033-256-3300·mstoday10@naver.com
  • 인터넷신문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