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중년 위한 시공간 ‘중년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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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중년 위한 시공간 ‘중년의 오후’

    • 입력 2021.05.29 00:01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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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청년과 노년의 사이인 ‘중년’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그러나 ‘좋은 노년’을 꿈꾸는 이는 있어도 ‘좋은 중년’을 꿈꾸는 이는 드물다. 중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관심도 다른 연령층에 비교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지역사회 단위에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동이나 청년,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중년에 의한, 중년을 위한 공간이 지난달 춘천에 문을 열었다. 온의동에 있는 ‘중년의 오후’다. 가죽 공방과 문구점, 사무실을 겸하는 공간 입구에는 대형 간판 대신 ‘중년의 오후’와 ‘문구304’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붙어있었다.

    중년의 오후 김철호(54) 대표는 “중년이 되고 보니 우리 연령대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춘천 ‘중년의 오후’ 김철호 대표.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중년의 오후’ 김철호 대표. (사진=배지인 기자)

    ▶중년을 위한 커뮤니티 꿈꿔
    김 대표가 중년의 오후라는 타이틀을 정한 후 연령대가 비슷한 주변 지인에게 오후에 뭐 하는지 묻자 술 아니면 등산, 축구, 골프 등 비슷한 대답들만 돌아왔다.

    이에 김 대표는 중년에게는 색다른 도전이면서 집중할 수 있는 공방으로 중년의 오후를 시작했지만, 목표는 친목 도모뿐만 아니라 중년들이 모여 독서, 학습, 토론, 나아가 비즈니스 정보 공유 등을 하는 커뮤니티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죽공예는 김 대표가 10여년 가까이 가져온 취미다. 김 대표가 만든 가죽 제품들은 아내가 운영하는 재봉틀 공방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했다. 그러다 중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과 함께 초기 콘텐츠로 가죽 공예를 생각해낸 것이다. 김 대표는 “40~50대 남성들은 뭔가를 배우려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다”며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과 문화적 발판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중년의 오후 한편에 자리 잡은 '문구304'는 김 대표의 큰 딸이 운영하는 작은 문구점이다. 인터뷰 중 들어오는 딸에게 문구304 이름의 의미를 묻자 “제가 304호에 살아서요”라고 시크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시된 문구 중 일부는 중년의 오후에서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제품이다.

     

    ‘문구304’에 진열된 문구들. (사진=배지인 기자)
    ‘문구304’에 진열된 문구들. (사진=배지인 기자)

    ▶오고 싶은 춘천의 명소로 거듭나고파
    사람들은 사는 동안 많은 시간을 일하고 돈 버는 데 쓴다. 그러나 일만 하고 사는 삶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중년이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인데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방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지식이 아닌 기술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식은 젊은 사람을 못 따라가도 기술은 할수록 늘 수 있다”며 “그러니까 중년분들도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키워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창업 멘토링, 홈페이지 제작 및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도 점차 나이 들며 하는 일들에서 멀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자 다음 일은 뭘 해야 할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년들도 먹고사는 데 고민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철호 대표가 직접 만든 가죽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김철호 대표가 직접 만든 가죽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김 대표는 향후 중년의 오후가 춘천의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춘천이 관광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산 좋고, 물 좋고, 카페가 크고 예쁜 건 어디든 가능할 수 있다”며 “차별화를 위해서는 춘천의 사람 사는 모습이 좋아서 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조물이나 시설에 치중하기보다 문화공간이나 골목상권, 특이한 상점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공예 외에도 중년의 오후를 유쾌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중요한 건 40대, 50대, 60대가 살기 좋은 동네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젊은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도 살기 좋은 환경이구나’라는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도 놀러 오고 할 정도로 ‘한 번 가볼 만한’ 명소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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