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선거 '족집게'는 소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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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선거 '족집게'는 소양동

    보수 성향은 북산면 남면 동산면 서면
    석사동 퇴계동 동면 후평2동은 진보
    소양동은 춘천 전체 표심과 거의 일치

    • 입력 2021.06.01 00:02
    • 수정 2021.06.03 16:16
    • 기자명 서충식·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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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25개 읍·면·동 중에서 보수·진보 성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어디일까. 역대 선거에서 드러난 투표 성향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MS투데이는 2006~2020년 사이 11개 선거 중에서 비교적 최근인 2014~2020년 치러진 6·7회 시장 선거, 20·21대 국회의원 선거, 19대 대통령 선거 등 5개 선거의 결과를 별도로 추려  읍·면·동별 진보·보수 정당 후보 지지율을 분석했다. 양대 정당 후보의 5개 선거 득표율을 합산했다. 최동용(새누리당)·변지량 후보가 맞붙은 6회 지방선거의 경우 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야권(당시) 단일후보였던데다 그때까지 보인 정치성향도 고려해 진보 후보로 분류했다.

     

    내년 6월 1일 시행되는 제8회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MS투데이 DB)
    내년 6월 1일 시행되는 제8회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MS투데이 DB)

    ▶보수아성 북산면, 진보파워 석사동

    가장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 곳은 북산면으로 나타났다. 북산면 다음으로 남면, 동산면, 서면, 남산면, 사북면 등의 순서. 모두 면지역이다.

    북산면 유권자들은 최근 선거까지도 일관되게 보수성향 후보를 지지했다.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선거구에 속해 치러진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한기호(미래통합당) 후보에게 65.9%의 득표율을 안겨주었다. 이재수 현 춘천시장이 승리한 2018년 시장선거에서도 패자 최동용(자유한국당) 후보는 북산면 표의 55.5%를 차지했다. 이재수 후보는 32.5%였다. 19대 대선도 마찬가지.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현 대통령은 북산면에서 겨우 20.8%를 얻어 45.2%를 기록한 상대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졌다. 20대 총선의 김진태(새누리당·72.8%) : 허영(더불어민주당·23.3%), 6회 지방선거의 최동용(새누리당·68.3%) : 변지량(22%) 대결도 같은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는 북산면·서면·사북면 등이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선거구에 편입된 덕을 본 셈이다. 공교로운 것은 북산면 등 춘천의 면 지역은 대체로 인구가 적다는 점이다. 21대 총선에서 북산면의 선거인수는 797명, 남면은 1009명, 동산면은 1414명에 불과하다. 전통의 보수 파워가 전체 선거 판세에는 미풍에 불과한 정도로 작용한 것이다.

    가장 진보적인 성향은 어느 동네일까. 석사동이다. 퇴계동, 동면, 후평2동, 소양동이 뒤를 잇는다.

    석사동은 최근 5개 선거에서 항상 춘천시 전체 평균보다 진보성향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더 주고, 보수성향 정당 후보에게는 덜 주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춘천 평균(38.0%)보다 더 많은 표(41.5%)를 가져 갔고, 홍준표 후보(21.6%)는 평균(24.7%)보다 덜 얻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석사동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에게 52.1%의 득표율을 선사했다. 상대 김진태 후보(41.8%)보다 10% 이상 많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허 후보가 김 후보에게 패한 20대 총선(2016년)에서도 허 후보는 석사동에서만큼은 김 후보보다 5.9%p 더 많이 득표했다. 게다가 석사동은 선거인 수가 2만 6850명(21대 총선 기준)이나 된다. 석사동의 1%와 북산면의 1%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다. 21대 총선 선거인수가 3만 5217명으로 석사동보다 훨씬 많은 퇴계동 역시 21대 총선은 물론 20대 총선에서도 김진태(45.4%) 후보를 외면하고 허영(49.4%)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춘천 선거 결과, 소양동이 말한다   

    열성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선거에서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당선되면 기분이 좋다. 인지상정이다. 지금까지 투표에 참여한 각종 선거에서 당신이 찍은 후보는 몇 명이나 당선되고 몇 명이 떨어졌는가. 승률(?)이 100%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을 넘어 집단의 투표행위에서는 확률이 좀더 높아진다.

    춘천의 25개 읍·면·동 중에서 2006년~2020년 사이에 치러진 11개 선거의 당선자 전부를 맞춘(더 많은 표를 준) 지역은 9개나 된다. 소양동, 후평2동, 후평3동, 동내면, 강남동, 효자3동, 효자1동, 근화동, 조운동이다. 이들 동·면은 보수 후보가 당선될 때는 보수 후보에게, 진보 후보가 당선될 때는 진보 후보에게 표를 더 얹어 주었다.

    이 9개 동·면의 역대 선거 결과를 더 세밀하게 분석했다. 최근 5개 선거에서 당선한 후보의 춘천시 전체 득표율과 9개 동·면 각각의 득표율을 비교해 어디가 시 전체 득표율에 가까운지 알아보았다. 춘천시 표심의 바로미터이자 '풍향계'는 어느 지역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소양동이었다. 최근 5개 선거에서 소양동은 진보든 보수든 이기든 지든, 출마자들에게 춘천 전체 득표율과 가장 유사한 득표율을 콕 찍어 '배정'해주었다.

    지난해 총선을 보자. 소양동에서 허영 후보는 51.4%를, 김진태 후보는 43.4%를 얻었다. 시 전체(춘천철원화천양구갑 선거구) 득표율은 허 후보 50.8%, 김 후보 43.5%다. 매우 비슷한 수치다.

    다른 선거도 마찬가지다. 2018년 시장선거의 소양동 개표 결과 이재수 후보는 48.4%(시 전체는 49.1%), 최동용 후보는 39.1%(시 전체는 37.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대 대통령 선거의 문재인(소양동 38.2%, 시 전체 38.0%) 후보와 홍준표(소양동 26.2%, 시 전체 24.7%) 후보, 20대 총선의 김진태(50.1%, 시 전체 49.6%) 후보와 허영(45.0%, 시 전체 45.1%) 후보, 2014년 시장선거의 최동용(52.1%, 시 전체 50.0%) 후보와 변지량(36.1%, 시 전체 36.1%) 후보. 후보별 득표율에서 소양동과 시 전체는 놀랍도록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이쯤 되면 소양동은 춘천 선거판의 '족집게'라 불러도 될 듯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내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를 비롯해 앞으로의 춘천 선거는 어떤 양상을 띨까. 최근의 진보 성향 후보 지지율 우세 추이는 계속될 것인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가에서는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회자된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보수 정당(국민의힘)이 낙승을 거둔 것을 보면 춘천 표심도 또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확실한 것은 어느 후보자든 '아파트 민심은 꼭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춘천은 주거형태, 시민의식 등의 면에서 빠른 속도로 도시화되고 있다. 투표 행태가 서울 등 수도권과 비슷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후보자의 선거운동 방식도 종전의 가가호호 방문, 면대면 접촉은 통하지도 않고 물리적으로도 어려워졌다. 자연히 직접 접촉보다 대중 미디어나 SNS가 더 유효한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과 시장, 교육감, 도지사. 내년에 춘천 민심은 과연 어떤 이들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서충식·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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