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투표 성향? 읍·면 보수, 동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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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투표 성향? 읍·면 보수, 동은 진보

    15년 간 치른 11개 선거 상세 분석
    보수정당 우위, 5년 전부터 뒤집혀
    고령자 비율, 아파트 입주 요인 커

    • 입력 2021.06.01 00:03
    • 수정 2021.06.03 16:16
    • 기자명 서충식·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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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 1일 시행되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춘천 시장을 비롯해 강원도 지사, 교육감, 시·도의회 의원 등을 뽑게 된다. 이에 앞서 내년 3월 9일에는 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정치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춘천 지역에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이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공직선거법 254조)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얼굴을 알리려 애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제8회 지방선거가 내년 6월 1일 시행된다. (사진=MS투데이 DB)

    ▶2017년 '탄핵 대선'이 변화 신호탄

    최근 5년간 춘천의 정치 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하야'로 치러진 2017년 대통령선거의 춘천 유권자 득표율에서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수 성향의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를 14%p 가까이 앞선 것이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그 이전의 춘천은 진보 성향 정당의 무덤이나 마찬가지였다. 역대 시장, 국회의원은 보수 정당 후보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후보도 춘천에서는 이회창(한나라당) 후보에게 무려 2만 4000표 가까이 뒤졌다. 춘천 유권자들은 16대 대선에서도 당선한 노무현(새천년민주당) 후보보다 패자 이회창 후보 쪽에 1만표 이상을 더 얹어주었다.

    2017년 대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8년 춘천시장 선거에서 이재수(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동용(자유한국당) 후보를 1만 6000표 이상 차이로 누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허영(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선거구에서 3선을 꿈꾸던 현역 김진태(미래통합당) 후보 거뜬히 제치고 첫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선거구에서는 보수 성향 미래통합당의 한기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만호 후보에게 승리했으나, 을 선거구 내 춘천시 지역(신북읍·동면·서면·사북면·북산면·신사우동) 개표결과만 보면 정만호 후보가 근소하게(391표) 앞선다. 변화의 바람은 아직 그치지 않았다.

    춘천시민의 표심(票心)은 과연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과거를 보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MS투데이가 지난 15년간 춘천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역대 시장선거(2006, 2010, 2014, 2018년)와 18~21대 국회의원선거(2008, 2012, 2016, 2020년), 17~19대 대통령선거(2007, 2012, 2017년) 등 11개 선거를 춘천시 전체와 개별 읍·면·동별로 나누어 살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역대선거통계(춘천 지역)를 근거로 조사했다. 읍·면·동별 투표수에 거소·선상 투표와 관외 사전투표수는 포함하지 않았다. 득표율은 득표수를 총투표수(무효투표 포함)로 나누어 계산했으므로 유효투표수를 기준으로 삼는 중앙선관위 공식 통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 투표 성향은 '보면진동'

    춘천시는 1개 읍, 9개 면, 15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종 선거의 투·개표도 이를 기준으로 실시된다. 역대 선거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특징은 상대적으로 읍·면 지역은 보수 성향 정당, 동 지역은 진보 성향 정당의 득표율이 높다는 점이다. 보수는 면, 진보는 동이므로 '보면진동(保面進洞)'이라고 할 만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는 춘천 도심에 해당하는 선거구 내 14개 동에서 5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면 지역에서는 46.5%의 득표율에 그쳤다. 반면 상대 김진태 후보는 면 지역에서는 47.9%를 얻어 허 후보를 앞섰으나 동 지역에서 44.1%밖에 얻지 못한 탓에 패했다. 20대 총선에서는 김진태 후보가 허영 후보를 이겼지만, 15개 동 지역의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읍·면 지역보다 훨씬 적었다.

    2018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수 후보는 15개 동에서 48.1%를 득표해 최동용 후보(38.4%)를 9.7%p 차이로 크게 눌렀다. 18, 19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동 지역이 읍·면보다 높게 나타났다.

    과거 1960~80년대 한국의 투표 성향은 '여촌야도(與村野都)'로 불렸다. 권위주의 정당이 만년여당으로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보수·안정 지향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농어촌에서는 여당 표가,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가 많은 도시 지역에선 야당 표가 많이 나온 데서 비롯된 용어였다. 춘천도 그와 비슷한 투표 성향을 띠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읍·면 지역에 고령층 유권자가 더 많다는 점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춘천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춘천 시민의 평균 연령은 42.8세다. 퇴계동(40.1세), 석사동(40.4세) 등은 이보다 더 젊다. 그러나 북산면(59.8세), 남면(59.0세), 서면(55.8세) 등 대부분의 면 지역 평균 연령은 매우 높은 편이다.

    면 지역이라 해서 예외 없이 보수 성향을 띠는 것은 아니다. 동면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동면 유권자는 정만호(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더 주었다. 그 이전 20대 총선(2016년)에선 허영(48.9% 득표) 후보가 김진태(46.1% 득표) 후보를 추월했다. 멀리 19대 총선에서도 동면에서는 진보 성향의 안봉진(민주통합당) 후보가 김진태(새누리당) 후보를132표 차이로 이겼다. 동면은 2018년 시장 선거에서는 이재수 후보,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동면은 원래 농촌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장학아이파크·대동다숲·두산위브·부영·LH해온채 등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 사실상 도농복합지역이 됐다.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선 것이 유권자 연령 분포, 나아가 투표 성향 변화에까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동면 주민의 평균 연령은 39.2세로 읍·면은 물론 동 지역까지 포함해 춘천시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다.(2020 춘천통계연보)

    춘천에는 올해 4531 세대가 새 아파트 단지에 입주하는 것을 비롯해 내년 7431 세대, 2023년 7137 세대, 2014년 이후 2236 세대 등 아파트 거주 인구가 줄줄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같은 인구 유입·이동이 투표 행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서충식·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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