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4살 자녀 폭행한 계부, 지켜본 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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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재구성] 4살 자녀 폭행한 계부, 지켜본 친모

    화장실 바닥에 용변 봤다…목 조르고 폭행
    피해 아동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은 좋다”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 입력 2021.05.12 00:01
    • 수정 2021.06.02 14:55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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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달 28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박진영 부장판사가 피고인석에 선 20대 남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앳된 얼굴의 아이 아빠 A(26)씨와 엄마 B(25)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잘할 수 있습니다.”

    이날 박진영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A씨에게 사회봉사 80시간과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40시간, B씨에게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아울러 3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부모는 혐의부인, 재판부 “유죄 인정된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계부 A씨는 지난해 9월 17일 저녁 4세에 불과한 자녀가 화장실 변기가 아닌 곳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당시 아내인 B씨는 이 장면을 봤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검찰 조사에서 A씨는 피해 아동을 발로 차기만 했을 뿐 목을 조른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B씨 역시 A씨가 피해 아동을 때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 막지 못한 것이라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피해 아동을 폭행한 다음 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시행한 현장조사 결과와 피해 아동의 뺨, 입술, 가슴 등에서 발견된 상흔 등이 근거가 됐다.

    현장조사에서 피해 아동은 얼굴의 상흔을 가리키며 “아빠가 여기를 때렸고, 입술도 때렸다”고 진술했다. 또 손으로 뺨을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이렇게 손으로 때렸다. 세게”라고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피해 아동은 목을 잡는 시늉을 하며 “아빠가 이렇게 목을 때렸다”, “아빠가 발로 때렸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4세에 불과한 피해 아동이 실제 경험하지 않고 위와 같은 내용을 거짓으로 지어내 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B씨가 한 진술도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A씨는 “제가 꿀밤을 때리는 모습과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 아이가 화장실에 서 있는 모습, 제가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B씨가 모두 봤다”고 했다. B씨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에서 B씨는 “A씨가 아이를 때릴 때는 대변을 치우고 있었다. A씨를 제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피해 아동이 여동생을 때리고 바닥에 침을 뱉는다는 이유로 종아리를 한 차례 때린 혐의도 함께 받았다.

    박진영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 내용과 피해 아동의 나이, 관계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 또 피고인들은 피해 아동의 행위로 인해 아동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사건 이후 아동보호 처분에 따라 상담을 받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이 이 사건 직후에도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은 좋다’고 진술한 점, 피해 아동이 피고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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