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어머니의 강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어머니의 강

    • 입력 2021.05.12 00:00
    • 수정 2021.05.13 06:31
    • 기자명 시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머니의 강, 그 눈물

     

                                  이영춘

    밤마다 갈잎 부서지는 

    바람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니 상처 난 심장의 

    여울물 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니, 

    한 생애 온통 달빛 속 같으시더니 

    아직도 마른 한 구석 눈물이 고여 

    그토록 많은 눈물 밤마다 길어 내십니까 

    늘, 가을 잎새처럼 젖어 떨고 있는 어머니 

    이제 어머니의 날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깃털 빠진 상처뿐입니다 

    간밤에는 별이 지고 

    어머니 숨결처럼 고르지 못한 미풍이 

    문풍지를 흔들다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작은 가슴에 

    큰 불씨로 살아 계신 어머니 

    깜박이는 등불 앞에 

    어머니 실낱같은 한 생애를 

    누군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어둠속에서 자꾸 당기고 있습니다

    저 광활한 안개 속으로….

    *이영춘:봉평출생.1976년「월간문학」등단.*시집:「노자의 무덤을 가다」외 다수. 현, 한국시인협회심의위원.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정확히 1988년 10월 6일 새벽이었다. 막내 남동생이 대학 4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 해 88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동생은 여름방학을 기해 올림픽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일로 등록금도 마련했고 2학기 등록도 마쳤다. 그리고 며칠 후 해단식에 모이라는 연락을 받고 열차를 타러 나가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상명喪明이라 했던가! 그 후 엄마는 매일 눈물로 사셨다. 눈물은 눈물이 아니라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핏물이었다. 식음을 전폐한 어머니는 끝내 몸져누우셨고 점점 야위어만 가셨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어머니의 심정을, 한 탯줄에서 태어난 나도 어머니의 그 심정을 다 알기나 하였을까? 피상적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눈물은 밤이면 더 깊은 통곡으로 들려왔다. 밤마다 흘리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이 아픔을 썼다.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노쇠하여도 마르지 않는 것이 눈물이란 것도 그 때 알았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잔인한 것 같다. 어머니는 통곡을 하고 계시는데 나는 이런 시나 쓰고 있었으니---, 그러나 글이란 무엇인가?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문학은 불행의 나무(상처)에서 피는 꽃이라 하지 않았던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새삼 이 아픈 상처가 솟구쳐 오랜만에 이 시의 배경에 대해 썼다. 이젠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동생도 가고 어머니도 가셨다. 혼령들도 이젠 잠드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동생에게 정성을 다해 돌보아 주지 못했던 아픔이 늘 나를 괴롭힌다.

    톨스토이는 일찍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과, 소중한 일과, 소중한 그 대상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답하였다.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라 했다. 소중한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지금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이라고 했다.  

    그렇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은 말할 것도 없이 한 솥 밥을 먹고 함께 숨 쉬며 한 핏줄로 울타리를 이루고 사는 ‘가족’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가까이 접해 있는 ‘이웃’일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내 가족과 이웃을 돌아보고 ‘사랑과 정성’을 다할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