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3. 춘천서 ‘육아휴직’은 먼 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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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특집] 3. 춘천서 ‘육아휴직’은 먼 나라 이야기

    4인 미만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0.6% 불과
    춘천, 80.8%가 소규모 기업…“육아휴직 쓰기어렵다”
    “제도적 지원 뒷받침,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조언

    • 입력 2021.05.13 00:01
    • 수정 2021.05.14 18:00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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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부모의 육아휴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보편화하고 있지만, 자녀를 키우는 남성 대부분에게 육아휴직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8%에 그쳤다.

    앞선 2010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이 0.2%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00명 중 2명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1.0%에서 63.6%로 22.6%포인트 올랐고, 부모 합계 사용률도 11.5%에서 21.6%로 소폭(10.1%포인트) 상승했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자녀 1명당 1년 이내로 사용할 수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에서 설 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기혼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4.8%가 ‘부정적인 직장 내 분위기’를 육아휴직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비슷한 맥락인 ‘승진 누락 등 직장 내 불이익’이 20.8%를 차지했다.

    소득감소에 대한 우려도 27.6%를 기록해 육아휴직 사용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전 직업을 가지고 있던 여성이 출산 후 경력단절을 겪는 사례를 지켜보면서 남성 역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장을 다니다가 출산한 여성의 10%는 복직하지 못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춘천, 10인 미만 기업 90%↑…“육아휴직 언감생심”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직장 규모에 따라서 차이가 컸다. 종사자 300명 이상인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2.9%로 평균을 크게 앞섰지만, 4인 이하 기업의 경우 0.6%로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문제는 춘천의 경우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이다. 춘천시에 따르면 춘천지역 기업체 2만3000여 곳 가운데 종사자 4명 미만인 기업은 80.8%(1만8600여 곳), 5명 이상 10명 미만인 기업은 10.8%(2500여 곳)로 합계가 전체의 90%를 넘어선다.

    반면 종사자가 10명 이상 100명 미만인 기업은 6.9%(1600여 곳), 100명 이상인 기업은 0.4%(95곳)에 불과하다.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김현민(29‧가명)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지만,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 것이 뻔해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춘천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승준(36‧가명)씨 "육아휴직을 법으로 보장해준다고 하지만 승진에서 배제되고 성과평가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는 등 불이익이 여전하다"며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도 끝난 후에 복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로운 공무원 역시 눈치가 보이긴 마찬가지다. 육아휴직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력 충원은 더뎌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이달 기준 춘천시에서 육아휴직 중인 남성은 15명으로 2년 전(4명)보다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자 역시 55명에서 83명으로 1.5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인력 충원은 2명에 그쳤다.

    ■낯선 시선은 부담…“육아휴직,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도”

    남성이 육아하는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넘어야 할 산이다. 어린이집이나 놀이터, 문화센터 등에서 만난 남성을 어색해하고 경계하는 엄마들의 태도 역시 아빠의 육아 참여를 어렵게 하는 사회적 벽으로 작용한다.

    직장에서 남성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정찬우(40)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이때 어린이집에 갔더니 교사가 어떻게 아빠가 왔는지 물어보면서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냈다”면서 “다른 집은 대부분 엄마나 할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왔었다”고 말했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이어 “어린이집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가는 것도 부담이 됐다. 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두희(40)씨는 “아이가 아파서 부득이하게 휴가를 쓰고 병원에 다녀오려고 했더니 회사에서는 ‘아이 엄마가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라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조차도 눈치가 보인다. 육아가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국가 간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할당된 기간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방식으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슬란드는 3개월, 스웨덴은 90일, 노르웨이는 70일을 부모에게 각각 할당한다. 사실상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라고 덧붙였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빠의 육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가속도가 붙으려면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가족친화인증제를 통해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그나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굉장히 열악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제도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정부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아서‧배상철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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