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1. 육아하는 아빠도 ‘맘카페’ 가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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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특집] 1. 육아하는 아빠도 ‘맘카페’ 가입하고 싶다

    육아전담 남성 1만3000명, 1년전보다 46% 상승
    대부분이 ‘정보 부족’ 호소…맘카페 정보공유 원해
    맘카페 “공공재 아니다. 남성 가입하면 소란” 반대

    • 입력 2021.05.10 00:02
    • 수정 2021.05.13 16:45
    • 기자명 배상철·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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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이혼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키우는 이대호(28‧가명)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육아까지 열심인 열혈 아빠다. 엄마 없이 키운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다른 집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딸아이 친구의 엄마들은 지역 맘카페를 통해 학원 정보 등을 공유하는데 맘카페를 볼 수 없는 이씨는 늘 한발 늦기 때문이다.

    #돌이 갓 지난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 김주현(35)씨. 아이를 돌보던 아내는 복직을 선택해 육아는 오롯이 김씨 몫이 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천지다. 동네에서 진료를 잘하는 병원은 어딘지, 아이가 크면 보낼만한 어린이집은 어디가 좋은지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육아 정보가 공유되는 지역 맘카페는 가입할 수 없어 아쉽다.

    육아에 뛰어드는 남성이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아니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 가운데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은 1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6%(600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대치다.

    육아휴직을 하고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직장인 남성은 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는 더 많은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은 1년 전보다 9만3000명 줄어든 111만2000명을 기록했다.

    ⬛육아 아빠 36% ‘정보 부족’ 고민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이 늘면서 육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역 내 ‘맘카페’에 아빠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혼자 자녀를 키우는 남성의 경우 맘카페 이외에는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 더 절실하다.

    보건복지부가 아빠들의 육아 고민과 관련한 온라인 게시물 2만7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36%가 ‘정보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들이 육아 정보에 목말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육아하는 아빠를 위한 인프라 부족이 19%로 뒤를 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아빠들의 육아 고민과 관련한 온라인 게시물 2만6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그래픽=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아빠들의 육아 고민과 관련한 온라인 게시물 2만6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그래픽=보건복지부)

    하지만 맘카페 대부분은 여성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3만여 명이 활동하는 춘천지역 최대 규모의 맘카페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인 기자가 ‘가입하기’를 누르자 ‘이 카페는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가입되지 않으면 육아 관련 정보를 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육아하는 남성이 맘카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맘카페 회원 김아무개씨는 “주위를 보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경로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육아하는 남성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박아무개씨는 “맘카페의 목적이 육아에 대한 정보공유라면 아빠도 가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박육아는 싫다고 한탄하면서 육아를 함께하려는 남성을 배척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맘카페의 폐쇄성은 남성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차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은 “한부모 가정은 상대적으로 육아에 열악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생각한다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 정도는 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일부 지역 맘카페의 경우 육아하는 남성의 가입을 허용하는 대신 육아 관련 정보를 나누는 게시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기도 하다. 부모 모두 가입할 수 있는 ‘맘파파’ 카페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맘카페, 공공재 아니다” 반발도

    아빠의 맘카페 가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육아 정보가 필요하다면 아빠들이 모여 새롭게 카페를 개설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강원지역의 한 맘카페 운영자는 “남성의 가입을 허용했다가 카페가 소란스러워져 다시 막았다”며 “파파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길 바란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맘카페를 운영하는 운영진 이아무개씨 역시 “맘카페는 공공재가 아니다. 남성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만약 모두에게 조건 없이 개방하는 카페로 운영했다면 이렇게까지 규모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 김원렬(37)씨는 “육아하는 남성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봤지만,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 보니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결국 아내를 통해 맘카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남성의 맘카페 가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육아하는 아빠를 위한 프로그램도 하나둘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100인의 아빠단’이 대표적이다. 지역별로 3~7세 자녀를 둔 100명의 아빠가 모여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춘천에서 100인의 아빠단에 참여한 이국민(44)씨는 “아이들 성장에 맞춰 아빠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배우는 기회가 됐다. 아빠의 사소한 행동도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알았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져 육아하는 아빠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상철‧조아서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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