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2. 외국인 배우자 절반 “언어 장벽 탓에 이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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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시대] 2. 외국인 배우자 절반 “언어 장벽 탓에 이혼했어요”

    다문화 이혼 부부 평균 결혼생활 기간 ‘8.6년’
    혼인 중단 사유 1위…49.7%가 ‘소통의 어려움’
    1366 강원센터, 3년간 2383건 가정폭력 접수

    • 입력 2021.05.05 00:01
    • 수정 2021.05.12 15:44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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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 춘천에 살고 있는 결혼 5년차인 A씨는 현재 임신 초기다. A씨는 출산 후 남편이 아이를 빼앗고 자신을 본국으로 보낼 것 같은 불안함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 가족들 사이에서도 오해가 쌓여갔다. A씨는 남편의 속내를 알고 싶어 부부상담을 신청했다. 통역을 통해 진행된 상담을 통해 두 사람은 오해를 풀 수 있었다.

    # 2018년 춘천지역에서 시부모가 베트남 출신 30대 며느리 A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어를 습득하고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는 센터에 나가야 하지만 남편과 시부모는 외부 활동을 통제했다. 농사일을 거들거나 집안일만 시키며 A씨의 외출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모국의 음식을 먹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A씨는 지속되는 간섭과 통제로 고통을 호소하며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때 시부모가 A씨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해 온몸으로 막자 시부모는 며느리를 폭행했다. 이후 A씨는 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남편과 이혼을 했다.

    한국 입국 초기의 다문화가정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 이들 중에는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이들이나 수업 참여가 저조해 실력이 제자리걸음인 경우도 있다. 한국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 가족과의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불화 내지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겪기도 한다.

    ■전체 이혼 중 다문화 이혼 비중 8.9%…‘소통 문제’

     

    (그래픽=서충식 기자)
    (그래픽=서충식 기자)

    강원통계지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다문화 이혼은 9868건으로 전년대비 3.8%(386건) 감소했다. 전체 이혼 중 다문화 이혼 비중은 8.9% 수준이다. 다문화 이혼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8.6년으로 2009년 대비 4.5년 증가했다.

    다문화 이혼 부부의 혼인 연령을 살펴보면 45세 이상이 2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후반(19.5%), 30대 초반(17.8%) 순이었다. 반면 아내 혼인 연령은 그보다 현저히 낮았다. 20대 후반(25.8%)이 가장 많았으며 30대 초반(22.7%), 20대 초반(17.1%) 순이었다.

    특히 혼인 부부의 연령차는 남편이 연상인 부부(78.5%)가 가장 많았으며 남편이 10년 이상 연상인 부부(42.0%)도 전년대비 1.1% 높아졌다. 다문화 혼인을 한 외국인 및 귀화자 아내의 출신국적은 베트남(30.4%), 중국(20.3%), 태국(8.3%) 순이었다.

    다문화가정에서 남편과의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의사소통이다. 더군다나 남편과의 나이 차이나 서로 다른 문화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0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인 중단 사유로 한국인 배우자는 ‘성격 차이(29.3%)’, ‘이유 모름(24.8%)’을 꼽았으며 외국인 배우자의 경우 49.7%가 ‘소통의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취업 목적(42.7%)’을 꼽은 응답자도 많았다.

    ■강원도내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상담신고, 전년 대비 10.6% 증가

     

    (그래픽=서충식 기자)
    (그래픽=서충식 기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다문화가정에서는 가정폭력이나 언어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등한 관계에서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은 베트남, 중국, 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오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인식으로 인해 차별적 지위를 두고 그들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당수의 다문화 가정은 상담을 통해 남편·시댁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지만 끝내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상담기관인 1366여성긴급전화 강원센터에서는 최근 3년(2018~2020년)간 2383건의 다문화가정 가정폭력과 관련된 상담신고가 접수됐다. 2155건이었던 이전 3년(2015~2017)보다 10.6% 증가했다. 올들어 지난달 28일까지는 162건의 가정폭력 상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일 춘천에 개소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에서는 27일까지 104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주로 내방 상담으로 진행되지만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은 “이주여성들은 삼중고를 겪는다고 한다. 못사는 나라에서 부자나라로 왔으니 우리 문화와 언어를 너가 배우는 건 당연하지만 너의 문화와 언어는 내가 배울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배우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남편이 아내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가정폭력이나 어떤 일로 고소를 하는 경우에도 남편이 신원보증을 철회할 거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아내가 신고하거나 상담을 받을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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