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가치소비에 응답하다] 1. 제로웨이스트, 미래를 위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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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상권, 가치소비에 응답하다] 1. 제로웨이스트, 미래를 위한 실천

    코로나19 이후 가치소비 부상에 제로웨이스트 열풍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 자원 재사용에 대한 의식 확대
    제로웨이스트 소비 수요 맞춰 골목상권도 변화

    • 입력 2021.04.23 00:01
    • 수정 2021.04.27 18:2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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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살 때마다 우리는 무언가에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출근길에 카푸치노 한 잔을 살 때 우리는 카페의 위치와 그 카페가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 커피 원두를 구입하는 방법, 사용하는 우유를 공급하는 젖소들의 생활환경, 모든 원료를 가져오는 운반 체계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호프 자런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의 저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적극적인 주식·채권 매입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소비행위 하나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를 바꾸고 결국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개인이 만드는 변화가 지구에 큰 변화를 준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민 13억명이 각각 비슷한 희생을 감내한다면 전세계 전력 사용량 25%를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춘천지역 생활폐기물 수거량.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생활폐기물 수거량.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 제로웨이스트 선언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면서 폐기물 처리 문제,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가 일상의 고민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대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재사용하는 등 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어보자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마트에 장바구니를 챙겨가는 습관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을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Precycling(선활용,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생활방식), Refuse(거절하기, 불필요한 물건을 받지 않는 생활방식), 공유교환·기증을 통한 Reuse(재사용) 및 Repair(고쳐쓰기), Recycle(재활용) 등을 통해 실현된다. 쓰레기를 의미하는 또 다른 영어단어인 ‘garbage’나 ‘trash’ 대신 ‘waste’가 사용되는 이유는 ‘낭비’라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춘천지역도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발주로 한국경제행정연구원이 작성한 ‘2021년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비용 산정 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춘천지역 생활폐기물 수거량은 연간 7만2797t에 달한다. 2017년(6만5858t) 이후 연평균 3.4%씩 수거량이 증가하고 있다. 성상별로는 일반 생활폐기물이 4만4123t, 음식물 1만8551t, 재활용 1만122t 등이다. 춘천시에 따르면 춘천지역 내 폐비닐 및 폐플라스틱 발생은 하루 23t에 달한다.

    ‘Zero-Waste 춘천, 2450 플랜’을 내세운 춘천시는 지난달 12일부터 5회에 걸쳐 시민, 사회단체, 환경운동, 시민활동가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순환형 지속가능 도시 춘천을 위한 시민참여·실천방안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서는 자원순환 기본법에 맞춘 자치법규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공동주택 폐플라스틱 재활용 증대 시범사업과 아이스팩 수거 및 세척, 판매자와 유통업자의 자원순환 동참 활성화,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쓰레기 배출함 설치, 단독주택 투명페트병 별도 배출사업, 일회용 현수막 사용 최소화 등이 논의됐다. 시민사회 및 소비자 영역에서 먼저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자원순환형 지속가능 도시 춘천을 위한 시민참여·실천방안 좌담회. (사진=춘천시)
    자원순환형 지속가능 도시 춘천을 위한 시민참여·실천방안 좌담회. (사진=춘천시)

    ■친환경 소비, 골목상권 응답했다

    송현섭(40) 시민활동가는 ‘제로웨이스트 춘천’ 플랫폼을 운영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 쓰레기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시민·소비자들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제로웨이스트 춘천’을 주제로 한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이 지도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춘천지역 카페·베이커리와 식당, 무포장 가게, 공유·교환이 가능한 매장,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현수막을 제작할 수 있는 업체, ‘용기’ 낼 수 있는 가게 등이 소개돼있다.

     

    제로웨이스트 춘천 지도. (사진=제로웨이스트 춘천)
    제로웨이스트 춘천 지도. (사진=제로웨이스트 춘천)

    춘천지역 ‘제로웨이스트 카페’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가게는 대한성공회 춘천교회 부지 내 위치한 설지(대표 은영철)다. 매장 내 머그컵 사용을 준수하고 테이크아웃 시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환경부 국내 생분해 환경 인증을 받은 PLA(폴리락틱애시드) 컵을 사용한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를 주성분으로 만들어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며 매립이나 소각 시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빨대 역시 ‘I am not plastic’이 강조된 옥수수 전분 소재다. 또 일부 빵은 포장되어 있지 않아 천 주머니나 용기에 구입할 수 있고, 밀가루설탕 등 주재료는 친환경 또는 유기농 사용을 우선으로 한다.

    카페 설지에서 제공하는 PLA 소재 테이크아웃 컵과 빨대. (사진=박수현 기자)
    카페 설지에서 제공하는 PLA 소재 테이크아웃 컵과 빨대. (사진=박수현 기자)

    한림대 인근에 자리잡은 살루떼베이커리(대표 김지영)는 대부분의 빵이 비닐 포장되어 있지 않아 다회용기에 구입 가능하다. 옥천동 살롱드노마드에서는 대나무 빨대를 사용하며 음료 포장 시 1000원을 추가하면 다회용 보틀을 제공한다. 보나커피집(PLA 컵 및 빨대 제공), 기억앤기억(PLA 빨대), 서툰책방 및 북카페살림(스테인리스 빨대 사용) 등도 있다.

    육림고개에 자리잡은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어쩌다농부(대표 한상연)는 배달·포장용으로 생분해되는 밀짚도시락 및 사탕수수 띠지를 사용하며 밀키트에는 다회용기를 적용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에 가치를 둔 춘천지역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생산자에게 요구하며 움직인다. 이중·과다포장 된 제품은 구입하지 않고, 비닐 및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되는 재질을 사용한다. 또 플라스틱 용기에 배달되는 음식 대신 직접 준비한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용기(勇氣)를 내 용기(容器) 내자는  ‘용기내 챌린지’ 등 미닝아웃(Meaning-out·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퇴계동 한담두부, 후평동 두부를만드는사람들 춘천후평점 등은 예약을 통해 무포장으로 두부류 제품을 제공, 소비자가 가져온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교동 티하우스 달향 등에서도 차를 덜어서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노력에 의해 춘천의 골목상권 생산자들이 호응해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가치관이 곧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었다.

     

    ‘제로웨이스트 춘천’ 플랫폼을 운영하는 송현섭 시민활동가. (사진=권소담 기자)
    ‘제로웨이스트 춘천’ 플랫폼을 운영하는 송현섭 시민활동가. (사진=권소담 기자)

    송현섭 시민활동가는 “소비자는 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 게 문제다”며 “생산, 유통, 소비, 사용, 폐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상품의 6단계 흐름 속에서 개인의 실천이 합쳐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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