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별기획] 2. 점자블록 위 옐로카펫, 시각장애인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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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의 날 특별기획] 2. 점자블록 위 옐로카펫, 시각장애인 안전 위협

    “교통사고 예방” 옐로카펫, 점자블록 위에 노란색 도색
    전맹(1급) 12% 불과...88% 점자블록과 옐로카펫 색 혼용
    점자블록과 구분 방안 필요, 테두리 설치도 한 방법

    • 입력 2021.04.20 00:01
    • 수정 2021.04.21 16:49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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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후평동 한 초등학교 앞에 점자블록 위에 옐로카펫이 설치돼 시각장애인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사진=배상철 기자)
    춘천시 후평동 한 초등학교 앞에 점자블록 위에 옐로카펫이 설치돼 시각장애인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사진=배상철 기자)

    춘천 후평동의 한 초등학교 앞. 건널목 주변 바닥과 벽면이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자동차 운전자가 어린이를 쉽게 인지하도록 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춘천시에서 설치한 옐로카펫(어린이 건널목 대기소)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울퉁불퉁한 시각장애인용 노란색 점자블록이 옐로카펫을 가로지르고 있다. 시각장애인 박성수(59)씨는 “노란색 점자블록을 보면서 길을 찾는데, 온통 노란색인 옐로카펫 구간을 마주하면 가던 방향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88%, 점자블록의 노란색에 의존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옐로카펫이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의 혼란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빛도 감지할 수 없는 전맹(1급)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88%는 희미하게 남은 시력으로 노란색 점자블록 보고 길을 찾는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을 밝은 노란색으로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란색은 파장이 길고 다른 바닥재와 구분하기 쉬운 보색대비 효과가 있어 시력이 낮아도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설치된 옐로카펫이다. 점자블록과 같은 밝은 노란색을 채택하면서 점자블록과 색이 같아졌고, 인근을 지나는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길에 설치된 점자블록. (사진=조아서 기자)
    길에 설치된 점자블록. (사진=조아서 기자)

    시각장애인 A씨는 “점자블록의 색이 어두운 계열이면 시력이 낮은 시각장애인은 구분하기 힘들다. 노란색이 눈에 잘 띈다는 이유로 유치원 차량 등 많은 곳에 사용하는데,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정됐으면 한다”고 바랬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B씨는 “아이들을 교통사고에서 보호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다만 시각장애인의 점자블록 의존도가 높은 만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 옐로카펫이 점자블록과 다른 색으로 만들어질 기회는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옐로카펫 제작 및 설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현장조사 후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지역 장애인단체 등에 의견을 듣거나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시 관계자는 “경찰서와 학교, 교통공단과 협의해 옐로카펫을 설치했다. 다른 단체 등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옐로카펫으로 시각장애인이 불편함을 겪는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검토한 후에 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박성수씨가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걷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시각장애인 박성수씨가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걷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옐로카펫‧점자블록 구분하는 방안 시급

    춘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과 전문가들은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을 구분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현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과장은 “옐로카펫을 설치하는 구간과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구간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등 구분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어린이 안전도 중요한 부분인 만큼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구시 남구의 경우 옐로카펫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역 장애인단체에 협의를 구해 바닥면을 줄이고 벽면을 활용하기도 했다. 대전시 역시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블록에 10cm 폭의 검정색 테두리를 설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진원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연구원은 “노란색 점자블록은 색 대비 기능을 위해 법으로도 지정된 부분이니 어린이보호구역 옐로카펫과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사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점자블록에 대한 아이들 인식과 교육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배상철‧조아서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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