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중년 여성의 고민을 달래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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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의 뒤적뒤적] 중년 여성의 고민을 달래주는 책

    • 입력 2021.04.19 00:00
    • 수정 2021.04.20 06:51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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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걱정과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행복한 이라도, 때때로 혹은 가볍더라도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스쳐 가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면 유명한 종교인, 사상가, 예술가 등에게서 조언을 구하기도 하죠. 한데 어째 멋진 말, 좋은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네 삶과 떨어져 있는 느낌이어서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탓입니다.

    4, 50대 중년 여성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자녀들은 어느 정도 자라서 손이 갈 일이 크게 줄었지만, 남편 시댁과의 갈등이나 노년에 대한 걱정 여기 더해 자신의 건강이나 삶에 대한 무기력감 등등 마음을 괴롭히는 일은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볼 만한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하고, 이제는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60대 여성 유인경이 쓴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애플북스)입니다. 보통 여성들의 고민 49가지를 두고 이를 헤쳐갈 지혜와 따뜻한 위로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풀어간 책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머도 있고, 명언이나 금언을 마구 동원하지 않은 덕분에 속 깊은 동네 언니를 만나 속풀이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진상은 호구가 만드는 것”이란 구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녀를 대학에만 보내면 부모 노릇 끝내고 편안해지려니 했다가, 이제는 손주까지 봐야 할 처지에 놓인 여성의 하소연에 대한 답의 일부입니다. ‘식민지’나 ‘감옥’을 만드는 건 우리의 호구 같은 생각과 행동일 수도 있다며 ‘미진 씨’에게 건강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위해서 자식들에게 “안 돼”, “난 그럴 힘이 없어”라고, ‘여기까지’란 선을 그어두라는 충고입니다.

    공부도 못하고 예쁘지도 않던 친구가 이제는 떵떵거리고 사는 걸 보고 속상해하는 이에겐 85세 배우 김영옥의 고백을 들려줍니다. 그는 여전히 건강하게 활동하는 비결에 대해 “내가 젊을 때 상궁이나 하인 역할을 해서 그래. 그때 공주나 왕비 역할을 하던 친구들은 거의 죽거나 일찍 사라졌어”하더랍니다. 그러면서 화려한 꽃밭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작은 텃밭에라도 자기만의 나무를 심고 정성껏 키우라고 일러줍니다. 

    남편과는 각방을 쓰며 남남처럼 사는데 모처럼 말이 통하는 남사친을 만나 고민하는 이에게는 “배우자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현실을 콕 짚어줍니다. 지은이에 따르면 “부양의 의무, 법적 구속력도 없는 이성이라면 한정적 시간에 장점만 보여주는 건 쉬운 일입니다. 뭔가 해결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없어 마냥 관대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대화가 잘 통한다고 믿게 되죠”라네요. 그러고는 “진짜 그 남자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남편에게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욕구를 채울 수 있어 만나는지를 살펴보고 결정은 그다음에 내리는 게 좋다”고 결론 짓습니다.

    지은이는 방송에서 젠체하지 않고, 자기 남편과 딸도 도마에 올리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으로 압니다. 이 책에서도 역시 “당신 노후 대책은 뭐야?”라는 질문에 해맑은 미소로 “네가 있잖아”라거나 벌써 자신의 칠순 생일에 갈 여행 계획-지은이가 모든 비용을 대는-에 들떠 있는 남편을 보며 한 대 쥐어박고 싶거나 한숨이 나온다는 등의 이야기로 슬며시 웃음을 자아냅니다. 덕분에 조언은 생명력을 얻었죠.

    지은이가 그러네요. “지금부터 대충 살아봐요. 마음과 몸의 힘을 빼 봐요. 그래서 결과가 아주 엉망이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고요. 난 대충대충 건성건성 살아서 지금까지 버티는 거예요”라고요. 

    보통사람의 삶에서 길어낸 지혜이기에 그의 말은 더욱 진솔하게 들립니다. 그러니 인생의 황혼기에 서 있다는 지은이가 “서글프거나 부끄럽기보다 오히려 기특하다. 지금껏 살아 버텨낸 것, 여전히 수시로 잘 웃는 것, 그리고 손주가 존경하는 할머니가 아니라 손주에게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 행복해하는 나의 철없음도 마음에 든다”는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여기 더해 “우린 누구나 더울 울창해지고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스스로 스러지지 않는다면”이란 말에는 힘을 얻게 되죠.

    모처럼 힘을 주는 따뜻한 글을 읽고 우리 모두 “파이팅!”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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