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재발견] ‘골목상권의 사랑방’ 동네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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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의 재발견] ‘골목상권의 사랑방’ 동네 책방

    일본 츠타야 서점 성공, 동네 책방 모델 제시
    통영 봄날의책방은 앵커스토어 역할
    춘천에서도 서점 사업자 증가세
    지역성 담은 다채로운 색깔 선보여

    • 입력 2021.04.18 00:01
    • 수정 2023.09.07 12:4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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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이 골목상권을 바꾸고 있다. MS투데이에서는 춘천을 더 재밌는 도시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움직임에 힘을 싣고 골목상권에서 로컬의 미래를 찾기 위해 '동네의 재발견' 시리즈를 신설했다. 로컬 지향의 트렌드, 지역으로의 전환에 관한 해외 및 타 지역 사례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10만권의 독서 콘텐츠를 보유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 누적 회원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서점들도 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강원 최대 규모의 책방’을 표방하며 2017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 해 온 춘천 데미안책방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악화로 이달 30일 영업 종료를 예고했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어려움이 깊어지는 가운데서도 지역문화와 장소성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네책방’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지역 서점 산업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로컬의 가치를 내세운 책방들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이면서 로컬의 주민들이 공유하는 정서적 연대의 중심으로 기능한다.

    국세청 사업자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춘천지역 서점 사업자는 49명 수준이었다. 2016년 1월(49명)부터 비슷한 규모를 꾸준히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1월 기준 52명, 올해 1월 기준 53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강원지역 전체적으로도 서점 사업자는 올해 1월 243명으로 전년동월(238명) 대비 5명(2.1%) 늘었다. 많은 장서를 보유한 큰 서점보다는 서점 주인이 직접 고른 책을 선보이며 손님들과 교감하는 ‘동네 책방’ 문화가 확산되면서부터다.

    이런 변화는 일본 ‘츠타야 서점’의 성공에서 영향을 받았다. 츠타야는 1983년 책과 영상물, 음반을 대여판매하는 점포로 시작해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03년 도쿄 롯폰기힐즈에 마련한 매장은 일본 최초로 서점과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을 융합시킨 공간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게 했다. 또 2011년에는 서점, 카페, 식당, 편의점, 생활용품 관련 판매점을 한데 모은 복합문화공간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를 마련해 주목받았다.

     

    츠타야 서점 로고. (사진=츠타야)
    츠타야 서점 로고. (사진=츠타야)

    공간적 경험에 라이프스타일을 덧씌우며 츠타야는 더욱 사랑받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테마별로 상품을 분류해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솔루션으로 선보인다. 2018년 기준 츠타야는 일본 전역에 1500여개 매장과 60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보유하게 됐다. 

    ‘로컬 골목상권’으로 분류되는 거리의 핵심 업종에 ‘독립 서점’이 포함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웃 나라의 성공 사례에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다양한 색깔과 취향을 담아낸 동네 책방들이 생겨났다. 지역성을 토대로 한 책방들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책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서 책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가 탄탄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남 통영 ‘봄날의 책방’은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히는 동네 책방이다.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좇아 일과 삶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출판사 남해의봄날(대표 정은영)에서 운영하는 서점으로, 통영의 지역색을 담은 문화예술 서적과 로컬의 장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관련 굿즈를 판매한다. 2014년 문을 연 이후 ‘봉숫골의 앵커스토어’로 통영 봉평동 골목상권의 부활을 이끌었다. 통영 출신 서양화가 전혁림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인근 ‘전혁림미술관’과의 시너지 효과로 소비자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서, 용화사부터 해저터널까지 이어지는 봉숫골은 통영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봄날의 책방.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봄날의 책방.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봄날의 책방.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봄날의 책방.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봄날의 책방.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에 자리잡은 봄날의 책방.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 동네지도. (사진=권소담 기자)
    통영 봉숫골 골목상권 동네지도.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에도 각기 제 색깔을 뽐내는 서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효자동 책방마실, 옥천동 서툰책방, 김유정역 인근의 실레책방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공동체 연대성의 회복을 지향하며 큐레이션 한 책을 선보이고 단골 손님과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생겼지만 동네 책방의 사랑방 역할은 멈추지 않았다. 책방마실(대표 홍서윤)은 ‘방구석 독서모임’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책을 만나도록 돕는다.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이 돌려보며 감상을 메모로 남긴다. 그리고 자신의 흔적을 또 다른 메모에 덧씌운다. 홍서윤 책방마실 대표는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나누는 동네책방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효자동 동네 책방 '책방마실'. (사진=권소담 기자)
    효자동 동네 책방 '책방마실'. (사진=권소담 기자)
    효자동 동네 책방 '책방마실'. (사진=권소담 기자)
    효자동 동네 책방 '책방마실'. (사진=권소담 기자)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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