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한국 30세, 독일 60세…백신 금지 왜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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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한국 30세, 독일 60세…백신 금지 왜 제각각?

    • 입력 2021.04.16 00:00
    • 수정 2021.04.18 00:02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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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입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희망은 백신이었습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모두들 코로나블루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일부 백신에 나타나는 부작용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네요.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CDC(질병통제국)가 12일 얀센의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시켰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들어옵니다. 백신을 접종한 6명에서 혈전이 나타나 사망 또는 중태에 빠진 것이 발단입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백신과 혈전 부작용에 관련된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풀어볼까요.

    1. 국내에는 아직 얀센 백신이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걱정일까요.

    우리나라 방역당국이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약 7900만명분이라고 해요. 이중 얀센 백신은 600만명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아 곧 들여올 예정에 있습니다. 가격도 싸고 1회 접종만으로도 높은 면역력이 형성된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지요. 그러니 백신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겠죠. 

    문제는 이보다 얀센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우려됐던 혈전 문제가 이번 미국 사태와 겹쳐 증폭되는 것이지요.

    2. 요즘 백신은 어떻게 만드나요.

    백신은 우리 몸에 바이러스 같은 항원을 미리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병원체를 약하게 또는 사멸시킨 뒤에 접종했습니다. 말하자면 소수의 허약한 적군을 투입해 우리의 실전 전투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이지요. 

    하지만 요즘엔 병원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형질만을 뽑아 몸에 집어넣습니다. ‘적이 이렇게 생겼으니 비슷한 놈은 모두 공격하라’고 정보를 주는 식이지요. 개발과정이 단축되고 비교적 안전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어떤 방식으로 제조하나요.

    코로나19 백신은 크게 다섯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바이러스벡터 백신 △DNA백신 △RNA 백신 △재조합 백신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이 그것입니다.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입니다.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항원 유전자만을 분리해 이를 약독화한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와 결합해 접종합니다. 이렇게 하면 몸 안에 들어간 DNA가 항원단백질(적군)을 만들고, 이를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감지해 항체(아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반면에 화이자 백신은 RNA를 이용해 만듭니다.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주입해 같은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4. 백신과 혈전 사이의 인과관계는 밝혀졌나요.

    지난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이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독일과 노르웨이 연구팀이 백신 접종 후 혈전발생 환자에서 혈액응고 반응을 유발하는 특이 항체를 찾아냈다는 연구였습니다. 대상 환자는 모두 16명으로, 이들은 모두 뇌졸중이나 혈관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항체(혈소판인자4:PF4)’를 보유하고 있었다는군요. 

    미국에서 얀센의 백신 접종 중단을 과감하게 결정한데는 이런 연구가 뒷받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5.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나요.
     
    현재로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백신과 관련한 혈전 생성이 특이한 것은 기존의 ‘헤파린유도혈소판감소증(HIT)’이라는 희귀 반응과 유사하다는 사실입니다. 헤파린은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환자의 혈전을 녹이기 위해 투입하는 약입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헤파린이 거꾸로 혈소판인자와 결합해 혈전을 촉발한다는 겁니다. 혈액이 응고하려면 혈소판이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EMA(유럽의약품청)는 이러한 혈액응고 현상이 10만분의 1의 비율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 200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률은 25만명 중 1명꼴입니다.

    6.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보면 혈전이 젊은층이나 여자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EMA 등 보건당국도 이에 대해 신뢰할만한 데이터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발생한 사례를 분석한 것입니다. 미국의 사례는 모두 18~48세 여성이었고, 유럽 역시 79건 중 51건이 여성이었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보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제한하는 나이도 나라마다 들쭉날쭉 합니다. 영국과 우리나라는 30세 미만을 금지했지만 독일은 60세, 프랑스는 55세, 호주는 50세 미만에게 다른 백신을 맞도록 하고 있습니다.

    7. 내가 혈전 고위험군이라면.

    혈관 내 혈액응고는 흔한 현상입니다. 유전적이든, 생활습관(고지방식과 운동부족, 흡연 등), 부정맥, 기타 수술이나 약 복용에 의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럽 인구의 3~15%가 혈전 위험을 증가시키는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군요. 또 미국에선 5~8%에서 여러 유전적 위험요인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영국의 보건당국은 “혈액응고 위험이 높은 모든 나이대에선 코로나19 감염을 막아주는 혜택이 잠재적 위험을 능가하는 경우에만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출혈이나 타박상 또는 혈전 방지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백신 접종 전 의사와 상의 후 맞을 것을 권장합니다.

    8. 백신을 맞은 뒤 어떤 증상을 유의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백신 주사 부위의 통증이나 피로, 두통, 메스꺼움, 오한, 또는 불쾌감 등이 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열진통제로 대부분 해소됩니다. 

    하지만 접종 후 몇 주 내에 호흡곤란, 가슴 통증, 복통, 다리 붓기, 심한 두통, 흐릿한 시력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의료기관에 문의할 것을 권합니다. 피부 밑의 반점이나  혈액응고 증상도 부작용의 징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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