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재발견] 2. 힙스터로부터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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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재발견] 2. 힙스터로부터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생태계
  •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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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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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지로' 거듭난 서울 을지로 골목상권
힙스터 창업자 모여 로컬 골목상권 형성
양양 서핑, 강릉 커피 등 지역 대표 산업으로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 찾아 창조계급 유입

오래된 건물에 들어선 가게마다 온갖 박스가 쌓여있고, 골목마다 숙련 노동자들이 모여있는 메이커(maker)들의 집적 공간. 서울 을지로는 근대 산업화의 메카였다. 재개발에서 비껴난 을지로 뒷골목은 수십 년의 세월을 온전히 간직했다. 공구, 조명 창고의 매캐한 먼지와 기계 금속음이 전부일 것 같은 이 공간은 몇 년 전부터 ‘힙스터(Hipster)’와 ‘을지로’의 합성어인 ‘힙지로’라고 불리며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의 공간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저렴한 빈 점포를 찾아 창업한 청년들이 유입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흔한 네온사인도 없다. 막다른 골목, 층계가 높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빼꼼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성’에 유행의 확장력을 가진 젊은 소비계층이 반응했다. 말 그대로 ‘재발견’된 동네가 바로 ‘힙지로’다.

 

세운상가가 자리잡은 서울 을지로 골목상권은 최근 '힙지로'로 불리며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세운상가가 자리잡은 서울 을지로 골목상권은 최근 '힙지로'로 불리며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최근 ‘힙스터’, ‘힙하다’와 같은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규범적 정의는 모호하다. 힙스터는 1940년대 미국에서 흑인 재즈 문화에 열광했던 젊은이들의 집단과 하위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출발했다. 최근에 와서는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사람’ 정도의 의미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는데, 힙스터의 개념을 정립한 미국에서는 ‘기존 사회의 가치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소비를 통한 경험을 중시하고 주류적 기준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기준을 두고 소비한다. ‘진짜’ 힙스터는 타인의 취향이나 유행을 거부하기 때문에 자신이 ‘힙스터’로 수식되는 것을 꺼린다.

이들은 주로 인디음악, 로스터리 커피, 아날로그 레코드, 환경, 채식, 로컬푸드 등에 관심이 많다. 비주류 분야에서 창의적인 비스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힙스터 창업자’는 지역 차원에서 ‘로컬 크리에이터’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로컬 골목상권에서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과 삶이 혼재된 방식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이들이다. 힙스터 창업자는 자신의 개성, 다양성, 감성적 경험 등 탈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행태의 변화와 맞물려 골목상권을 바꿔놨다. 가까이서 예시를 찾자면 양양의 서핑, 강릉의 커피 등이 로컬의 생태계 속에서 잉태됐다.

 

기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서핑 산업이 발전하며 창조계급이 유입, 골목상권 생태계가 조성된 강원도 양양.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서핑 산업이 발전하며 창조계급이 유입, 골목상권 생태계가 조성된 강원도 양양.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계급’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을 우선적인 가치로 두고 라이프스타일과 정주지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자 한다. 도시의 인프라와 같은 물리적 환경보다는 거주하고 소비하는 공간의 힙스터 창업가, 즉 로컬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준으로 정주 환경을 평가한다. 힙스터 창업자가 만들어 낸 생태계에 또 다른 창업자가 모여들면서 골목상권 차원의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이곳에 창조계급이 유입되면서 지속적인 도시 생태계가 구성되는 셈이다.

 

강원도 양양을 서핑의 성지로 이끈 서피비치. (사진=권소담 기자)
강원도 양양을 서핑의 성지로 이끈 서피비치. (사진=권소담 기자)

양양의 경우 2011~2016년까지 매년 전년 대비 20~30대 인구가 200명 안팎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서핑산업이 자리잡고 배후 상권인 ‘양리단길’이 본격적으로 떠오른 2018년부터는 감소세가 100명 안쪽으로 줄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양양지역 2030세대 인구는 4751명으로 전년(4793명) 대비 42명(0.9%) 감소하는데 그쳤다. 양양을 서핑성지로 이끈 서피비치의 창업 첫해였던 2014년에는 해당 연령대 인구가 전년대비 348명(6.0%) 줄어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힙스터 창업자로부터 시작된 골목상권 생태계가 창조계급을 포함한 청년 인구를 늘리는 데 역할이 컸던 것은 분명하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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