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이별도 문화”…‘심바이오스’ 심명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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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이별도 문화”…‘심바이오스’ 심명규 대표

    • 입력 2021.04.11 00:01
    • 수정 2023.09.07 12:44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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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사람과 동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추구합니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시대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약 1500만명에 돌입했다. 반려동물(Pe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 이른바 ‘펫코노미’가 신(新)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반려동물 시장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돌봄 인구가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하는 춘천도 여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1마리 이상 기르는 도시가 됐다. 이에 힘입어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위해 오는 2024년까지 600억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려 문화 확산 속에도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날 때 ‘이별 문화’를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려동물 사후처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굳이 동물에게까지 사람의 장례문화를 적용해야 할까 싶은 의구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죽은 반려동물을 자연으로 보내 사람과 동물, 자연이 공생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을 제시한 ‘심바이오스’ 심명규(41) 대표를 만났다.

     

    심명규 대표. (사진=심바이오스)
    심명규 대표. (사진=심바이오스)

    ■반려인·반려동물·자연이 ‘윈윈’하는 세상

    사람은 반려동물에게 보금자리와 보살핌을 제공하고,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또한 자연은 이들에게 맑은 공기와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심바이오스’를 창업한 심명규 대표는 이러한 주체들 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체 개발에 도전했다.

    심 대표는 죽은 반려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 모두가 윈윈하는 이상을 꿈꿨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주인에게는 마음의 위로를, 죽은 반려동물에겐 드넓은 자연을, 자연에겐 나무를 심음으로써 나타나는 환경 개선 효과를 선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 대표는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의 수목장 화분 '공트리'를 개발했다. 자동차 관련 기계를 설계하는 연구소에서 10년 정도 일했던 경험이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공트리는 반려동물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보관하는 공간과 반려식물을 심는 공간으로 분리돼 잠금장치를 통해 한번 결합하면 밀폐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땅에 묻어두면 미생물에 의해 100% 분해되며 그 안에 있는 유해는 식물의 생장을 돕는 것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의 수목장 화분 '공트리'. (사진=심바이오스)

    심 대표는 2017년쯤 반려동물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나무 밑에 묻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당시 반려식물이라는 개념도 나타났던 시기였던 데다가 유골분이 식물에게는 필수 비료 성분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

    심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 대부분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직장인인 만큼, 자연스레 반려동물은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며 “반려인들에겐 이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씩 있기 때문에 죽어서라도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별 문화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 마음의 위로를 가져다주는 면이 있다”며 “나무를 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심명규 대표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반려인을 위로하고자 공트리를 개발했다. (사진=심바이오스)
    심명규 대표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반려인을 위로하고자 공트리를 개발했다. (사진=심바이오스)

    ■지자체 도움 받고 싶은데…반응 ‘쌀쌀’

    사업이 항상 수월하게 진행됐던 것만은 아니었다. 화분을 팔아왔지만, 애초에 제작 목적이 수목장에 심기 위함이었던 만큼 수목장에 대한 문의를 훨씬 많이 받게 됐다. 이에 공원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하고 준비를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분 판매를 위한 마케팅도 어려워지는 등 우여곡절이 발생했다.

    지자체의 협력을 구하는 것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춘천시가 ‘반려동물 동행’을 내세우고 반려동물 인프라 구축에 나선 만큼 충분히 의견 포용이 되리라 판단하고 시청 반려동물 동행과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시는 올해 사업비 140억원을 투입, 후평산업단지 내에 반려동물 플랫폼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산업 창업지원 및 사업화 지원, 특화 R&D 연구 등을 수행하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허브다.

    심 대표는 “센터 일대에 화분을 심는 장소가 마련된다면 시의 입장에서도 비용 감축과 사회적 가치 실현, 관광객 유치 등 일석이조 효과가 있을 텐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종 목표는 ‘공생’ 플랫폼 만드는 것

    심 대표의 최종 목표는 산불 등을 이유로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하는 국유림에 반려인의 ‘이별 문화’를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산림청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공간을 반려인에게 매칭시켜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만한 인간과 동물, 자연의 ‘공생’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심 대표는 “수목장에 화분을 심었던 반려인들도 긴 세월 공간을 이용하기엔 분명 비용적 부담이 있을 텐데, 아예 산에다 심는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려동물 문화에 있어 이별 문화가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 대안이 수목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연이 주는 치유의 효과는 생각보다 상당하다. 반려동물 문화에 반려식물 문화를 접목한다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정립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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