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5. 멀린은 온갖 혜택, 강원도는 온갖 책임…‘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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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5. 멀린은 온갖 혜택, 강원도는 온갖 책임…‘잘못된 만남’

    • 입력 2021.04.08 00:02
    • 수정 2021.05.12 14:41
    • 기자명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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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상반기 개장을 앞둔 레고랜드.(사진=박지영 기자)
    내년 상반기 개장을 앞둔 레고랜드. (사진=박지영 기자)

    테마파크 건립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시행사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지자체는 여러 가지 놀이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를 제공한 뒤 테마파크 개장 이후 발생하는 부가적인 효과를 누리고 시행사는 해당 공간에 관광객을 끌어들여 매출을 거두는 상리공생(相利共生)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만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이하 레고랜드)의 경우 상리공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시선이 다수 존재한다. 강원도가 수많은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시행사인 멀린엔터테인먼트(이하 멀린)가 대부분 이익을 누리는 불공정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게 레고랜드 반대론자들의 의견이다.

    ◇ 멀린쪽 혜택 넘치는데 강원도 몫은 고작 '임대료 3%'…'국민청원' 올라오기도

    실제 지난 2018년 11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도의회에 제안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의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이하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을 살펴보면 왜 레고랜드 건립이 상리공생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이에 MS투데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에 담긴 강원도의 확약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

    ① 강원도는 멀린에 레고랜드 코리아 부지 50년 동안 무상임대를 제공하고 재임대시 50년 범위에서 멀린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정한 기간만큼 연장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
    ②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부지 내에 주차 가능 대수 4000대 규모의 주차장 부지로 토지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
    ③ 강원도는 멀린의 설계 요청을 반영해 개장 90일 전까지 레고랜드 주차장을 완공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부담 및 운영.
    ④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부지가 문화재 발굴 등이 완료돼 착공에 지장없는 상태로 멀린에 제공해야 하며, 공사 기간 중 부지에 하자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을 짐.
    ⑤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 및 사업비용 조달을 위해 직접 또는 국내 출자자로 하여금 투자 또는 기타 행위를 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함. 만일 확약을 불충족하거나 의무 불이행 시 멀린에 손해배상 책임.
    ⑥ 강원도가 레고랜드 리조트와 관련해 총괄 개발협약 체결 이전에 한 행위에 대한 책임 부담, 기존행위와 관련한 모든 책임으로부터 레고랜드 코리아와 멀린을 면책.

    이처럼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을 살펴보면 계약상 대부분의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강원도'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더해 강원도가 취할 수 있는 이익 중 하나인 임대수익 비율 또한 애초 공개한 30.8%가 아닌 10배나 축소된 3%인 것으로 밝혀지며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달 3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춘천 레고랜드 사업 중단 및 철회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 지 닷새 동안 3880명의 동의를 끌어내는 등 계속해서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작성자는 "춘천 중도에서 5000년 전 선사 도시 유물들이 대량 출토되었으며 독일 고고학자도 마추피추와 비견되는 발견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며 "문화재 원형 보존 점수 76점을 뛰어넘어 91.77의 점수를 받은 중도유적지는 공사를 중단하고 그 원형을 보존해야 함에도 레고랜드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청원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는 콘크리트 건물 건축을 위해서 수많은 기둥을 박아 유적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춘천 중도는 보존하고 개발한다면 충분히 피라미드, 스톤헨지처럼 세계적인 문화유적지가 될 수 있으니 복원사업을 실행해 원형을 조금이나마 보존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청원의 내용처럼 레고랜드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강원도가 확약한 내용 중 레고랜드 부지를 문화재 발굴 등이 완료돼 착공에 지장 없는 상태로 멀린에 제공하지 않을 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지역사회 기여 요구 목소리 크지만 'KEY'는 멀린이

    이로 인해 일각에선 강원도가 문화유적지를 멀린에 무상으로 임대하면서까지 레고랜드 건립을 강행했음에도 이에 응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멀린을 상대해선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조항 상 불합리한 부분들을 바로 잡는 게 우선이고 그 뒤에 강원도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멀린을 대하는지에 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저자세를 지속해선 도민들에게 어떤 혜택도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강원도가 멀린에 계약상의 불합리함을 지적한다고 해도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대부분 책임을 강원도가 떠안은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멀린이 계약 내용 변경을 동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철성 강원평화연구소장은 "키(key)는 멀린이 쥐고 있으며 모든 건 강원도의 잘못된 계약 체결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며 "방화나 천재지변처럼 심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손실의 책임 소재가 변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장에 따른 효과를 도민들이 누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2월 개최된 인력 채용 연계 협약식 외에 농수산품 공급, 사회공헌기금 마련 등을 두고 레고랜드 측과 합의점을 찾는 중이다.

    다만 이마저도 멀린이 결정권을 쥐고 있어 언제든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에 따르면 멀린은 '가능한 한' 강원도 출신 인력을 채용하거나, 강원도에 기반을 둔 공급업체를 '후보자'로 선정하면 된다고 명시돼 있어 아무런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았다. 

    유동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측에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중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imgiza@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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