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육 진단] 6. 폐교위기 지방대, 덩달아 몰락하는 지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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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교육 진단] 6. 폐교위기 지방대, 덩달아 몰락하는 지역경제

    ‘대학 위기-지역경제 몰락-인재 유출’ 악순환 끊어야
    작년 강원지역 고교생 11% 줄어
    일부 대학 폐교 위기 현실화
    수도권으로 학생 이탈 불가피

    • 입력 2021.04.17 00:01
    • 수정 2021.05.14 11:26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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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지영 기자)
    (사진=박지영 기자)

    2021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지방대 입학경쟁률은 평균 2.7대 1을 기록했다. 지방대 입학경쟁률이 3.0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수험생 한 명당 세 번의 정시 지원 기회가 주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달인 셈이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대 폐교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방대가 문을 닫으면 지역 고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대학이 있는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고, 지역은 활기를 잃는다. 전문가들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방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춘천고교생 10%(217명)↓…지방대 신입생 모집 ‘난항’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고등학교 3학년은 51만20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13.95%(8만3000여명) 줄었다. 8만3000명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줄어든 고교 3학년 학생 수(9만3000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1년간 감소한 수치만 따지면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 고교 3학년은 지난해보다 7.03%(3만6000여명) 줄어든 47만6000여명으로 2021학년도 전국 대학교 입학정원(49만2452명)을 밑돌게 될 전망이다. 지방대의 신입생 미달사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조정하지 않으면 오는 2024년에는 정원에 미달하는 인원이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 충원율 평균은 79%에 머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원지역 고교생 감소 추세도 가파르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특성화고를 제외한 일반고 85개교와 자사고 8개교의 고교 3학년 학생 수는 2019년 7001명에서 지난해 6236명으로 10.91%(765명) 감소했다. 춘천지역 일반고교 학생 수 역시 같은 기간 9.64%(217명) 줄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문제는 강원대, 춘천교대, 한림대 등 춘천지역 대학의 강원도 학생 비율이 30%에 달한다는 점이다. 도내 고교생이 급감하면 이들 대학의 신입생 모집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고교생 감소 여파는 올해 입시에서도 나타났다.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사태를 겪은 강릉원주대, 경동대, 상지대, 한라대, 한림대 등이 추가모집에 나섰지만, 소수점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수험생이 지원만 하면 입학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대학은 정원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춘천교대는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 인원을 기존 397명에서 343명으로 13.6%(54명) 감축했다.

    ⬛지방대 폐교=지역상권 붕괴…“사회적 관심 필요”

    전문가들은 지방대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성호 종로교육하늘학원 대표는 “지방대 재학생이 1만명을 넘어서면 주변 지역의 상권은 이들이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방대 폐교는 단순히 대학 한 곳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상권 전체가 붕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동해 한중대가 재정 악화 등으로 문을 닫은 후 인근 지역 상권이 무너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중대 앞에서 유성원룸을 운영하는 A씨는 “학기 중에는 방이 모자랄 정도였는데 대학이 폐교한 이후에는 건설노동자 이외에는 전혀 수요가 없다”면서 “학생들이 떠나니 음식점, 슈퍼 등 모든 업종이 하나둘 사라졌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방대의 위기에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통해 지방대를 살리겠다고 밝혔지만, 줄어드는 정원 대부분을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하면서 되려 위기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1차 정원감축에서 강원권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률은 16.2%로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률(7.0%)보다 두 배 이상, 전국에서는 가장 높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2차 정원감축에서도 강원권 대학은 전국 7개 권역 중 제주를 제외하면 감축률(4.1%)이 가장 높았다.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급격한 인원 감축이 지방대를 더 힘들게 한 셈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지역 대학이 부족하면 춘천 고교생은 수도권 등으로 진학해야 하고 이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중‧고교생의 춘천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승기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강원대 분회장은 “지역과 지방대는 공동운명체다. 지방대 위기는 지역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져 인재의 유출이라는 악순환을 만들 것”이라며 “국립‧사립을 떠나 지방대의 소멸은 대학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재 성격을 지닌 지방대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윤정 강원연구원 박사는 “강원지역 대학교는 지역 기반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심각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며 “지역과 대학의 협조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상생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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