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육 진단] 4. 서울 주요대 ‘정시’ 확대…‘수시파’ 많은 춘천엔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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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교육 진단] 4. 서울 주요대 ‘정시’ 확대…‘수시파’ 많은 춘천엔 불리

    지역학생 90% ‘수시 전형’ 진학
    정시 확대 방침에 대응책 고심
    EBS ‘수능 연계율’ 낮아져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도 변수

    • 입력 2021.04.16 00:01
    • 수정 2021.05.12 15:12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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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부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이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정시 확대가 수시 모집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춘천지역 수험생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BS 수능 출제 연계율까지 낮아지면서 수도권보다 사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춘천에서 명문대로 진학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이과를 통합한 선택형 수능 도입도 춘천지역 수험생의 혼란을 더할 전망이다.

    ⬛2022학년도 서연고 정시모집 59.9%↑…12년래 최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 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2022학년도 정시 모집인원은 4223명으로 2021학년도(2641명)보다 59.9%(1582명) 늘었다. 이는 2010학년도(4362명)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대가 293명 늘어난 1029명, 고려대가 914명 늘어난 1682명, 연세대가 375명 늘어난 1512명을 정시모집을 통해 선발한다. 서강대와 한양대 등 서울 상위권 9개 대학도 2022학년도 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렸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모집인원 비율은 37.6%에 달한다.

    이 같은 대학들의 정시모집 확대는 교육부 방침에 따른 조치다. 교육부는 2018년 대학을 상대로 정시 확대를 권고했고 2019년부터는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수능 위주의 전형 비율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3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모집 비율을 30~40% 이상으로 늘린 대학 75개교에 총 559억4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특히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학생부종합전형‧논술전형이 많은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 늘려야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춘천을 비롯한 강원지역 고교생 100명 중 90명 이상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정시 모집 확대 기조가 계속되면 대학 진학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도교육청 대학입시지원관은 “강원지역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시 상담을 하면 대부분이 수능보다는 수시 모집을 통해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들이 정시 모집을 통해 뽑는 인원은 정원의 30% 수준인 데 비해 수시 모집은 70% 이상이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고, 지원 기회도 수시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 연계율 ‘뚝’ 사교육은 ‘쑥’…춘천 수험생 부담

    올해부터 수능의 EBS 연계율이 70%에서 50%로 낮아지는 점도 춘천지역 수험생에게는 부담이다. 특히 영어는 EBS 교재의 영어 지문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지 않고, 개념만 가져오는 간접 방식으로 바뀐다. 상대적으로 수능 난도는 올라가는 셈이다.

    조원교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는 “기존에는 EBS 교재에 실린 영어 지문이 그대로 출제됐고 학생들은 이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다”면서 “지문이 달라지면 사실상 EBS 교재와 연계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지역 학부모들은 EBS 연계율이 낮아지면 사교육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한 서울과 수도권 학생들의 주요 대학 싹쓸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춘천지역 한 고교에 다니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50‧온의동)씨는 “춘천에는 소위 말하는 1타 강사가 없다. 인터넷을 통해 스타강사의 강의를 듣긴 하지만 EBS 연계율이 낮아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 춘천 수험생은 더 불리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학부모들의 걱정이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2019년 조사한 ‘전국 고등학교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사교육을 받는 강원지역 고교생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49.0%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61.0%)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다. 고교 3학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교육을 받는 강원지역 수험생은 전체의 41%로 더 낮아진다.

    사교육비 지출액도 서울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 사교육 양극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원지역 수험생은 월평균 17만2000원을 사교육에 지출하지만, 서울 수험생의 경우 매달 61만2000원을 사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수능시험 변화…“입시정보 부족한 춘천, 혼란스럽다”

    올해부터 국어와 수학에 선택 과목이 도입되고,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계열 구분 없이 2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등 수능시험 자체의 변화도 정보가 부족한 춘천지역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할 전망이다.

    국어 영역은 지난해까지 선택 과목이 없었지만, 올해는 공통과목으로 ‘독서’ ‘문학’을 응시하고 선택 과목으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계열에 따라 가‧나형으로 나뉘었던 수학 영역은 ‘수학Ⅰ·수학Ⅱ’가 공통과목으로 22문제가 나오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 과목으로 골라 8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만 서울 상위권 대학은 자연계열에서 대부분 ‘미적분’ ‘기하’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과학탐구를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등 규정을 두고 있어 실제로는 문‧이과 구분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춘천지역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선택 과목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입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입시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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