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매일 100톤 무게 견디는 발, 소중히 다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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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매일 100톤 무게 견디는 발, 소중히 다루세요

    • 입력 2021.04.02 00:00
    • 수정 2021.04.03 07:5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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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성경에는 예수님이 제자인 베드로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당시에는 길이 험하기도 했거니와 신발도 변변치 않았으니 전도활동이 만만치 않았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발에 상처는 물론 이런저런 심각한 발 질환에 시달렸겠지요.

    이렇듯 옛 선조들의 발이 거친 환경으로 고생을 했다면 현대인의 발은 ‘행복’할까요. 성인 4명중 3명이 심각한 발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다는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군요.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발에 대한 무지와 홀대(?)일 겁니다. 발이 통증을 호소해도 예쁜 신발을 고집한다거나, 무리한 운동으로 발을 혹사시키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발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조물주의 선물입니다. 손수건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발바닥으로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니까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 정교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발을 가리켜 ‘공학의 걸작’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실제 발에는 손에 버금가는 기능이 있습니다. 단지 온몸을 지탱하고, 이동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다 보니 그 진가를 모른다는 겁니다. 굳이 구족화가나 발 연주가의 예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겁니다.

    한쪽 발에는 무려 26개의 크고 작은 뼈가 작은 공간에 배열돼 있습니다. 여기에 뼈를 이어주는 33개의 관절과 107개나 되는 인대, 19개의 섬세한 근육, 이밖에도 견고한 힘줄과 신경, 혈관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들 조직이 하모니를 이루면서 협업하지 않으면 우리는 걷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그만큼 질병이나 손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발을 병들게 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나이입니다. 50살 전후가 되면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입니다. 사람이 하루 8000~1만보를 걷는다고 했을 때 매일 발에 걸리는 압력은 대충 100t 정도 된다고 해요. 평생 걸은 거리도 대단합니다. 일생동안 지구를 네 바퀴 반(약 18만5000㎞)이나 걷는다니 말입니다. 발의 내구연한(?)을 생각한다면 중년 이후부터는 발을 아껴줘야 하지 않을까요. 

    비만도 발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달릴 때 발에 실리는 하중은 대략 체중의 4배입니다. 체중 1㎏이 증가하면 한번 내디딜 때마다 발에는 4㎏의 무게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발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체중감량은 꼭 필요하겠죠.

    발 질환에는 복합요인이 작용하는데 신발도 예외는 아닙니다. 발바닥의 아치 부위를 받쳐주지 못하거나 유연하지 못한 신발, 하이힐처럼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 등이 주범입니다. 

    운동은 또 어떨까요. 발 질환의 15%가 스포츠 손상 때문이니만큼 유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중년 이후입니다. 발의 내구력은 떨어지는데 마라톤이나 등산, 장거리 도보여행을 즐기며 발을 힘들게 합니다.

    대표적인 발 질환으로는 족저근막염을 꼽을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을 구성하는 섬유결합조직입니다. 매우 질긴 조직으로 발바닥의 아치를 형성하며 스프링 같은 탄성으로 하중을 줄여줍니다. 이 근막이 찢어지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족저근막염입니다. 평발인 사람에게서 많고, 45~50세부터 환자가 크게 늘어난답니다.

    스포츠 인구가 급증하면서 아킬레스건염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뒤꿈치 바로 위의 아킬레스건이 찢어지면서 염증이 진행됩니다. 역시 중년 이후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경사진 곳을 오래 걷거나 또는 빠른 속도로 달릴 때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손상을 받는 것입니다.

    볼이 좁은 하이힐을 신는 여성은 무지외반증을 조심해야 합니다. 신발 내부 공간이 좁다보니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면서 아래쪽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후천적으로 편평족이 되기도 합니다. 퇴행성 또는 외상이나 신경성질환 등으로 족저근막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거죠.

    발은 아끼는 만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보살피라는 것이죠. 우선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내리꽂히는 운동은 삼갑시다. 착지하는 순간 하중이 4배로 늘어나니 운동 후 또는 다음날 발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운동강도와 양을 줄여야 합니다.

    마사지나 스트레칭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근막이나 건이 찢어지는 것은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근막의 탄력을 키우기 위해선 평소 또는 운동 전 스트레칭을 반드시 해 줘야 합니다.

    계단 끝에 발끝을 걸치고 발꿈치 쪽을 오르내린다거나, 발바닥을 바닥에 붙인 채 벽을 마주보고 서서 미는 자세로 종아리를 스트레칭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의자에 앉아 수건을 발 앞쪽에 걸고 천천히 당기는 발바닥 스트레칭, 발아래에 골프공을 놓고 발바닥으로 굴려주거나 발가락으로 줍는 운동 등도 권합니다.

    발에 통증이 발생했다고 해도 심하지 않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휴식을 취하며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하면 대부분 가라앉습니다. 그럼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소염진통제를 먹으면서 한두 주 기다려봅니다. 물론 편한 신발로 바꿔 신는 것은 필수입니다.

    요즘 족저근막염에는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체외충격파 같은 비수술요법으로도 잘 치료됩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를 자부담해야 하지만 실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병원에 관련 장비가 있는지 검색해 보시고 방문하면 됩니다. 아킬레스건염 역시 심하게 파열되지 않았다면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를 권합니다. 하지만 무지외반증의 경우엔 깔창이나 보형물로 교정이 어렵다면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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