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로스터리 카페] 진심을 담은 ‘조선커피 로스팅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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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로스터리 카페] 진심을 담은 ‘조선커피 로스팅하우스’

    책 가득한 오래된 찻집을 로스터리 카페로
    “커피맛에는 마음과 성향이 그대로 담긴다”

    • 입력 2021.03.28 00:01
    • 수정 2023.09.07 12:29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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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춘천이 전국적인 커피 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맛 좋은 원두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로스터리 카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인스타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 카페를 찾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한결 같은 맛으로 소신을 지켜오는 카페는 그보다 더욱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소양로, 육림고개를 거쳐 온의동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조선커피 로스팅하우스’를 찾았다.

    박대웅(46) 대표는 9년 전, 춘천 지역 화가와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책이 가득한 오래된 찻집을 인수해 ‘조선커피 로스팅하우스’를 열었다. 우연한 계기로 커피업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커피를 운명으로 느끼게 되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선커피 로스팅하우스’ 박대웅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조선커피 로스팅하우스’ 박대웅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박 대표에게 로스팅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어원을 보면 커피와 카페가 같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심장이듯 커피의 심장은 원두가 아니겠냐”고 운을 뗀 뒤 “심장과 같은 커피를 남에게 맡길 수 없지 않나. 평생 커피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 로스팅을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맛을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카페 이름을 ‘조선커피’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영어로 읽으면 쵸즌커피(Chosen Coffee)가 된다. ‘Chosen’은 ‘선택된’이라는 뜻이지 않나. 그럼 조선은 Chosen 선택된 나라가 되고, 조선커피는 ‘선택된 커피’라는 뜻이 된다”며 “의미가 좋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흔한 ‘아메리카노’도 이곳에선 ‘꼬레아노’라 불린다.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커피가 미국으로 넘어가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 마시기 시작하면서 ‘아메리카노’가 됐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태리어로 한국을 뜻하는 ‘Corea(꼬레아)’와 ‘아메리카노’를 합쳐 꼬레아노가 된 것이다.

    작명 센스가 남다른 박 대표는 온의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손님들이 앉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과감히 없앴다. 로스팅과 원두 판매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카페를 이전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소양로, 육림고개를 거쳐 온의동으로 옮기면서 느낀 동네마다 다른 특징을 언급했다. 소양로의 경우 도시이면서도 시골 같은 정다움이 있었고, 육림고개는 서울의 경리단길과 전주의 한옥마을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 좋았다고 밝혔다. 반면 온의동은 두 동네와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그는 “서울로 치면 한남동의 느낌과 비슷하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분위기다. 곳곳에 카페와 공방이 들어서며 새로워지고 있는 모습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간 부드러운 카페라떼. 이곳에선 ‘조선라떼’라 불린다. (사진=신초롱 기자)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간 부드러운 카페라떼. 이곳에선 ‘조선라떼’라 불린다. (사진=신초롱 기자)

    테이블을 없애고 포장 판매만 하는 과감한 선택에도 그는 진실을 다해 카페 운영에 집중하고 있는 덕분에 원두판매와 납품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판매하는 커피는 케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하우스블렌드 등이다. 케냐는 달고 시고 쓰면서 강한 느낌이고, 향이 좋고 신맛이 살아있는 예가체프와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의 코스타리카, 묵직하면서도 다양한 맛의 하우스블렌드, 과테말라는 부드럽고 편안한 특징을 가진다. 이외에도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더치커피, 더치라떼, 미숫가루라떼, 핫초코 등이 있다.

    거의 매일 아침 ‘마음’을 담아 로스팅을 한다는 박 대표는 “커피를 하다보니 카페를 다니면서 많이 마시기도 한다. 커피의 맛을 보면 로스터의 성향, 마음, 스타일을 알 수 있다”며 “음식점마다 맛이 다르듯 커피도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는데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결국엔 성격, 마음이 담겨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선커피의 커피맛에 대해서는 “영혼을 깨우는 커피맛을 추구한다”며 “커피를 마시면 힘이 나고 드시는 분들이 잠깐이라도 리플래시 할 수 있는 그런 커피맛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스팅실에 마련돼 있는 로스터기. (사진=박대웅 대표)
    신선한 원두가 로스팅되고 있다. (사진=박대웅 대표)

    이어 드립커피 중 추천을 원하는 손님에게 어떤 커피를 권하냐는 질문에는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성향을 파악해 손님이 원하는 커피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커피를 한 잔 한 잔 내릴 때마다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고 밝힌 그는 사랑이 전해지는 커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며 느낀 고충이나 힘들었던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인 것 같다. 인생에도 적용되는 말인데 살다 보면 기분 좋은 하루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하루도 있기 마련이지 않나. 그래도 대체로 기분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몸에 좋은 음식이 쓰다고 하지 않나. 경험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나쁜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카페를 운영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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