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혈전 때문에 백신 접종 걱정? 담배부터 끊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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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혈전 때문에 백신 접종 걱정? 담배부터 끊으시죠!

    • 입력 2021.03.19 00:00
    • 수정 2021.03.20 05:54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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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요즘 새롭게 회자되는 의학용어가 하나 있죠? 바로 ‘혈전’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나라마다 고민을 안겨준 단어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죠.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혈전이 생겨 사망한 사례를 인정했습니다. 3월 18일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24개 국가가 AZ백신 접종을 중단 또는 보류할 정도이니 국민과 방역당국의 갈등도 깊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문제는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혈전을 일으키는 의학적 요인이 너무 많아 나라마다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백신과 혈전에 대한 과학적 논란보다 혈전의 생성과 그로 인한 질병의 양상, 그리고 예방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죠. 

    여러분은 요리를 하다가 또는 면도를 하면서 날카로운 도구에 베인 적이 있으시죠. 하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는 곧 멈출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가 찢긴 부위를 복원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혈이 일어난다는 것은 혈액에 들어있는 혈소판의 기능이 작용해서죠. 자상의 깊이가 혈관까지 들어가면 곧이어 찢긴 부위에 혈소판이 모여들어 뭉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혈소판 마개’라고 하는 응집덩어리입니다. 혈액이 바깥으로 유출되면 트롬빈이라는 응고효소가 피브리노겐을 피브린이라는 섬유질로 전환시키고, 이 피브린이 혈소판을 결합해 응고반응을 일으키는 겁니다. 마치 시멘트처럼 자갈을 뭉쳐 순식간에 댐의 터진 구멍을 메우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이렇게 고마운 혈액의 응고작용이 우리 몸 혈관 안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혈전 즉 피떡이 혈관을 막아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산소와 영양공급이 끊긴 조직은 보급로가 차단된 채 괴사되는 것입니다. 

    혈전으로 유발되는 질환은 다양합니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심장혈관을 차단하면 심근경색을, 그리고 다리 쪽 정맥을 막는 심부정맥혈전증, 폐혈관에서 발생하는 폐색전증 등이 대표적인 질환들입니다.

    그렇다면 혈관에 발생하는 혈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혈관은 원래 질기면서도 탄력이 뛰어난 구조입니다. 혈관내피세포가 벽지처럼 혈관을 잘 보호하고 있지요. 이 내피세포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거나, 만들어진 혈전을 녹이는 인자도 생성합니다. 혈소판 응집을 막는 프로스타사이클린, 헤파린이나 혈전용해 성분인 프라스미노겐 액티베이터 등이 대표적인 성분들이지요.

    하지만 혈관이 아무리 치밀한 조직이라도 피부처럼 상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거나, 콜레스테롤과 같은 노폐물이 쌓여 만든 둔덕이 찢겨나가면서 혈액이 유출되는 것이지요. 그 결과, 응집된 혈소판덩어리인 혈전이 만들어집니다.

    혈전은 혈류를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병목부위를 틀어막아 긴박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뇌경색, 심근경색, 폐색전증 등은 모두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잃거나 평생 후유증을 남기는 응급질환들입니다. 

    그러면 혈전이 잘 생기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선 혈류의 흐름이 낮은 사람들입니다. 아무래도 활동량이 부족한 고령자, 입원으로 오랜 병상에 있는 사람들이겠죠. 좁은 비행기 좌석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도 문제가 된다고 해요. 소위 ‘이코노미 증후군’입니다. 

    혈전을 유발할만한 수술을 받은 사람이나 암 치료중인 사람도 요주의 대상입니다. 장기가 외부에 노출되면 그만큼 혈전이 잘 생긴다고 해요. 

    혈전 위험요인 중에는 비만인이나 흡연자는 물론 가족력도 있다는군요. 특히 흡연은 혈압상승을 유도할 뿐 아니라 연기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가 혈관내피세포를 찢어 혈전을 유발합니다. 특히 항혈전인자인 프로스타사이클린 생산을 억제해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고 해요.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단백지질(LDL)도 악당입니다. 활성산소에 의해 변질된 LDL이 혈관 벽에서 산화하면서 혈관내피세포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고령자에게 늘어나는 심방세동도 혈전 발생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입니다.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부정맥질환의 일종입니다. 힘차게 펌핑해야 할 심장이 파르르 떨면서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니 심장 안에 혈액이 고여 혈전을 만든답니다.

    대충 이 정도면 혈전을 예방하는 방법도 눈치채셨을 겁니다. 우선 혈류가 좋아야 하지요. 도로가 넓고, 장애물이 없어야 교통이 원활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식사를 지양하고, 고혈압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심한 운동 후 또는 사우나로 땀을 빼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므로 수분 공급이 필수입니다. 

    걷는 것만큼 중요한 실전수칙은 없을 것입니다. 발바닥을 내디딜 때 족저의 압력으로 혈행이 개선되기 때문이지요. 미국의 CDC(질병통제국)은 심지어 ‘공간이 허락한다면 2~3시간마다 일어나서 걸을 것’을 권장할 정도입니다.

    이밖에도 혈전 예방책으로 ‘옷이나 양말은 헐렁하게, 스타킹 착용은 삼가기’, ‘휴식할 때 가슴보다 6인치 높게 다리 들어올리기’, ‘장거리 운전 시 자세 자주 바꾸기’, ‘소금 섭취 줄이기’, ‘다리 꼬고 앉지 않기’ 등이 추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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