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2. 연 200만명, 6000억원? 효과 ‘뻥튀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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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장 1년 앞둔 레고랜드] 2. 연 200만명, 6000억원? 효과 ‘뻥튀기’ 논란

    강원도는 ‘연 400만’ 까지 전망
    LLKR 측 예상은 ‘연 150만명’
    ‘경제효과 부풀리기’ 지적도

    • 입력 2021.03.18 00:04
    • 수정 2021.05.12 11:16
    • 기자명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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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7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좌)와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우)이 레고랜드 개장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 생중계를 진행했다. (사진=강원도-Gangwon 유튜브 채널)
    지난달 17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좌)와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우)이 레고랜드 개장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 생중계를 진행했다. (사진=강원도-Gangwon 유튜브 채널)

    지자체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는 단연 기대효과다. 낙관적인 기대효과가 부여한 당위성을 기반으로 사업 추진동력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이하 레고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의 기대효과를 오랜 시간에 걸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레고랜드가 개장하면 생산유발효과가 6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2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을 언론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내놓았다.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지난달 17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함께 참석한 강원도정 현안 브리핑 생중계를 통해 "레고랜드 개장 이후 호텔·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면 연간 방문객이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17일 레고랜드 개장과 관련해 열린 강원도 현안 브리핑 생중계 화면. (사진=강원도-Gangwon 유튜브 채널)
    지난달 17일 레고랜드 개장과 관련해 열린 강원도 현안 브리핑 생중계 화면. (사진=강원도-Gangwon 유튜브 채널)

    ◇ 연간 방문객 200만명, '뻥튀기' VS '추정치보다 상회'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장 이후 연간 200만명, 주변 부지의 개발과 함께 호텔·컨벤션센터가 완공되면 연간 400만명 이상이 테마파크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원도가 발표한 레고랜드 연간 예상 방문객 수치가 소위 '뻥튀기'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은 시기의 추정치를 근거로 연간 예상 방문객 수를 크게 부풀렸다는 게 레고랜드 개발 반대 측의 입장이다.

    2014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레고랜드 코리아 기반시설(교량) 조성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DI는 레고랜드가 2016년 개장하는 것을 전제로 테마파크 진입교량(현 춘천대교)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해당 조사를 실시했다.

    KDI는 과거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할 것으로 가정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추세분석 수요예측'과 출발지와 관광지 간 거리나 여행시간이 관광객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분석하는 '중력모형 수요예측'의 산술평균으로 레고랜드 연간 예상 방문객을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KDI는 2016년 179만8201명을 시작으로 개장 15년 후인 2031년 최대치인 187만7957명이 레고랜드를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이뤄진 조사임에도 연간 예상 방문객 수는 강원도 발표보다 12만~20만명 적었다.

    본지 취재 결과, 사업 주체인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LLKR) 역시 연간 200만명에 못 미치는 수준의 방문객을 예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LLKR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추정한 레고랜드 예상 방문객 수치를 정확하게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내부에선 개장 직후 연간 150만명 정도가 레고랜드를 찾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생산유발효과, "6000억원" VS "과장됐다"

    레고랜드 개장에 따른 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원도가 6000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를 산출한 배경은 2018년 11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제안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의 강원도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최 지사는 해당 동의안에 생산유발효과 산출을 위해 2009년과 2010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2개의 산업연관표와 '지역산업 연관표로 본 강원경제의 특성과 과제'라는 자료를 활용했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생산유발효과를 추정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생산유발효과 추정 근거로 활용된 자료들이 발표된 지 10여년이나 흘렀으며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광업이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관광업종의 피해액이 무려 13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춘천지역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남이섬, 소양강 스카이워크, 애니메이션박물관, 강촌 레일파크 등의 방문객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급감하는 등 강원도의 예상대로 레고랜드 개장에 따른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의 자료에 기반해 기대효과를 홍보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며 "기대효과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두고 강원도에 공개적인 토론을 요청한 적만 수차례였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이라도 받아들인다면 적극적으로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레고랜드 건설 현장. (사진=박지영 기자)
    상공에서 바라본 레고랜드 건설 현장. (사진=박지영 기자)

    ◇ '경남 로봇랜드' 사례 되풀이 우려도

    최근 지자체 주도로 조성된 대표적인 테마파크는 2019년 개장한 경남 창원시의 로봇랜드다. 경남 로봇랜드의 사업비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국비 560억원, 지방비 2100억원 등 총 2650억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며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몰렸다.

    경상남도는 로봇랜드가 개장하기 전 연간 예상 방문객이 15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월평균 12만5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9월 개장한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 총 방문객은 12만7730명에 그쳤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폐장했던 기간을 제외한 2020년 3~4월, 8~9월 중 로봇랜드를 방문한 관광객은 10만6477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로봇랜드는 개장 효과마저 누리지 못하며 애초 예상했던 연간 방문객의 11.3% 수준인 17만명이 다녀가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레고랜드 개장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로봇랜드를 필두로 지방 테마파크 조성사업 실패 사례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동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레고랜드와 로봇랜드는 기본 테마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직접 비교하는 게 옳지 않지만, 테마파크가 지역경제의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시·도 차원에서 펼치는 사업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테마파크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대치의 20% 수준만 달성해도 성공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imgiza@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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