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계속 터지는 연예인 학폭 논란, 어떻게 다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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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의 연예쉼터] 계속 터지는 연예인 학폭 논란, 어떻게 다룰 것인가?

    • 입력 2021.03.10 08:45
    • 수정 2021.03.12 06:29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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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요즘 연예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학교폭력 논란이다. 자고 일어나면 1~2명 정도는 학폭에 연루된다.

    지수, 박혜수, 조병규, 최예빈, 김동희, 김소혜, 심은우 등 배우들과 이나은, 차웅기, 현아, 기현, 츄, 현진, 선우, 수진, 민규, 진달래, 요아리 등 가수들이 요즘 학폭 의혹에 휩싸이며 연일 포탈의 메인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네이트판 등 온라인 상에는 연예인의 과거 학폭을 폭로하는 피해자의 글이 올라오면서 날 선 공방이 이어진다. 해당 연예인과 학창시절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폭로가 올라오면 이를 반박하는 다른 동창생의 목격담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매우 어지러운 상황이다.

    배우 지수와 스트레이키즈 현진, ‘미스트롯2’의 진달래 처럼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경우도 있지만 박혜수, 조병규처럼 반전이 되며 흘러가기도 하는 등 애매한 상황도 있다. 당사자와 소속사가 해당 사실을 부인하고 근거 없는 루머나 비방을 계속한다면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경우도 많다.

    학폭 증거와 정황이 확실한 경우, 가해 연예인이 버젓이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진심어린 사죄와 피해자와의 소통 역시 뒤따라야 한다. 이처럼 학폭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높이는 행위로서의 폭로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고교 시절 등 10년도 더 지난 사건도 많아 사실확인이 쉽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법적 확인 절차를 밟는 데에는 긴 시일이 소요되며, 법적으로 해결하다가는 지리한 공방만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연예인 학폭 이슈는 당사자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잘 나갈 때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승승장구하다 갑자기 하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 방송 제작 자체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학폭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국은 해당 연예인을 포기할지, 그냥 안고갈지 선택해야한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의사표현이다. 그냥 안고가면 문제가 없는 것이고, 배제시키면 학폭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채널A ‘하트시그널’ 출연자들이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렌즈’는 상습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김현우와 학폭 논란이 일었던 이가흔을 등장시켜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학폭 의혹을 제기한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박혜수는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KBS금요드라마 ‘디어엠’의 첫 방송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룹 내 왕따 및 학교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에이프릴 나은은 자신이 출연하고 있던 각종 광고들이 사라지고 있고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며 60% 정도 촬영이 진행됐던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도 교체됐다.

     

    KBS 사극 ‘달이 뜨는 강’의 경우는 온달 역을 맡은 지수가 학폭을 인정하면서 갑자기 하차했다. 평강(김소현)에게 순수한 사랑꾼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온달을 연기하는 배우가 학폭이라면 극에 몰입할 수가 없다.

    ‘달이 뜨는 강’은  전체 20부작중 불과 6회가 방영된 상황에서 주연 배우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결방 없이 7회부터 새로 들어온 배우 나인우의 촬영분을 녹여내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KBS와 제작사인 빅토리콘텐츠의 기민한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사인 빅토리콘텐츠측은 “학폭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결방은 막아야 한다. 시청율 10%의 좋아하는 시청자가 있다. 이건 약속이고 책임이다”면서 사전촬영분을 대거 버리는 등 뼈아픈 조치를 취해나갔다.

    이런 유례없는 발빠른 제작진의 대처에 시청자들도 큰 환영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90% 이상 사전제작된 드라마에 남자주연배우 교체라는 상황에서도 대처를 잘해준 제작진에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사극은 PPL이 용이하지 않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물에서 토레타(드라마 협찬을 자주 하는 음료)가 나와도 인정이다” “전쟁터에 ‘배민’ 라이더 나타나도 인정해줄 것이다”, “병사들 투구 LED 마스크 끼고 나와도 보겠다” 등의 글을 올리는 걸 보면 네티즌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재촬영에는 추가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 제작사측은 학폭을 인정하고 하차한 지수와 소속사에 수십억원대의 큰 소송을 제기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한다.

    드라마 PD들과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캐스팅을 할까요? 중고교에 가서 학적부를 떼어보고, 당시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담임선생님을 만나 면담도 해야 할 판입니다”라고 하소연한다.

    혹시라도 방송이 중단된다면 드라마 제작사는 제작비와 해외 판권 등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안게된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학폭 연예인의 하차로 끝날 수 있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이 학폭 논란에 휩싸이면 문제가 매우 복잡하다. 사전 제작되는 드라마들도 많다.

    그곳은 100~200여명의 스태프들이 일하는 삶의 터전이다. 이들에게도 큰 피해가 가게 된다. 해외에도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이 이런 식으로 하이 리스크 사업이 되어서는 안된다. 드라마 제작과 방송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최근 지수와 박혜수 등의 학교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상세히 보도하는 등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K드라마가 글로벌화 되는 과정에서 이런 추문은 우리 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차제에 배우 개인의 사회적 물의로 드라마에 피해를 끼쳤을 경우 위약금 조항을 작품 계약서나 서약서에 지금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삽입하고 연예인 학폭 대책위원회도 만들어 해당연예인, 피해자, 방송국, 제작사의 입장을 다각도로 들어보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연예계에 학원 폭력에 대한 폭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터지면 할 수 없고~”식이어서는 안된다. 소속사가 배우와 계약할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아무나 배우로 영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최근 연일 터지고 있는 학폭 사건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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