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더 괜찮은 나를 위한 마음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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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의 뒤적뒤적] 더 괜찮은 나를 위한 마음 사용설명서

    • 입력 2021.03.08 00:00
    • 수정 2021.03.10 06:55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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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며칠 전 다섯 살짜리 손녀가 맹랑한 말을 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마음은 더 먹으라 하는데 머리가 그만 먹으래”하면서 숟가락을 놓더군요. 마음이란 말은 어디서 들었는지, 마음과 머리는 따로 노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신통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이건 손녀 자랑을 위해 꺼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음이란 게 참으로 요상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떠올린 겁니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훨씬 많이 머리보다 마음에 휘둘립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잘못된 줄 알면서도 우기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하고, 욕심을 내기도 하는 등 경우가 적지 않죠. 아니면 뒤늦게 후회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어쩌면 교육이란, 지식을 쌓는 것 말고도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이성의 힘을 키우는 장치 아닐까 하는 맘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그야말로 맘 가는 대로 움직이는 마음을 조정하고 다스리기 위해 철학자, 사상가, 성인들이 나서 온갖 좋은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공부야 연이 닿고 재질이 있는 이가 할 수 있는 것이고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수시로 마음의 장난에 놀아나기 일쑤입니다.

    이럴 때 쓸 만한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 마음이 왜 이래>(크리스토프 앙드레 외 지음, 부키)란 책입니다. 프랑스의 손꼽히는 심리 컨설턴트가 쓴 일종의 ‘마음 사용설명서’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전부 말해버려요’부터 ‘나는 실수투성이에요’까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의 ‘농간’ 100가지에 대해 사례를 들고 전문가 조언을 붙였거든요. 

    이걸 찬찬히 보면 ‘교양이나 상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정치에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만’처럼 ‘마음’과 무관해 보이는 고민도 있지만 대부분 ‘절대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요’ ‘남을 칭찬하는 데 서툴러요’ ‘애교가 없어요’처럼 자신의 심리 상태에 대한 상담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음 직한 고민이어서 꽤나 쓸모 있어 보입니다.

    ‘거절을 못 하겠어요’란 대목을 볼까요? 일에 치여 짜증이 날 정도인데 동료 부탁 때문에 가외 일을 받거나, 옷 가게에서 한번 입어 본 옷이 맘에 들지 않아도 그 옷을 사 들고 나오는 사람…. 이런 이들을 위한 조언입니다. 

    지은이는 먼저 이런 사람들은 “자기 욕망보다 남들의 욕망을 더 중시하거나” “어릴 때부터 부모, 교사, 윗사람에게 거부, 불복의 대답을 금지당했거나” “타자를 배려하고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러고는 ‘내 바람에 귀를 기울여라’ 등 다섯 가지 ‘처방’을 제시하는데 그중 눈에 들어온 것은 ‘말 자체와 말하는 주체를 구분하라’ ‘말을 신중하게 고르자’입니다. 이는 당신의 거절은 어떤 제안이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거부하는 게 아니므로 거절한다 해도 당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좋아, 하지만…” 또는 “싫어, 하지만…”하는 식으로 조건을 달거나 대안을 제시하라고 조언합니다. 확실히 도움이 될 조언으로 들렸습니다.

    이 상담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선인들의 명언입니다. “불복종을 배우는 길은 멀고 험하다.” 역사학자 모리스 라이스퓌스-사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모릅니다만-가 한 말입니다. 더욱 울림이 큰 것은 철학자 알랭의 말입니다.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른 모양입니다. 아무튼 거절은 쉽지는 않지만 꼭 배워야 하는 일인 듯합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책의 목차를 훑어 자기에게 해당되는 고민 상담을 찾아 읽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곁에 두고 이따금 뒤적여 조금씩 위안을 얻으며 마음수련을 하는 방법입니다. 어쨌거나 이야기의 재미가 있는 소설도 아니고, 어떤 주제를 파고든 학술서도 아닌 만큼 단숨에 읽어치울 게 아니라, 전자제품 설명서 보듯 ‘급한 불’을 끄고는 야금야금 보기를 권합니다.

    단 대충 읽어서는 효과가 없을 겁니다. 또 ‘너무 단순해 빠졌어, 뭐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한다면 소용이 없을 겁니다. 지은이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나는 이런 노력을 한 적이 있나? 꾸준히 했던가? 그래서 나는 어떻게 됐지?’라고 스스로 물으랍니다. 그러면 천천히 한 걸음씩 ‘구원’을 향해 갈 수 있을 거라네요. 맞는 말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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