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새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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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새해 인사

    • 입력 2021.03.03 11:23
    • 수정 2021.03.07 16:06
    • 기자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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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은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나태주: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당선*시집「대숲아래서」외 다수. 현,한국시인협회회장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이솝 우화에는 욕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요. 한 예로 까마귀가 훔쳐낸 고기 조각을 물고 나무에 않아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여우가 고기를 빼앗겠다고 작정합니다. 여우는 나무 밑에 가서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큰 새라고 치켜세웁니다. 그런데 고운 목소리만 가졌었다면 틀림없이 너는 왕이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여우의 꼬임에 넘어간 까마귀는 나도 고운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까악-’하고 소리를 내려다가 그만 물고 있던 고기를 떨어트리고 맙니다. 여우는 재빨리 달려가 그 고기를 챙기고는 이렇게 말하지요! “그 좋은 자격에다가 머리마저 좋았더라면 이상적인 왕이 되었을 것인데---.”

    사실 모든 동물은 ‘욕심과 욕망’의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욕심은 때로 화(禍)의 근원이 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옛 이야기를 통해서도 그런 교훈을 수없이 배워 왔습니다. ‘욕심쟁이 혹부리영감’에서부터 자기가 가진 것도 모자라 제비의 다리까지 부러뜨리며 더 가지려고 욕심 부리는 놀부 이야기 등등, 인간 세계는 욕심에서 시작하여 욕심으로 끝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인간세상을 풍자(諷刺)라도 하듯이,

    “새해 인사”라는 이 시는 아주 소박하고 순수합니다. 시상전개가 현학적이거나 현란한 시어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도 않습니다. 어지러운 이 세태에 한 점 욕심 없이 순수한 그 마음 자체가 그저 우리의 마음을 맑고 밝게 해 줍니다.

    세상 것 탐내지 않고 오로지 “햇님과 달님 삼백예순다섯 개”를 “공짜로 받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입니다. 게다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까지 덤으로 받았다고 생각하는 그 심상입니다. 자연이 주는 모든 산물을 시인은 은혜의 선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매일 그 은혜로운 선물을 받고 살면서도 그 고마움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 고마움을 잊은 채 우리는 그 이상의 어떤 ‘욕심’으로 치닫기만 합니다. 속담에 “바다는 채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시인의 말 대로 올해도 “또다시 삼백예순여섯 개의/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자연의 순리와 은혜에 한없이 고마워합니다. 정말로 ‘욕심’을 다 버린 초월적 사유입니다. 덤으로 받는 것도 결코 요행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 노력의 대가(代價)로 찾아오는 복(福)입니다.

    어느 새 설날도 한참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제목처럼 ‘새해 인사’라도 드리면서 살아야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설날에는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도 이웃과도 친지들과도 제대로 대면조차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인연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전화나 문자로라도 ‘새해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서로 오고가는 마음의 위로와 믿음을 주고받는다면 그것 또한 ‘덤’으로 받는 ‘축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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