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환승 불편” “손님 절반 뚝”…노선 변경 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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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환승 불편” “손님 절반 뚝”…노선 변경 뒤 ‘부글부글’

    • 입력 2021.02.25 00:02
    • 수정 2021.05.12 10:57
    • 기자명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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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사거리 건널목에서 어르신들이 마을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준엽 기자)
    24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사거리 건널목에서 어르신들이 마을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준엽 기자)

    "시내버스 노선 개편 실패와 코로나19 장기화가 겹치면서 사실상 고사 직전입니다." (춘천 중앙시장 상인)
    "마을버스가 안서고 환승센터도 너무 멀어서 중앙시장 이용하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중앙시장 이용객)

    춘천시가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중앙시장 등 중앙로 일대 상인과 버스·시장 이용객들이 매출 피해와 불편을 호소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 춘천 중앙시장 교차로 인근 거리. 평소 같으면 인도가 비좁을 정도로 행인이 많은 시간대지만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이 같은 현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것이지만, 이외에도 춘천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역시 악영향을 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일대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유모(68)씨는 "중앙시장은 주로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노선 개편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저뿐 아니라 여기 많은 상인들의 경제상황이 나빠졌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문제의 발단은 2019년 11월 15일 춘천시가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정류장을 일반 정류장과 마을버스 환승센터로 구분하면서 불거졌다. 원래 중앙시장 사거리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은 노선 개편 전 대다수의 노선 버스가 경유했지만 개편 후 읍·면지역 주민이 도심으로 나오기 위해 이용하는 마을버스 환승센터는 이 일대 상권과는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편 후 설치된 버스환승센터에서 중앙시장까지는 약 200여m 정도 떨어져 있었다. 문제는 중앙시장 상권 이용객 대부분이 인근 병원, 저가 식당 등을 이용하는 60~70대 노인층이라는 것이다.

    그중 노인들이 주로 내원하는 인근 재활의학과 의원은 특히 피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A의원 정모 원장은 "오전 8시면 시골 어르신으로 가득했던 의원이 시내버스 노선 개편 이후 텅 비었다”며 “노선 개편 이후 (의원이) 정류장에서 200m가량 멀어진데다 건너야 할 사거리도 생기는 등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활의학과 특성상 고객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인 점을 감안할 때 거리 부담이 매출 하락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시내버스 노선 개편으로 인해 내원하는 환자 수가 하루 평균 20~30명 줄어들면서 월 매출이 평소 대비 절반까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24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상권 일대가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준엽 기자)
    24일 오전 춘천 중앙시장 상권 일대가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준엽 기자)

    고령의 마을버스 이용객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버스 이용객 A(78)씨는 "10년 이상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익숙한 길이었는데 버스 노선이 개편되면서 거리도 멀어지고 건널목도 건너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큰 차(기존 시내버스)를 타다가 작은 차(마을버스)를 타니까 울렁거림도 심하다"고 말했다.

    환승센터와 상권의 거리도 문제지만 읍·면지역 마을버스가 중앙시장 인근에 하루 2~3번 밖에 정차하지 않는 것도 이용객과 상인들의 불만 중 하나다.

    이에 중앙로 일대 상인·의원들은 노선 개편 이후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며 시내버스 노선 개편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 감사 청구서를 지난 23일 강원도에 제출했다. 주민 감사 청구는 인근 명동번영회, 중앙시장상인회 등 총 450명이 서명해 청구 요건을 훌쩍 넘겼다. 이에 도는 서명부와 청구서를 검토한 이후 감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상민 춘천시의원은 “지금 시내버스 공영화 논의보다 시급한 것은 시민들과 시장 상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기형적 버스 노선 개편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1년 전에 이뤄진 버스노선 개편으로 단순히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이 지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춘천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버스 이용객이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무관하게 30~40% 줄은 것”이며 “노선 개편 전에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고 타당성 용역 등도 거쳤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kjy@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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