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영화 ‘승리호’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점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병기의 연예쉼터] 영화 ‘승리호’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점

    • 입력 2021.02.25 00:00
    • 수정 2021.02.26 07:02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라는 점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꽃님이, 박예린)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은 ‘승리호’는 한국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우주 액션과 비주얼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70여년 후인 2092년,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 위성 궤도에 새롭게 만들어진 보금자리인 UTS, 그리고 그사이 우주 공간을 누비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까지 우주로 한국인을 쏘아 올린 새로운 세계관과 화려한 우주 액션이 관객을 압도한다.

    아쉬운 점은 우주공간, SF,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술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승리호’를 대형스크린에서 보지 못하고 안방극장 화면을 통해 시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TV로 보는 게 시각적 쾌감을 즐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코로나19 환경에서 왜 극장 개봉일정을 계속 미뤘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우리도 이제 제법 앞선 VFX(시각적인 특수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영화 기술 발전 측면에서 자랑스럽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할리우드 SF 장르 영화에 버금가는 영상을 구현해낸 셈이다.

    ‘승리호’의 VFX 70%를 담당한 덱스터스튜디오측은 ‘승리호’를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VFX 덱스터는 할리우드의 4분의 1수준인 240억원 수준으로 이질감 없는 ‘때깔’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승리호’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창조한 조성희 감독의 창의력과 1000여 명의 VFX 전문가가 참여해 현실감 넘치는 우주를 구현한 한국 기술력의 정수가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다.

    조성희 감독은 “CG 관련 스태프들과 슈퍼바이저들의 노력으로 완성되었다. 우주 공간에서 물체에 닿는 빛의 느낌과 우주선의 속도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사진=영화 '승리호')
    (사진=영화 '승리호')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개성 만점 캐릭터의 탄생에도 관심이 간다. 우주 SF 장르물에서 한국인의 따스한 정, 재치 등 한국적 정서를 결합시켜 독특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완성했다. 

    허술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조종사 태호(송중기)와 나이는 가장 젊지만 승리호의 브레인이자 전략가 장선장(김태리),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남다른 장래 희망을 가진 잔소리꾼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까지 캐릭터들이 충분한 설명은 없다 하더라도 인간적인 매력들은 갖추고 있다. 

    평소엔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하나의 목적을 향해 화끈하게 뭉칠 줄 아는 보통 사람이자 평범한 노동자들의 친근한 매력이 기존에 봐왔던 우주 SF장르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늑대소년’ 등 전작들에서 순수한 아이를 등장시켰던 조성희 감독이 이번에도 꽃님이, 순이 등 아이들을 우주 SF물에 등장시키니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의 정과 가족, 부성애 등 신파적 요소를 가미해 장르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있다. UTS의 절대적인 지도자로 지구로부터 탈출해 화성으로 새로운 이주를 꿈꾸는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이 너무 전형적인 형태의 악역(빌런)으로 그려지면서 별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마무리된다는 평도 나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공개 첫날만에 16개국 1위, 이틀만에 28개국 1위를 차지한 건 대단한 기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행에 고무적이다.

    지난 7~8일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영화 ‘승리호’는 6일 기준 총점 525점으로 넷플릭스 인기 영화 세계 1위를 차지한데 이어 7일에도 648점으로 1위에 올라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영화가 세계 1위에 오른 경우는 지난해 하반기 ‘#살아있다’가 유일하다.

     

    (사진=영화 '승리호')
    (사진=영화 '승리호')

    코로나19로 인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영화만도 벌써 네 편이나 된다.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승리호’인데 ‘승리호’가 가장 인기가 높은 셈이다.

    장르물, 특히 우주 SF의 스토리는 너무 복잡해도 대중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이미 과거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스토리가 단순하다는 것과 스토리의 디테일이 약하다는 점은 다른 말이다. ‘승리호’가 후자와 관련된 지적은 새겨봐야겠지만 장르물에서도 한국적인 인간미(신파)가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내놓고 있는 콘텐츠의 가장 바람직인 모습은 지역적인 면과 글로벌한 면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한국 역사를 좀비 장르로 풀어낸 김은희 작가의 사극 장르물 ‘킹덤’은 이미 로컬과 글로벌 모두를 만족시킨 바 있다. ‘승리호’도 할리우드 SF 흉내내기를 넘어 독특한 세계관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인가?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