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댁 가족 모임, 신고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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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댁 가족 모임, 신고해 드릴게요"

    지역 맘 카페, 시댁 방문 놓고 설왕설래
    '가족 모임 요구 시댁 신고' 조언에 시끌
    시민 대부분 가족모임 자제...영상통화 대체

    • 입력 2021.02.10 15:52
    • 수정 2021.02.12 08:37
    • 기자명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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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지 42일 된 아이를 데리고 이번 설에 시댁 식구들께 인사드려야 한다고 서울 오라고 하는데 이게 정상인가요? 아기가 힘들어하고 코로나도 무섭다고 했는데도... 저 같은 상황이라면 어쩌시겠어요?"

    "강력하게 못 간다고 신랑한테 말하시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세요. 아기 100일 전에 밖에 나가거나 외부 사람들 만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이기적인 시부모님이네요.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자르세요. 코로나 아니더라도 100일 전에는 안 갔어요. 112에 신고해야겠네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춘천 지역 맘카페 '춘천맘모여라'에 게시된 회원 간 문답이다. 11일 시작된 설 연휴를 둘러싸고 맘카페 등 지역 온라인커뮤니티가 달아 올랐다. 이번 연휴엔 직계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면 5명 이상 모일 수 없다. 방역수칙을 어길 경우 1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며느리·주부 등 주로 여성들의 하소연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 회원이 "시댁 눈치가 보여 5인 이상 금지 수칙을 어겨서라도 시댁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다른 회원이 이를 받아 "시댁 주소를 알려주면 내가 대신 신고하겠다. 한번 걸려 봐야 정신 차린다"고 일침을 날렸다. "막상 시댁에 안 가려 하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우리 시댁도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상관 없이 기다리고 있다. 걸려도 과태료 내면 그만이라고 한다" 등 'K며느리'(한국 며느리를 뜻하는 신조어)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춘천지역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코로나19 사태에도 시댁에서 방문을 권유한다는 사연에 네티즌들의 성토 댓글이 달려있다. (사진=춘천지역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춘천지역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코로나19 사태에도 시댁에서 방문을 권유한다는 사연에 네티즌들의 성토 댓글이 달려있다. (사진=춘천지역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당국의 방역지침에 따라 연휴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춘천의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안모(24·여)씨는 설 연휴에 본가인 홍천에 가지 않기로 했다. 가족 모두 모이면 5인 이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종교단체(대전 IEM국제학교)가 홍천을 방문했다가 집단 확진판정을 받은 사태도 A씨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그는 설날에 어머니께 세배를 못 드리는 아쉬움을 영상 통화로 달래기로 했다.

     춘천의 택시기사 B씨는 슬하의 1남 2녀가 모두 결혼했다. 명절에 자식들의 아이까지 모이면 4명을 훨씬 초과하므로 '조별 방문'을 하기로 자식들과 계획을 짰다. 연휴 중 춘천에 사는 아들네가 먼저 B씨 집을 찾고, 다음날과 그 다음날 각각 두 딸이 방문할 예정이다.

     직장인 이지은(36·여) 씨는 연휴에 부모님 댁을 찾지 않는 대신 여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유치원에서 아들이 배운 노래와 율동을 연습하고 있다. 설날 당일(12일) 약속한 시간에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에게 재롱을 보여 드리고 세배도 할 예정이다. 이씨의 부모 역시 세뱃돈을 미리 계좌이체로 보내는 등 '비대면 설맞이'에 적응한 모습니다.

     가족모임 형태 뿐 아니라 설 차림상에도 변화가 찾아 왔다. 이마트가 최근 피코크 브랜드의 간편 제수용품 판매량을 지난해 추석 시즌(9월17일부터 2주간)과 이번 설 준비기간을 비교한 결과 이번 설 기간에 이마트는 18.4%, SSG닷컴은 58.5%나 매출이 증가했다. 예전처럼 많은 식구가 모여 음식을 부치고 지지고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만큼 밀키트, 온라인 장보기 등을 통해 간편 제수용품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조아서·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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