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싱어게인’은 어떻게 인기 음악프로그램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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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싱어게인’은 어떻게 인기 음악프로그램이 됐나?

    • 입력 2021.01.27 09:00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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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게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먹방과 음악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먹방, 쿡방 프로그램은 아직 여전하지만 집과 관련된 소위 ‘집방’ 프로그램으로 관심이 조금은 이동했다. 

    코로나19로 집이라는 주거 공간이 더욱 중요해졌다. 또 치솟는 집값으로 ‘탈서울’, ‘자연속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주거공간(히든 스팟)’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구해줘 홈즈’, ‘신박한 정리’, ‘나의 판타집’,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Bye Seoul(바이 서울) 여기, 살래?!’ 등은 제목만 봐도 지향점이 보이는 트렌디 집방 프로그램들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집’을 소개하고 가꾸면서도 요즘 사람들의 삶의 방식, 취향, 코로나 환경에서의 개별화 여행 욕구 등 취향과 문화로 접근하는 라이프스타일적 콘텐츠들이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욱더 늘어났다. 우리에게는 음악예능을 잘 만드는 DNA가 있다. 한국은 세계 50여개국에 포맷을 수출하고 미국 지상파 폭스TV에서도 크게 히트한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의 종주국이다. MBC ‘복면가왕‘은 2015년 4월 5일 시작해 7년째인 현재도 화제성과 대중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스·미스터트롯’의 대박에 힘입어 트롯트를 비롯해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트로트 예능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피로도가 생겼다는 기사들이 나오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대중문화란 히트 공식이 한번 나오면 물이 빠질 때까지 써먹는 것이다. 시청률 10%가 넘는 트로트 예능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아직은 더 공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어렵다면 ‘트렌드 팔로우’라도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새롭게 변화한 환경만은 제작자들이 꼭 알아둬야 한다. ‘슈퍼스타K’와 ‘나가수’ 등 초기 음악 서바이벌 예능 시절에는 출연자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허각 등과 같은 실력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스토리를 제시하면 ‘발굴’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의의를 살릴 수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실력자들이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음악 예능들이 쏟아지고 있다. 출연자의 실력에만 의지하기 힘들어졌다. 이제 만드는 사람의 기획과 연출 방향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 점에서 볼때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은 단연 돋보인다.

     

    ‘싱어게인’은 장르라는 구획을 넘어서는 절묘한 구획을 만들어낸다다. 슈퍼밴드(밴드), 쇼미더머니(힙합), K팝스타(아이돌), 팬텀싱어(크로스오버) 포커스(포크) 등 장르를 표방하는 음악예능과 달리 ‘다시 부른다’는 슬로건 아래 갖가지 음악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슈퍼스타K’ ‘K팝스타’ 팬들도 재밌게 볼 수 있고 ‘슈가맨’ 팬도 볼 수 있다. 장르 오디션에서는 심사기준이 엇비슷하지만 ‘싱어게인’에서는 심사위원의 성분, 취향, 세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탑밴드’의 김종진과 ‘K팝스타‘ 유희열의 공존이 가능해진다. 나이든 심사위원(이선희 김종진)이 “올드하다”고 해도 젊은 심사위원(규현 선미 이해리)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옛날 것인데도 젊은 친구들은 좋아하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시니어 심사위원들이 주니어 심사위원들의 다른 반응에 대해 “아, 그래” “그럴 수 있겠네”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주니어 심사위원들이 주눅들지 않고 반론도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는 ‘다름’을 ‘표출’하면서도 ‘합’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심사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김이나나 종합적 해석을 하며 어디서나 한몫하는 유희열 심사위원장의 심사도 귀기울일만 하다. 

    ‘싱어게인’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기 보다는 참가자 스타일에 대한 의미 부여와 함께 출연자들의 색깔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의 매력을 찾아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기 위해 어떻게 했으면 하는 조언을 곁들인다. 이렇게 해서 30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었다. 그의 애매함은 이제 극강점이 됐다. 

    오직 가창에 집중하게 만든 연어장인(20호), 그루브가 좋은 찐무명 63호, 포효의 멋을 알게해준 헤비메탈 가수 29호, 퍼포먼스 보다 가창이 훨씬 더 좋은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11호, 편안한 음색에 안정적인 포크 느낌이 나는 26호 등도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이 한껏 살아났다.

    물론 과찬과 지나친 의미부여가 간혹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싱어게인’으로 인해 쇼를 보는 관점이 더욱 다양해졌다. “이 친구는 이래서 재미있고, 저 친구는 저런 매력이 있다. 보는 맛이 다 다르다”면서 매력을 살려내 화제성과 대중성을 함께 잡은 ‘싱어게인’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팩트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MC 이승기와 심사위원 규현의 티키타카는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진다.

    두 사람은 긴장 가득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규현이 순간 재치와 적절한 센스로 직구와 변화구를 마구 던져도 이승기는 다 받아내는 전천후 포수다.

     

    이승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흘러가는 감정선의 흐름을 잘 읽어내고 참가자와 심사위원 사이의 중심에 서서 적절한 절충점을 파악하는 토크를 던짐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낸다. ‘싱어게인’은 가수만 발견하는 게 아니라 MC도 발견했다. 이승기는 벌써 대형 MC의 가능성을 보인다고 말하는 예능전문가들이 많다.

    ‘싱어게인’의 ‘다시 부른다’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선다’라는 의미로 위안과 힐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 1월 25일 방송에서는 탑10이 세미파이널(탑6 결정전)에 들어가기 전 명명식(命名式)을 가졌다. 이제는 참가번호가 아닌 본인의 이름으로 당당히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0호 김준휘, 11호 이소정, 20호 이정권, 23호 최예근, 29호 정홍일, 30호 이승윤, 33호 유미, 37호 태호, 47호 요아리, 막내인 63호 이무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저마다 본인의 노래를 부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은 없었지만 심사위원들이 안방 1열 관객들의 몫까지 더해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이제부터 경연은 큰 의미가 없다. 모두가 자신의 색깔과 매력과 이름을 가진 가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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