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집콕하더라도 근육운동만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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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집콕하더라도 근육운동만은 꼭

    • 입력 2021.01.08 00:0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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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요즘 ‘집콕’으로 얼마나 힘드세요. 코로나19 재확산에 한파까지 몰려오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무척 길어졌습니다.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여성이나 어르신들은 동네 산책조차 꺼려하십니다. 이런 분들께 꼭 필요한 건강정보가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선 매일 토픽이 되는 건강정보를 회원들에게 보내는데 지난달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더군요. ‘근육을 낭비하지 말라’라는 제목으로 보낸 기사는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이었습니다.

    기사에선 해외 재활학술저널에 실린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8주간의 근력운동을 한 노인들을 2주간 쉬게 했더니 근육의 약 25%가 소실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운동을 멈추는 것은 마치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것과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근육소실이 건강 뿐 아니라 활동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죠.

    근육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운동선수 외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해요.

    그 배경은 육체노동의 가치를 정신노동보다 낮게 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근육은 현대사회에서 마치 장식품으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땀을 흘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근육은 우리가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근육을 자동차에 비유해 봐요. 근육은 차체에 해당합니다. 차체는 충돌 시 완충역할을 하며 내부의 엔진을 보호합니다. 외상을 당할 때 옷을 하나 더 입고 있는 격입니다. 

    또 골격을 붙들고 있는 근육이 줄면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어깨가 말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장기를 보호하는 갈비뼈 내부 용적이 줄고 그 안에 있는 심장이나 위장·간 등 주요장기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둘째 근육은 균형과 자세를 바로잡아줍니다. 노인들이 잘 넘어지는 것은 균형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발력에 필요한 근육이 쇠퇴한 것도 한 이유입니다. 근육은 크게 지구력에 필요한 적근(지근)과 순발력에 필요한 백근(속근)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노인의 경우, 지근은 그런대로 유지되지만 속근은 퇴화돼 남아있질 않아요. 그러니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재빨리 균형을 잡지 못해 꽈당 넘어지지요.

    셋째 근육은 에너지를 대량 소모하는 공장입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분들이 있죠. 근육이 없으니 칼로리가 소모되지 않아 적게 먹어도 지방으로 계속 쌓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몸이 소모하고 남은 칼로리는 뱃살(내장지방)뿐 아니라 간(지방간)에 쌓이고 혈관을 막아 고혈압과 당뇨병의 근원이 되지요. 근육이 많은 사람은 소위 기초대사량이 높아 휴식시간에도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그러다보니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 되지요.

    넷째 근육은 활동의 근간입니다. 운동량이 많아도 쉽게 지치지 않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피로물질을 빨리 배출하고 혈관을 꽉꽉 짜주니 자연히 혈액순환도 활발해집니다.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는 성인병을 막아주는 장기가 근육이라는 방파제입니다. 

    근육은 온몸에 걸쳐 존재하지만 위쪽 가슴부터 복부와 허리, 그리고 무릎 위 대퇴부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위를 운동선수들이 단련하는 ‘파워 존’이라고 하지요. 노년의 건강은 사실 이 파워 존에 얼마나 근육이 많이 남아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근감소증(sarcopenia)을 정식질환으로 인정해 질병분류 코드를 부여했습니다. 말하자면 근육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WHO가 말하는 근감소증은 ‘노화’(Senility 또는 Aging)와는 다른 ‘노쇠’(Frailty)입니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주름살처럼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것이지만 노쇠는 기능이 소실돼 신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스스로 근감소증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여성의학자인 린다 프라이드 박사는 다음의 5가지 중 3가지만 해당되면 노쇠로 정의할 수 있다고 합니다. 5가지는 △최근 6개월간 5㎏ 이상 체중 감소 △팔·다리를 만지면 물렁물렁함 △열다섯 발자국을 7초 안에 못 걸음 △주 3회 이상 이유 없이 심한 피로감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음 등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근육은 나이가 들어도 자극을 주면 튼튼해진다는 사실입니다. 근육은 섬유처럼 가늘고 긴 세포로 이뤄진 근섬유다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운동은 이 근섬유 조직을 자극해 부피를 키우는 작업입니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뒤에는 알통이 생기죠. 이는 바로 근섬유가 찢어져 나타나는 통증으로 며칠이 지나면 손상된 조직이 아물면서 볼륨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근육운동 효과는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나게 돼 있습니다.   

    근육은 지근과 속근 모두 필요합니다. 지근은 저강도로 오래할 때 강해집니다. 마라토너는 지근이 발달한 대표적인 선수들이지요. 속근은 강한 강도로 짧게 집중할 때 생성됩니다. 보디빌더나 단거리 선수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운동을 꼭 헬스장에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자리 조깅이나 실내자전거, 팔굽혀펴기, 벽에 의지해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계단 오르기도 모두 좋습니다. 

    전문가들은 매주 최소 2회 이상 근육 강화를 권합니다. 집에 덤벨이 있다면 8~12회를 반복하고 잠시 쉬었다가 반복하는 방식으로 3세트 진행합니다. 

    요즘은 유튜브에 홈트레이닝과 관련한 동영상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근육감소가 곧 신체 나이를 먹게 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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