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시 춘천] 1. 르네상스 시대 '활짝'...전국구 카페촌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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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도시 춘천] 1. 르네상스 시대 '활짝'...전국구 카페촌 '우뚝'

    구봉산 자락에 퍼진 그윽한 향
    소양강 물결 타고 도시 곳곳에

    • 입력 2021.01.14 00:02
    • 수정 2021.03.29 16:20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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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이 생겼던 도시가 춘천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00년대 중반에는 커피 테마파크, 커피단지 조성 사업 등이 추진됐지만 아쉽게도 무산됐다. 그러나 2010년 전후 고속도로와 전철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춘천을 찾는 방문객들이 크게 늘었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에 카페촌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춘천에는 500개 가까운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고 주말이면 카페촌 주변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MS투데이는 춘천이 전국적인 커피도시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과 카페촌 현황, 스페셜티 커피 특징, 춘천지역 로스터리 카페(연재) 등을 기획, 보도한다. <편집자주>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기준 국내 커피 산업시장의 규모를 약 7조원으로 추산, 성인의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하루 평균 한 잔씩 커피를 먹는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계가 침체를 맞고 근무형태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여전히 국내 커피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춘천지역 커피 전문점 증가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커피 전문점 증가 추이 (그래픽=박지영 기자)

    커피 전문점도 최근 급성장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전문점은 1만개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6만6231개였던 커피 전문점이 2019년 7만6157개로 집계됐다. 커피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강원도 18개 시·군 커피 전문점도 크게 늘었다. 2018년 기준 강원도 커피 전문점은 2381개였지만 2019년 21.1% 증가한 2883개 확인됐다.

    춘천지역 커피전문점은 2018년 399개에서 2019년 483개로 21.1% 상승했다. 커피 전문점이란 접객시설을 갖추고 볶은 원두, 가공 커피류 등을 이용해 생산한 커피 음료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위에서 밝힌 수치에는 찻집·다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 춘천 ‘이디오피아집(벳)’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 전문점은 춘천 공지천에 위치한 ‘이디오피아집(벳)’이다. 창립자 조용이·김옥희 부부가 1968년 11월 오픈했다. 에티오피아 6·25참전기념비 제막을 위해 춘천을 방문한 하일레 슬라세 황제가 지은 이름으로 황실의 커피생두가 외교 행낭으로 전해진 곳이기도 하다. 원두커피가 잘 알려지지 않은 무렵 대학생들로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명성을 얻었다.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이디오피아 커피만 1260잔이 팔렸다는 후문이 있다.

     

    춘천 공지천에 위치한 한국 최초 로스터리 전문점 '이디오피아집'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공지천에 위치한 한국 최초 로스터리 전문점 '이디오피아집' (사진=박지영 기자)

    국내에 원두커피가 생소했던 시절부터 자리를 지켜온 덕분에 커피를 맛보면 내공 깊은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흐르는 강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이 만들어낸 춘천 구봉산·소양강댐·서면 카페촌

    춘천에는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구봉산, 인공 호수인 의암호의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서면, 소양강댐 하류의 운치를 즐기며 닭갈비를 즐길 수 있는 신북읍 닭갈비촌 등에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춘천 구봉산에 위치한 산토리니 카페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구봉산에 위치한 산토리니 카페 (사진=박지영 기자)

    구봉산은 중앙고속도로 춘천방향을 나와 소양강댐쪽을 향하다보면 나오는 가장 높은 봉우리의 산이다. 이 산 중턱을 감싸듯이 돌아가는 도로 양쪽에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이곳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산토리니'와 구봉산전망대 등이 들어서면서 춘천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처,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해졌다. 이후 카페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구봉산 라인에만 커피전문점이 20여곳에 달하는 춘천의 대표 카페촌으로 성장했다. 

    신북읍에는 소양강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닭갈비 음식점들이 문을 열면서 닭갈비촌이 들어섰고 자연스레 소양강댐 하류를 중심으로 카페촌이 형성됐다. 서면에도 의암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경기도 양수리에 버금가는 카페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춘천 카페촌 주고객은 수도권 나들이객

    춘천은 2009년 서울춘천고속도로,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수도권 관광객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관광객은 고속도로 개통 전인 2008년까지 500만명대였지만 개통 이후인 2009년에는 680만명으로 증가했고 2012년부터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를 계기로 닭갈비와 막국수가 춘천 대표 음식으로 각인됐고 음식을 먹고 난 후 커피를 마시려는 수요층이 커지면서 커피전문점들도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춘천 동내면에 위치한 카페드볼트220 내부 모습. 
    춘천 동내면에 위치한 카페드볼트220 내부 모습. (사진=카페드볼트220 인스타그램 발췌)

    구봉산 인근에 위치한 카페드볼트220 원경수 대표는 “오픈 초기 손님 비율은 춘천시민 60%, 관광객이 40%이었다면 현재는 관광객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며 “약 2년간 40만~50만명의 관광객이 카페를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과 떨어진 개성있는 카페들이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춘천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고급 커피 수요 증가...로스터리 카페 확산

    카페촌마다 커피전문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이 시작됐고 고급커피로 승부수를 띄우는 카페들이 등장했다. 또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고급 커피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편화되면서 전문 바리스타 못지않게 취향에 맞는 커피 향과 미묘한 맛을 찾아나서는 커피 마니아들이 크게 증가한 것도 로스터리 카페가 늘어나는데 한 몫했다. 최근에는 개인 카페 중심이었던 카페촌에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도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원경수 대표는 “커피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커피 수요가 늘었고 카페촌에도 고급커피를 다루는 카페들이 크게 늘었다”며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식상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확대되는데 한 몫했다. 개성있고 좋은 커피를 차별성 있게 선보이려는 로스터리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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