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26. '클랑포레스트' 김효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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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크리에이터] 26. '클랑포레스트' 김효정 대표
  •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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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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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곰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앞으로 흰 곰을 생각하지마'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흰 곰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고를 억제할 때 오히려 그 사고를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 즉 사고의 반동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생각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요즘 현대인들의 머릿속에는 걱정이 가득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재앙이 닥쳐오면서 취준생에게는 취업난, 직장인에게는 해고, 소상공인에게는 영업금지 등의 상황이 잇따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걱정거리를 탈피해 잠시 숨을 돌리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오감이라 부르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싱잉볼을 연주하고 있는 김효정 대표. (사진=조혜진 기자)
싱잉볼을 연주하고 있는 김효정 대표. (사진=조혜진 기자)

이같이 소리를 통해 스트레스와 번뇌를 잊게 하고 몸의 이완을 가져다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클랑포레스트’다. 춘천시 동내면 대룡산 자락에 있는 클랑포레스트는 소리치유전문가 김효정 대표가 운영하는 치유문화공간이다. 그는 숲 가운데 고요한 장소에서 싱잉볼, 코시, 스루티박스, 공 등으로 소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치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설한 정규프로그램으로는 악기의 소리, 진동을 통해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는 ‘소리이완 프로그램’이 있고 뱃속 태아와 엄마가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기획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생애주기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 세대별 맞춤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만큼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11월에는 ‘나는 지금 숨 쉬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춘천 청년들에게 쉼을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6시간 동안 ‘함께하는 점심-나와 단둘이-사운드테라피-안전한 대화’ 순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김 대표가 제작한 워크시트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자연이 가득한 클랑포레스트 공간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즐겼다. 이후 편안한 자세로 악기의 소리, 진동에 집중하며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항상 “가치판단을 하지 말고 소리를 느껴보자”는 말로 프로그램의 포문을 연다. 참여자들이 걱정거리나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온전히 감각적인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참여자들의 기침소리, 숨소리, 코골이소리도 모두 치유의 소리가 된다. 클랑포레스트 실내 공간에서는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다. 그는 “산중에 있어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이기도 했고 외부의 연락에 방해받는 것을 막기 위해 그대로 뒀다”고 했다.

 

김효정 대표가 사용하는 싱잉볼, 코시, 스루티박스, 공. (사진=조혜진 기자)

2008년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음악치료를 공부한 김 대표는 독일공인음악치료사 자격을 취득한 후 독일 비스바덴의 AWO 요양병동에서 음악치료사로 일했다. 당시 그는 중증 환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소리를 통해 긴장을 완화해주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일례로 뇌 손상 환자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긴장을 늦추는 것이 생사의 당락을 가르는 일이다.

또 뇌성마비 환자들은 근육이 오그라들어 손이나 발에 힘이 꽉 쥐어지는 경향이 있다. 김 대표는 그들에게 싱잉볼을 두드려 공명하는 소리를 들려주고 싱잉볼을 환자의 신체와 맞닿게 해 진동을 전달하는 치료를 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굽었던 손가락, 팔 등이 펴지는 등 신체 활동이 개선됐다. 그는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싱잉볼을 활용한 긴장 완화 치료법에 집중하게 됐다.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일반인들에게도 음악치료의 효과를 전하기 위해 올해 클랑포레스트 치유문화공간을 오픈했다. 특별히 춘천에 공간을 연 이유로 그는 “귀국 이후 춘천에 여행을 왔다가 석사천과 그 주변을 걸어다니는 사람들, 푸른 하늘의 조화로운 풍경에 반해 춘천으로의 이주를 결심했다”고 했다. 또 “춘천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숲이 가득한 환경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클랑포레스트 공간을 둘러싼 숲. (사진=조혜진 기자)
클랑포레스트 공간을 둘러싼 숲. (사진=조혜진 기자)

그는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는 각자에게 맞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쉼의 방법을 제공하려 한다”며 “꼭 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매개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치유, 휴식과 관련된 활동으로 춘천 예술가와의 협업, 주변의 숲을 활용한 원예치료 등을 구상하고 있다. 치유라는 하나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또 “음악치료 방법을 어디서든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목소리를 활용하는 음악치료 방법을 소개했다. 바로 ‘스루티박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스루티박스는 풍금과 같이 바람을 활용한 악기인데 여기에 목소리를 얹어서 즉흥연주를 하면 된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활동이 자존감, 자아효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클랑포레스트의 ‘클랑’은 독일어로 '소리'를 의미한다. 이는 김효정 대표의 닉네임이기도 하다. 그는 “클랑포레스트가 추구하는 가치가 나와 동일하다”며 “클랑포레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똑바로 선 나무들이 더 잘 자라는 것처럼 혼자서 바로 설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자 밀턴 에릭슨은 치료와 치유를 다른 작용으로 설명한다. 그가 말한 치료는 외부로부터 비롯된 회복이고 치유는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회복이다. 이처럼 김 대표는 그만의 소리를 만드는 치료법으로 사람들에게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나는 쉴 수 있는 거리를 제시하는 것뿐이고 이를 느끼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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