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로컬푸드] 정성으로 빚은 전통주, 춘천 '호수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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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로컬푸드] 정성으로 빚은 전통주, 춘천 '호수양조장'

    • 입력 2020.12.21 00:01
    • 수정 2023.09.07 12:33
    • 기자명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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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로컬푸드’를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호수양조장 내부. (사진=조혜진 기자)

    춘천시 효자동에 춘천의 깨끗한 물, 맛 좋은 소양강쌀 그리고 지역 전통문화를 활용해 술을 빚어내는 곳이 있다. 바로 호수양조장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통해 전통음식 공부를 해온 최경자 대표를 중심으로 전통주 소믈리에, 카누 제작자 등 5명이 모여 만들었다. 최경자 대표는 “5년 전부터 전통주를 만들어 주변인들에게 시음을 부탁하거나 선물로 주면서 상품성을 높였고 그러던 중 춘천관광두레의 도움을 받아 양조장을 차리게 됐다”며 시작 배경을 얘기했다.

    호수양조장에서 만드는 술은 크게 ‘섬술’, ‘유하주’ 라인으로 나뉜다. 섬술은 전통 막걸리 주조 방식을 활용한 탁주고 유하주는 탁주를 맑게 걸러낸 청주다. 섬술은 춘천의 아름다운 4개 섬을 여행한다는 뜻을 담아 이름 지었다. 유하주는 생쌀을 발효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지나면 농익으면서 색이 붉어지는 특성이 있다. 또 유하라는 이름 자체가 ‘흐르는 노을’이라는 뜻을 갖고있다. 이 때문에 패키지에 붉은 노을 디자인을 적용했다.

     

    호수양조장에서 만든 '섬술', '유하주'. (사진=조혜진 기자)
    호수양조장에서 만든 '섬술', '유하주'. (사진=조혜진 기자)

    일반 막걸리 도수가 보통 4~7도인 것에 비해 섬술은 12도, 유하주는 15도다. 이런 차이는 물을 얼마나 섞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 대표는 “도수 12도의 술이 7도가 되려면 물을 40% 섞어야 하는데 그러면 맛이 싱거워져 별도 첨가제가 필요해진다”며 “호수양조장은 쌀, 누룩, 정제수만으로 별도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는 고농도의 술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유하주는 전통주가 농익으면 생기는 끈적함조차 없는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이라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올해 6월 정식 오픈한 호수양조장은 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통음식과 술을 곁들여 즐길 수 있는 다이닝바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전통주가 대중적인 술이 아니다 보니 재고가 남아 버려지게 되는 일들이 안타까웠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으로 음식과 술을 함께 판매하게 됐다”고 했다. 또 ‘마리아주’(음료와 음식이 어울리는 궁합)에 대해 설명하면서 “술과 음식이 상호보완 작용을 해 서로의 맛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호수양조장은 다이닝 식재료로 춘천의 농식품을 사용하는 등 지역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이를 활용해 건강하고 정성 가득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메뉴인 황제탕은 닭고기, 문어, 버섯, 한약재 등 산해진미를 모두 모아 끓인 것으로 술은 물론 추운 겨울 날씨에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이외에도 오이선, 삼합, 굴전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누룩을 손질하고 있는 최경자 대표. (사진=조혜진 기자)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지만 ‘우리술 빚기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주 양조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초급-중급-고급 단계로 나눠 주 1회, 단계별 4회씩 총 12주 과정으로 운영한다. 양조교육 후 시음시간에는 제조한 술과 최경자 대표의 손길을 거친 전통음식을 곁들여 먹는다. 최 대표는 “사실 시음이라 안하고 관능검사라 한다”며 “술을 마실 때는 맛과 향 뿐만 아니라 색, 촉감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이 관능검사가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라는 그는 “모두가 같은 재료와 방법을 활용해 술을 빚었는데도 다 다른 술이 완성된다”고 했다. 

    규합총서, 수운잡방 등 옛 문헌을 활용해 전통 양조기법을 연구하는 호수양조장은 이러한 전통양조법에 현대양조법을 적절히 섞어 술을 만들고 있다. 최 대표는 “현대양조에서는 쌀을 2시간만 불리라고 하지만 단맛을 높이기 위해 전통방식처럼 쌀을 하루 전에 불려놓는다”고 했다. 하지만 항아리에 술을 보관했던 전통양조법과 달리 현대양조에서는 항아리가 세균이 침투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이용해 세균 침투를 막고 유해균이 생성되지 않도록 적정온도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했다.

     

    호수양조장 브랜드 리플릿
    호수양조장 브랜드 리플릿

    옛말에 ‘탁배기’라는 말이 있다. 이는 큰 사발에 담아 벌컥벌컥 마시던 술을 의미한다. 이처럼 호수양조장은 주민들이 편하게 술을 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격을 매기고 가게 분위기와 음식들을 조화롭게 구성했다. 춘천에 그들이 만든 술이 자연스레 스며들고 ‘탁배기 한잔이면 배불러 일을 할 수 있었던 옛날’처럼 지역민들에게 힘이 되는 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호수양조장은 올해 초 텀블벅 크라우딩펀딩을 통해 춘천뿐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제조한 전통주, 지역 도예가와 협업해 만든 호수주병세트, 술과 패키지로 엮은 춘천여행프로그램 등이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이처럼 호수양조장은 시중에 나갈 만반의 준비가 다 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양조에 집중하고 있다.

    최경자 대표는 “전통주는 곧 민족성”이라 했다. 전통주가 지역의 뿌리가 되고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식재료 자체를 약으로 먹었던 우리의 ‘약식동원’ 문화처럼 건강한 식재료로 술을 빚어 시민분들이 약주로 마시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절기주 프로그램을 운영해 매달 한 번씩 호수양조장 공간에서 모여 춘천의 제철별 식재료로 술을 만들고 나눠 마시는 활동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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