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나눔은 행복입니다" 춘천연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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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나눔은 행복입니다" 춘천연탄은행

    • 입력 2020.12.19 00:01
    • 수정 2023.09.07 12:46
    • 기자명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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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봉사를 위해 모인 정해창 대표(오른쪽)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총동문회 동문들. (사진=김은혜 기자)
    연탄봉사를 위해 모인 정해창 대표(오른쪽)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총동문회 동문들. (사진=김은혜 기자)

    연탄봉사가 있었던 지난 12일 춘천시 동면 하일길에 있는 ‘춘천연탄은행’을 찾았다. 입구 가득 쌓인 연탄과 시커멓게 바랜 목장갑, 요즘 보기드문 지게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춘천연탄은행’의 정해창 대표가 귤 두 개와 따뜻한 커피를 준비한 채 기자를 반겼다.

    2004년 원주연탄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연탄봉사를 시작했다는 ‘춘천연탄은행’은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어르신들에게 일년동안 무료로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어느덧 운영 17년차를 맞은 ‘춘천연탄은행’이 지금까지 기부한 연탄은 500만장 정도로 매년 30만~40만장을 기부한다.

    여름에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묻자 정 대표는 “사람들이 ‘연탄은 겨울에 잠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은 추워지는 10월부터 늦게는 5월까지 연탄을 피운다"며 "연탄기부만 하는게 아니다. 연탄 한 장을 기부하기 위해 행정적인 준비 절차가 많다. 그래서 일년 내내 연탄봉사 준비로 바쁘다”고 말했다.   

    ‘춘천연탄은행’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소중한 민간후원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된다. 정 대표는 “코흘리개 아이가 일년동안 동전을 모아 가져오거나 어르신이 바느질과 파지를 모아 번 돈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 감동적이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탄봉사를 위해 모인 정해창 대표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총동문회 동문들. (사진=김은혜 기자)
    연탄봉사를 위해 모인 정해창 대표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총동문회 동문들. (사진=김은혜 기자)

    정 대표는 “연탄은 어르신들에게 힘든 난방 수단이다. 무거운 연탄을 직접 버려야 한다”며 “한 어르신은 연탄을 갈다 힘이 없어 쓰러지셨다. 그때 뜨거운 연탄이 배에 떨어졌고 화상을 입어 결국 돌아가셨다. 절대 잊을 수 없을만큼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춘천연탄은행’은 자원봉사자들의 소중한 노동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봉사에 큰 차질이 생겼다. 정 대표는 “1년에 5000명의 봉사자들이 연탄을 옮긴다. 코로나19로 80%정도의 일정이 취소됐다”고 답했다. 게다가 올해 춘천에 남아있던 단 하나의 연탄공장마저 폐업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정 대표는 “이제 연탄을 서울에서 구입한다. 연탄 단가가 더 올랐다. 봉사자들이 줄어든 만큼 후원도 줄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양로의 좁은 골목길에 도착했다. 이날 연탄봉사를 위해 정 대표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원총동문회 동문들이 모였다. 이들은 “나눔은 행복이다”를 외치며 봉사준비에 나섰다. 이들에게 정 대표는 연탄의 비밀 4가지를 공개했다. 정 대표는 “첫번째 비밀은 연탄의 무게다. 연탄 한 장은 3.65kg이다. 36.5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준다”고 했다. 이어 “두번째는 연탄 구멍이다. 연탄은 22공탄인데 행복을 한자로 쓰면 22획이다. 연탄은 행복 그 자체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세번째는 색깔에 있다. 연탄이 태어나면 까만색이다. 연탄의 몸을 불태우면 가장 멋있는 빨간색이 된다. 다 타고나면 하얀색이 되지만 사랑은 영원하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은 ‘행복’이다. 연탄이 들어오면 어르신들은 ‘만세’를 외친다”고 설명했다.   

     

    쌓여가는 연탄에 눈시울을 붉히는 할머니. (사진=김은혜 기자)
    쌓여가는 연탄에 눈시울을 붉히는 할머니. (사진=김은혜 기자)
    연탄을 쌓는 자원봉사자. (사진=김은혜 기자)
    연탄을 쌓는 자원봉사자. (사진=김은혜 기자)

    연탄봉사 지역은 대부분 차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은 연탄 6장, 여성은 4장을 지게에 지고 이동한다. 두명은 연탄을 지게에 싣고 두명은 연탄을 쌓는다. 이날은 800장의 연탄을 200장씩 총 4곳에 기부했다. 정 대표는 “연탄을 지게에 싣는 게 서툴면 ‘덜그럭’ 소리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연탄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걸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연탄봉사자 정한용씨는 “많은 분들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보살피며 행복한 세상을 추구했으면 좋겠다”며 “어르신들이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뿌듯하고 눈물이 나온다”고 밝혔다.

    봉사 전부터 연탄걱정에 거리를 서성이던 할머니도 “연탄이 있어 춥지 않다.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말 좋은 사회는 ‘연탄봉사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정 대표는 “어르신들이 ‘연탄이 없으면 우린 죽어’라고 말하신다. 연탄이 생명을 지키는 운동도 되는 것 같다”며 “연탄의 도움이 필요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은혜 기자 keh113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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