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 춘천시민들은 크고 작은 각종 이슈에 울고 웃었다. 특히 연초부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춘천지역도 강타하며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일상을 집어삼켰다. 또 지난 늦여름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로 든든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던 경찰관, 새내기 공무원, 든든한 가장 등 지역사회의 파수꾼들을 떠나보내기도 했다. 20년 만에 분구로 치러진 총선으로 두 명의 국회의원이 탄생, 21대 국회에서 춘천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양날개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다가오는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앞두고 다사다난 했던 올 한해 춘천지역 5대 뉴스를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3. 20년 만에 분구로 치러진 총선
지난 4월15일 치러진 21대 총선 기간 초미의 관심사는 '춘천 분구'와 '강원 9석' 증석이었다.
한때 14석의 의석수를 갖고있던 강원도는 현재 8석까지 줄어들었다.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배정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5개 시군이 포함된 공룡선거구가 2곳이나 존재했다. 이는 강원도의 면적과 지역정서와 현안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강원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기존 강원 8석을 유지하는 동시에 춘천을 갑과 을로 구분해 강원 1석을 늘려 9석으로 획정해달라는 안을 총선 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획정에 재획정..결국 분구 됐지만 '누더기 선거구' 오명
선거구 획정위는 강원도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기존보다 더 황당한 안을 제시했다. 춘천은 갑,을로 분구하되, 춘천을 포함해 기존 강원도 8석을 유지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춘천은 20년 만에 갑과 을로 단독 분구가 획정됐지만 나머지 선거구의 경우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이 묶인 사상 초유의 공룡 선거구가 탄생,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었다. 해당 선거구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횡'으로 놓았을때 '접경지역'이라는 동질성 외에 시급 현안, 지역 정서 등이 모두 다른 곳이었다. 영남권으로 가정했을 때 경남·북이, 호남권의 경우 전남·북이 한 선거구에 포함되는 괴이한 일이었다.
이내 강원지역에서 "강원도민을 우롱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선거구 획정위는 재획정안을 마련했다. '강원 9석'이라는 대의제가 수용되지 않는 한 어떤 획정안도 강원도의 현실과 맞지 않은 선거구가 획정될 가능성이 높았던 가운데 이번에는 춘천이 정을 맞았다.
획정위는 춘천과 철원, 화천, 양구 등 강원북부 접경지역을 한데 묶어 갑, 을로 분구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춘천 선거구는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춘천-철원-화천-양구 을'로 나눠지게 됐다.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에 속한 지역은 △춘천시 동산면 △신동면 △남면 △동내면 △남산면 △교동 △조운동 △약사명동 △근화동 △소양동 △후평1동 △후평2동 △후평3동 △효자1동 △효자2동 △효자3동 △석사동 △퇴계동 △강남동 등으로 사실상 선거구명처럼 접경지와는 상관없는 춘천지역으로 구성됐다.
'춘천-철원-화천-양구 을'은 △춘천시 신북읍 △동면 △서면 △사북면 △북산면 △신사우동 △철원군 일원 △화천군 일원 △양구군 일원을 묶어 하나의 선거구가 됐다.
강원도 수부도시인 춘천과 인구소멸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북부 접경지역을 묶는 ‘누더기’ 선거구 획정에 지역사회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지만, 획정안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일찌감치 접경지역에 출마를 도전하며 표밭을 다지고 공약을 내세우던 더불어민주당 정만호 후보와 당시 미래통합당 한기호 후보가 갑자기 춘천 공약집을 마련하는 등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선 초기 키워드 '반(反) 김진태'
이렇게 논란 속에 시작된 선거전은 3선에 도전하는 현역 김진태 의원을 막아서겠다는 범여권의 후보들의 '도전'으로 치러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진태 의원을 막아서기 위해 춘천지역 민주당의 적자로 일컬어지는 허영 당시 도당위원장과 고위관료 출신의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이 나섰다. 이들 두 후보는 당초 춘천 분구안으로 선거구 획정이 됐을 경우 사이 좋게 갑, 을로 나눠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춘천 지역구가 인근 철원, 화천, 양구와 붙어 '괴물 선거구'가 되면서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당시 허영 예비후보는 대표 공약인 춘천호수국가정원 유치 공약을 시작으로 △평화인터체인지 조성 △GTX-B노선 연결 △북춘천역사 신설 등의 청사진을, 육동한 후보는 '전국 최고 교육지대' 조성을 비롯해 △미세먼지 저감 위한 녹지축·바람길 구축 △감염병 예방·관리체계 선진화 △지형 감안 기존 도시계획 보완 등의 공약을 내세워 대결했고, 승자는 허영 예비후보에게 돌아갔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하다가 '민주계 대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허 후보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비서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도당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주로 정치 일선에서 정무 감각을 익혀왔다.
특히 춘천에서는 지난 20대 총선 현역 김진태 의원에게 아까운 스코어 차로 패하는 등 이번이 국회의원 세번째 도전이었다. 한편 범여권인 정의당에서는 엄재철 후보가 일찌감치 본선에 진출, 3선 도전의 김진태, 여권의 도전자 허영, 진보진영 엄재철의 3파전 본선 대결이 확정됐다.
춘천·철원·화천·양구 을 선거구의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강원도경제부지사를 지낸 정만호 후보와 역시 3선에 도전하는 미래통합당 한기호 후보의 '리턴매치'가 10년 만에 성사됐다.
◇'허영', 세 번의 도전 끝 승리
선거구 획정 논란, 코로나19 확산세 등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진 본선은 사실상 현역의 김진태 후보와 도전자 허영 후보의 양자대결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초반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당시 선거분위기에서 김 후보는 정부의 중국인 입국 관련, 마스크 기부 등을 놓고 맹공을 퍼부었고 허 후보는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친나라' 등 김 후보의 과격한 발언을 꼬집으며 '품위'를 걸고 넘어졌다.
공약 부분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두 후보 모두 MS투데이가 지난 연초 중점보도한 바 있는 'GTX-B 노선 춘천 연장안'을 머릿공약으로 들고 나와 '선후 공방'을 벌였다. 중후반부에는 선거양상이 혼탁하게 흘러가기도 했다.
김 후보는 허 후보가 대학생진보연합과 연대해 선거방해를 모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허 후보는 이에 "구태정치와 공작정치"라고 맞섰다.
운명의 4월15일, 출구조사에서 방송3사(KBS·MBC·SBS)가 4.15 총선이 실시된 15일 오후 출구조사를 한 결과,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을 선거구에서는 미래통합당 한기호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영 후보는 최종 6만6932표(51.32%)를 얻어 5만7298표(43.93%)를 얻는데 그친 김진태 후보를 제치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을 지역구에서는 한기호 후보가 정만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허 후보는 당선 직후 MS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21대 총선에서의 당선은 개인적인 승리보다는 춘천시민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허 후보는 21대 국회 입성 이후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 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에 선임돼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머릿 공약인 춘천호수국가정원과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관련 입법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