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술 한 잔 걸쳤는데 갑자기 소변이 안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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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술 한 잔 걸쳤는데 갑자기 소변이 안나와요~

    • 입력 2020.12.12 00:00
    • 수정 2020.12.12 13:24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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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얼마전 제 가까운 지인이 화장실에서 낭패를 겪었다고 해요.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날 저녁 친구와 술 한 잔 걸쳤는데 사단은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소변이 마려운데도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진땀이 나고 복통을 느낄 정도로 방광이 차오르자 그는 결국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이른바 ‘급성 요폐’로 중년 이후 남성에게는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었지요.

    방광은 어르신들이 ‘오줌보’라고 얘기하듯 소변을 담아놓는 자루같은 기관입니다. 위로는 2개의 관(수뇨관)을 통해 콩팥에서 걸러낸 소변이 들어오고 아래쪽엔 소변이 빠져나가는 배뇨관이 하나 있지요. 그리고 방광 벽엔 센서(신경)가 있어 소변이 어느 정도 차면 뇌에 정보를 전달해 개폐를 결정합니다.

    방광에 담을 수 있는 소변의 양은 대체로 500㏄ 맥주잔 하나 정도입니다. 그런데 급성 요폐로 오줌길이 막히면 2000㎖까지 찬다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거의 실신지경이지요.
     
    방광이 팽창할 수 있는 것은 위나 대장처럼 근육조직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리의 피부가 늙어 주름이 생기듯 방광도 조직이 느슨해지거나 늘어져 탄력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방광의 짜주는 힘이 약해져 오줌이 방광에 고이는 저류현상이 나타납니다. 나이가 들면 소변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남는데 이는 전립선 비대로 인해 요도가 좁아진 탓도 있지만 한편으론 방광의 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50~100㎖의 오줌이 남아 방광의 용적을 늘리고 이런 현상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해요.
      
    이렇게 방광의 신축성이 떨어지는데다 날씨가 추워 요도관이 좁아지면 급성 요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면 찰수록 요도입구가 잘 열리지 않아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지요.

    지인은 응급실에서 소변을 인위적으로 빼내는 요도관을 꽂아 한숨 돌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방광의 노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숙명 같은 것일까요. 비뇨기분야를 전공하는 방광 명의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방광도 근육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예방하면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첫째는 방광조절 운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골반 근육을 조여 방광을 수축하는 훈련으로 여성의 케겔운동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항문을 조이고 잠깐 멈추는 방식으로 하루 10회씩, 1회에 3세트를 권합니다. 케켈운동은 다른 사람이 눈치챌 수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니 누웠을 때 또는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웃을 때나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새는 요실금에 좋으니 갱년기 이후 여성에겐 권할 만합니다.  

    둘째, 소변을 참는 것도 도움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지나치게 자주 방광에 오줌이 차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소변이 방광에 넘치면 신장으로 역류해 콩팥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소변의 잔유물이 엉겨 방광결석을 만들기도 합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큰 방광결석 무게는 무려 4.7파운드(약 2.1㎏)나 됐다고 해요. 이밖에도 방광이 너무 이완되면 탄력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첫 번째 요의가 나타났을 때는 참았다가 다음 요의를 느낄 때 소변을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권합니다.
       
    셋째, 카페인처럼 방광을 자극하는 음료는 섭취하지 않도록 해요. 카페인은 소변량을 늘리기도 하지만 방광의 센서를 자극해 자주 요의를 느끼게 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하루 소변 회수는 6~8회라고 해요. 그러니 24시간 내에 그 이상, 또는 밤중에 2회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린다면 배뇨일지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하루 섭취하는 물의 총량과 음주 여부, 약물 복용, 음료, 운동 등을 말입니다. 

    건강을 위해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라고 권장하지만 꼭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평균 소변 회수가 늘어난다면 불필요하게 섭취한 물이 많다는 뜻일 수도 있거든요. 

    네 번째가 아주 중요합니다. 방광암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흡연입니다. 혹자는 담배와 방광암이 무슨 관계일까 하고 의문을 하는 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담배를 피우면 화학물질이 폐를 통해 혈액으로 유입됩니다. 혈액은 온몸을 순회하다 콩팥에서 걸러지고 이곳에서 불필요한 오염물질이 소변으로 배출되지요. 그러니 소변에는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유해물질이 방광 조직을 손상시키고 그 결과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역학적으로 남성 방광암의 50~60%가 흡연이 원인이라고 해요. 다행인 것은 금연을 하면 1~4년 내에 방광암 발생위험률이 절반 이하로 준다고 하니 가능하면 서둘러 금연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립선비대증을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전립선은 나중에 별도로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남성의 급성 요폐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소변줄기가 약해졌거나 자주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그럼에도 잔뇨감이 있다면 이번 겨울을 넘기지 말고 비뇨기 전반을 점검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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