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에 맞는 혁신적 창업 생태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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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강원에 맞는 혁신적 창업 생태계 만들기

    • 입력 2020.12.08 00:00
    • 수정 2020.12.08 18:54
    • 기자명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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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코로나 역병으로 온 나라가 우울한 세밑을 맞고 있다. 지역 경제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내년이면 좀 다를까 기대해 보지만 앞길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뭔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지, 그러려면 어떤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할지 자문하게 된다.

    강원도는 과거 석탄산업으로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연료 구조가 바뀌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이래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해 왔다. 이제라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혁신적 기업과 기업인이 일하기 좋은 공간과 문화를 만들어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톱다운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지역에 적합하고 꼭 필요한 전략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국비 확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부가 그려주는 분홍빛 청사진만 따르다 보면 자칫 비효율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전략산업을 키우라고 하면 전략산업에 매달리고, 특화산업을 키우라고 하면 특화산업 전략을 세우고, 혁신도시를 준다고 하면 혁신도시를 놓고 경합하면서 정작 우리 지역에 맞는 생존전략-성장전략을 모색하는 것에는 소홀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하기 식으로 나설 게 아니라 강원도가 가진 강점들에 집중해야 한다. 국비 따오기나 대기업 유치도 좋지만 강원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찾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중앙정부에 먼저 요구해 나가는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경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강원도 경제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혁신적 아이디어는 고립 상태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혁신적 생산을 위해서는 적절한 생태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 기술기업의 성공은 근로자들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기업을 둘러싼 전체 지역 경제에 달려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잘 나가던 제조업 중심 도시들이 새롭게 성장하는 도시들에 의해 서서히 대체돼 가고 있다.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가 썰렁해지고,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조용한 카운티였던 마운틴뷰 근처가 실리콘밸리라는 세계 경제의 심장부로 대체된 것이 이를 상징한다. 한국도 조선과 철강 기계산업이 약해지면서 울산과 포항, 마산, 창원 등 전통적 경제 거점도시들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판교 테크노밸리가, 구로공단을 대체하는 가산디지털단지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상암동은 디지털콘텐츠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공업구조가 혁신과 지식생산을 위주로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일자리도 혁신 부문에서 훨씬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소프트웨어, 생명과학 분야의 일자리 성장률은 여타 부문 전체 일자리 성장률보다 8배 이상 높았다. 이제 가장 큰 부가가치를 내는 것은 원료나 자재가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다.

    아이폰에 634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애플은 콘셉트와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외주로 맡기는데 한 대 팔 때마다 110달러씩 이익을 가져간다. 반면 제조업 분야의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도시와 도시 간에 승자와 패자가 생겨나고 있다. 전통적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 간 경쟁이 주도했다면 ICT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도시 단위 혹은 지역 단위의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

    어느 한 지역에 혁신적인 기업이 하나 생기면 그걸 바탕으로 점점 더 똑똑한 인재들이 모이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새로운 창업과 혁신을 일으키게 되고, 그러면서 그 지역 전체가 점점 블랙홀처럼 인재와 돈을 끌어모으게 된다. 일자리 문제를 대기업 유치로 한 방에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런 일은 매우 어렵고 실제 그게 지역 경제에 장기적으로 선순환 생태계 만들어 줄지도 의문이다.

    그보다는 청년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자기가 사는 지역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활용해 외지인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지역의 콘텐츠를 만들어 그걸 비즈니스화하는데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덤비기보다는 지역의 가치를 높여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하고 자연스럽게 상권이 발달하면서 일자리도 많아지는 쪽으로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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