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인터뷰] 헌혈 642회, 춘천 '헌혈왕' 이순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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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 피플’ 인터뷰] 헌혈 642회, 춘천 '헌혈왕' 이순만씨

    • 입력 2020.11.15 00:01
    • 수정 2023.09.07 12:49
    • 기자명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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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헌혈왕, 이순만씨. (사진=조혜진 기자)
    춘천 헌혈왕, 이순만씨. (사진=조혜진 기자)

    이순만씨는 헌혈을 642회나 한 춘천을 대표하는 헌혈왕이다. 현재 헌혈의집 춘천명동센터에서 헌혈도우미 봉사도 하고 있으며 이밖에 다수의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7월 국민추천포상을 통해 국민포장을 받았다.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적십자 방울봉사회를 구성, 20여년 동안 총무-회장-고문을 거치며 헌혈 관련 활동들에 앞장서고 있다.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에도 활발히 동참하고 있으며 춘천 의용소방대에서 20여년간 근무했다. 춘천에 연탄은행이 생긴 후에는 연탄봉사에도 참여하고 있고 지적장애인을 돕는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1976년 대학교 1학년 때 헌혈을 처음 접한 그는 ‘어지럽다’, ‘아프다’는 친구들과는 달리 멀쩡한 자신을 보며 헌혈에 대한 걱정을 물리쳤다. 그는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한 O형 혈액형인데 대학 졸업 후 취직한 탄광촌에서 사고가 생겨 수혈이 필요할 때마다 그들을 살리자는 뜻으로 자원 헌혈하곤 했다. 당시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지인들이 부탁할 때마다 헌혈하는 식이었다. 이후 이라크에 6년 동안 파견돼 건축 일을 하다가 1990년 귀국하고 춘천에 자리잡으면서 주기적으로 헌혈을 시작하게 됐다. 

     

    헌혈을 방금 마친 이순만씨. (사진=조혜진 기자)
    헌혈을 방금 마친 이순만씨. (사진=조혜진 기자)

    춘천에서 방울봉사회를 꾸려 헌혈과 헌혈 캠페인을 병행하던 어느 날, 백혈병을 앓던 어린 딸의 부모로부터 헌혈증서를 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와 그때부터 헌혈증을 모아 필요하신 분들께 나눠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헌혈증서는 헌혈 1회당 1개씩 지급되는 것으로 병원을 통해 헌혈증 1개당 무료로 혈액 1팩을 받을 수 있다. 그는 헌혈에 참여해 받은 선물도 나눔한다. 학용품이나 손톱깎이, 휴대용세면도구 등을 모아뒀다가 명절이나 연말 때 불우이웃에게 보내드리는 식이다. 

    그는 주말마다 헌혈의집 춘천명동센터에서 헌혈 봉사자로 일한다. 평일에는 건축사무소에서 감리 일을 하고 토요일에는 10시간, 일요일에는 8시간 봉사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평일에는 헌혈자가 적지만 휴일에는 많기 때문에 봉사자가 꼭 필요하다”며 “헌혈자를 안내하고 헌혈 이후에 처리할 일들을 돕고 헌혈 선물이나 컵, 간식 등을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이따금 피켓을 들고 길거리에서 헌혈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하고 있다.

     

    헌혈의집 춘천명동센터에서 봉사자로 일하는 이순만씨. (사진=조혜진 기자)

    힘드시지 않냐는 질문에 “도와드리는 게 좋다”고 대답한 그는 예전에는 주말마다 '회사 일을 한다' 거짓말하고 헌혈을 했다. 그는 헌혈 때문에 국내 여행은 물론 외국 여행을 꺼려왔으며 가족들만 여행을 보내는 식으로 지내왔다. 그런데 “100회 헌혈 이후 신문과 방송을 타면서 가족들이 모두 알게 돼 2년 전에 여행을 한 번 다녀왔다”고 웃음 지었다. “몸에 아무 이상이 없고 상도 받고 하다보니 가족들이 ‘너무 과로하지 말고 열심히 해달라’고 한다”며 가족들이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그는 봉사를 하는 이유로 '돕고 싶은 마음'을 얘기했다. 바쁘신 분들은 돕고 잘 모르시는 분들께는 알려드리고 또 헌혈의 긍정적 효과를 퍼트려 헌혈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필요하신 분들께 피가 수혈되도록 하는 모든 과정이 봉사의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아버지의 사업 문제로 어렸을 때부터 어렵게 살았다”는 그는 “얼마나 힘든지 겪어봤고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드리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순만'씨의 헌혈 600회를 기념하는 감사패. (사진=조혜진 기자)
    '이순만'씨의 헌혈 600회를 기념하는 감사패. (사진=조혜진 기자)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이순만씨는 “특별히 아픈 곳도 없어서 괜찮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헌혈을 위해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골고루 먹고 틈나는 대로 운동도 한다. 그는 “금연, 금주는 물론이고 평소 운동을 해 건강한 몸으로 헌혈을 할 수 있고 헌혈증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기 때문에 헌혈 덕을 본 인생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나이로 만 69세면 헌혈을 못한다”며 “그때까지는 계속 헌혈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전국에 피가 부족한 상황이 염려된다”며 “헌혈을 하면 내 몸이 어디가 이상한지 확인할 수 있고 다른 분들께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향숙 헌혈의집 춘천명동센터 센터장은 “항상 옆에서 도와주셔서 어쩌다가 안 오시면 걱정이 된다”며 “항상 많은 의지가 되고 찾게 되는 분이다”고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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