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인터뷰] 춘천 중진 음악평론가 이영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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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 피플’ 인터뷰] 춘천 중진 음악평론가 이영진씨

    동화·희곡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 등단
    전공 살려 음악교사·비평가 길로 들어서
    “모든 예술, 비평 없이는 발전 어려워”

    • 입력 2020.11.16 00:01
    • 수정 2023.09.07 12:49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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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초롱 기자)봄내실버리코더앙상블 창단연주회에서 만난 이영진 음악평론가. (사진=신초롱 기자)
    ​봄내실버리코더앙상블 창단연주회에서 만난 이영진 음악평론가. (사진=신초롱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었던 공연이 하나둘 재개되면서 활기를 띠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최근 춘천에서도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며 공연계에는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클래식 공연에 대한 비평을 내놓고 라디오 진행, 합주단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영진 음악평론가(음악비평가)를 만났다.

    동화와 희곡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한 이 평론가는 음악이라는 전공을 살려 작가가 아닌 음악비평가가 됐다. 본격적인 비평에 발들이기에 앞서 음악교사로 오랜 세월을 보냈던 그는 ‘음악저널’ 편집위원을 거쳐 4년 전부터는 음악평론지 ‘월간리뷰’ 편집위원, 올여름부터는 춘천 KBS 음악FM ‘오후의 클래식’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너희가 교육을 아느냐’, ‘변주곡’, ‘음악의 마법’, ‘소리 여행’, ‘비평을 위한 비평’ 등이 있다.

    불리는 수식어가 많다보니 매일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 않냐는 말에 이 평론가는 “삶을 윤기있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스트레스는 있어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웃었다. 하루 평균 5시간을 방송 준비로 시간을 할애한다는 그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생활 속에서 클래식 음악이 확산됐으면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준비 중인 이영진 음악평론가. (사진=신초롱 기자)
    방송 준비 중인 이영진 음악평론가. (사진=신초롱 기자)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다소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데 왜 그런 것 같냐는 질문에 이 평론가는 그럴싸한 말로 클래식을 포장을 하기보단 “모르니까 어려운 것”이라며 “친근해지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내악곡보다는 교향악곡을 선호하는 편이라는 이 평론가는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웅장하면서 스케일이 큰 곡들을 좋아한다”며 말러, 라흐마니노프, 부르크너 등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의 확산을 위해 꾸준한 비평을 해오고 있지만 국내에서 클래식 음악비평의 입지는 위태롭기만 하다. 20~30년 전만 해도 주요 일간지 지면에는 어김없이 음악비평이 고정적으로 실렸지만 하나둘 사라지면서 비평가들의 입지가 확연히 좁아진 것. 이 평론가는 이유 중 하나로 ‘미디어의 발달’을 꼽았다.

    이 평론가는 비평의 역할은 대중에게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 근거를 통해 ‘옳고 그름’의 가치를 밝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사실 누구나 다 비평가가 될 수 있다”면서 “비평가의 자리가 힘든 이유도 비평가 수준의 안목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비평을 할 정도의 소양을 갖춘 사람이 전문 지식인이나 특정 계층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이제는 따로 전공하거나 전문가를 통하지 않고도 소양을 기를 수 있어 비평가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평론가는 지난해 5월 펴낸 ‘비평을 위한 비평’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날도 “예술에 비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흔적이 남지 않는 음향(음악)을 언어적인 방법으로 남길 수 있는 수단이 ‘비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평론과 마찬가지로 비평가들이 인정한 작품, 배우로 선정됐다는 것을 큰 영예로 생각하는 등 비평가들에 의해 인정받은 것을 우월하게 치는 풍토가 와야 비평문화가 산다”며 “하지만 클래식 음악업계에 이 같은 풍토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또한 “무대 예술분야에 지원이 따르는 것처럼 비평분야에도 대등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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