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탕! 석사동에 울린 총성…들개 포획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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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재구성] 탕! 석사동에 울린 총성…들개 포획작전

    • 입력 2020.10.31 00:02
    • 수정 2021.05.12 11:37
    • 기자명 석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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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살된 들개가 지나간 자리에는 닭 20여마리가 처참하게 죽어있다. (사진=독자제공)
    사살된 들개가 지나간 자리에는 닭 20여마리가 처참하게 죽어있다. (사진=독자제공)

    지난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춘천시 석사동 한 마을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 자리에는 큰 백구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드러누워 있었다.

    이날 오전 이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얼마 전부터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풍산개 한 마리가 닭장으로 칩입, 닭 20여 마리를 물어뜯어 죽이고 달아나다 사살됐기 때문이다.

    ◇ “며칠 전부터 보이던 들개, 닭까지 잡아먹을 줄이야”

    현장을 목격한 주민 A(65)씨는 당시 처참하고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이웃 주민과 함께 이중으로 된 울타리 안에 백봉 오골계, 토종닭 등 닭 40여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던 들개 한 마리가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28일 오전, A씨는 닭장에 20여 마리의 닭이 처참하게 죽어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닭장 한켠에는 들개가 침입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며 살이있는 나머지 닭들은 산속으로 도망가버린 상태였다.

    그 옆에는 닭을 입에 물고 있는 들개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이미 현장에서 닭 한 마리를 먹어치운 후였다. 
     

    사살된 들개가 닭 한마리를 잡아 먹은 후 또다른 한마리를 입에 물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사살된 들개가 닭 한마리를 잡아 먹은 후 또다른 한마리를 입에 물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주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은 마취총으로 들개 포획에 나섰지만 들개는 온 마을을 휘집고 쏜살같이 달아날 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1시간이 흘렀다.

    이 과정에서 들개는 아이들과 시민들이 모여있는 박물관까지 이동했으며 현장에 있던 경찰관을 향해 달려드는 등 위협을 가했다. 결국 들개가 경찰을 향해 달려들었고 경찰은 들개를 향해 실탄 1발을 쏴 사살했다. 이 들개의 크기는 길이가 무려 1m20cm, 무게는 40kg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컸으며 풍산개 종류로 추정되고 있다.

    주민 A씨는 “당시 도망갔던 닭들은 저녁이 돼서 울타리로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 닭들의 울음소리가 달라졌다”며 “들개가 배가 고팠는지 현장에서 한마리를 먹고 나머지 한마리를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마을 아이들이 유치원, 학교에 간 상태라 다행이었지만 만약 들개가 굶주림에 아이들까지 해코지 했으면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B씨도 “해당 소식을 듣고 아이들 걱정부터 났다. 돌아다니기만 할 뿐 해를 끼칠 줄은 몰랐는데 몇십마리의 닭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했다.

    ◇ 도심속 야생 들개 증가...대책은?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6~2019) 동물 포획은 해마다 △2358마리 △3637마리 △3366마리 △4214마리로 늘었다. 올해도 9월까지만 벌써 3218마리가 잡혔다. 특히 이중 절반 이상이 개 포획 출동으로 확인됐다. 개 포획은 최근 4년간 해마다 △983마리 △1891마리 △2009마리 △2296마리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9월 말까지 1674건의 포획이 이뤄졌다.

    이처럼 최근에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야생 들개가 늘어나면서 농작물, 가축 피해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공격하는 경우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런 들개를 처리하는 행정기관의 대책은 애매하다.

    들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기동물’로 본다. 유기된 어미에게 태어나 야생화된 들개들을 ‘유해 야생동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 보니 춘천에서 들개 처리는 '동물보호센터'가 맡고 있다.
     

    키우던 닭 절반이 사라진 닭장을 보며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마을 주민. (사진=석민정 기자)
    키우던 닭 절반이 사라진 닭장을 보며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춘천 석사동 주민. (사진=석민정 기자)

    하지만 동물보호센터에선 들개가 발생하더라도 실질적인 포획 또는 구조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동물보호센터에서는 포획 틀을 구비해 필요한 현장에 설치, 포획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소방 등에서 포획하면 센터에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포획 인력과 장비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마취약 사용의 문제 등 행정적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유기·유실동물을 줄이는게 급선무라고 이야기 한다. 야생 들개의 발생이 주로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면서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춘천 석사동에서 사살된 들개도 어느 날 갑자기 마을에 나타났으며 주민들 사이에선 먹이가 부족해지자 굶주림에 닭을 잡아먹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이미 시행중인 동물등록제도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유기, 유실 동물의 수가 크게 감소할 수 있으며 이 동물들이 야생으로 내몰리는 일도, 그로인한 피해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석민정 기자 suk384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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