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인터뷰] 6. ‘붓 제작 무형문화재’, 박경수 춘천 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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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피플’ 인터뷰] 6. ‘붓 제작 무형문화재’, 박경수 춘천 필장
  •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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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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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은 ‘문방사우(文房四友)’인 붓, 먹, 종이, 벼루를 단순한 필기도구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사우(四友)’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네 가지 도구를 벗과도 같은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 그중 붓은 장례를 치러 무덤을 만들어 주기도 했으며, 붓 무덤 곁에 파초를 심어 붓의 혼을 달랬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선비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춘천에는 이런 애틋한 마음으로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붓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는 박경수 필장이 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4호 박경수 춘천 필장. (사진=서충식 기자)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4호 박경수 춘천 필장. (사진=서충식 기자)

박경수 필장이 붓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1974년이다. 죽세공(대나무를 재료로 물건을 만드는 공예)과 함께 붓을 제작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자연스레 물려받았다. 이후 일교차가 크고, 추운 지방의 동물 털이 윤기가 흐르고 붓 만들기에 적합하다는 아버지의 조언에 1985년 강원도 춘천에 자리 잡게 됐다.

그의 붓 제작은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 털 고르기, 기름 빼기, 모양내기, 붓 초가리 묶기, 붓촉 끼우기 등 모든 과정을 전통방식과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나누면 하나의 붓을 완성하기까지 100여번의 손길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박경수 필장의 실력과 전통문화 계승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3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됐다. 박경수 필장은 “학생들이 쓰는 기본적인 붓을 만들 때도 고급붓처럼 만든다”며 “서예가, 작가 등 붓을 사용한 사람들은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박경수 필장의 붓 제작 모습. (사진=서충식 기자)
전통방식으로 붓을 제작하는 박경수 필장. (사진=서충식 기자)

박경수 필장은 염소털, 소털, 말털, 족제비꼬리털 등 거의 모든 동물의 털로 붓을 만든다. 세부적으로 보면 용도와 사이즈별로 또 종류가 나뉘기에 그가 만드는 붓의 종류는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에서도 ‘닭털붓’, ‘배냇머리붓’은 박경수 필장을 대표하는 붓이다. 애지중지 키워온 앵무새가 죽자 이를 추모하는 뜻에서 깃털로 붓을 만들었고, 이외수 소설가의 조언으로 이를 발전시켜 닭털붓을 제작하게 됐다. 완벽한 개발까지 총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지금도 조류의 깃털만 보면 붓 제작부터 떠올리는 천상 ‘붓 사랑꾼’이다. 또 태어난 후 한 번도 자르지 않은 아이의 머리카락인 배냇머리를 활용해 만든 붓 역시 국내에서 제일가는 제작 실력으로 특별한 기념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문화 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명맥을 이어갈 이수자를 찾는 것이다. 수익을 내기 힘들고, 전수가 어려운 전통문화들은 이수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렵다. 다행히도 박경수 필장은 이러한 걱정을 덜었다. 두 아들이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를 다니고, 전통문화 관련 대학원까지 마치는 등 일찍부터 아버지의 붓 제작을 계승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수자로 등록돼 ‘필장’의 길을 함께 걷는 중이다. 이에 박경수 필장은 “쉽지 않은 일을 이어받겠다고 해준 두 아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붓이야기박물관 내부. (사진=서충식 기자)
붓이야기박물관 내부. (사진=서충식 기자)

한편 춘천시 서면에 있는 그의 작업실 옆에는 2층 규모의 ‘붓이야기박물관’이 있다. 그곳에는 박경수 필장이 만든 다양한 붓이 전시돼있고, 붓의 역사와 제작과정 등 붓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직접 붓을 만들어보고, 글을 써보는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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