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체온 1도 높이면 코로나19도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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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체온 1도 높이면 코로나19도 무섭지 않다

    • 입력 2020.10.30 09:21
    • 수정 2020.12.08 11:03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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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요즘엔 체온이 ‘신분증’ 같은 기능을 하지요. 무슨 얘기냐고요? 관공서나 회사를 방문할 때는 물론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때조차도 체온을 측정해 기록해야 하니까요.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이긴 합니다만 일반인에게 체온과 건강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과 같은 정온동물은 모두 적정한 체온을 유지합니다. 체온은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같은 영양분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열에너지이지요. 열은 간이나 위, 심장, 폐와 같은 장기에서 절반, 나머지는 근육과 같은 근골력계에서 생산된다고 해요. 그러니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한다는 것은 내 몸의 모든 장기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적정 체온을 찾아낸 데는 많은 의학자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1868년,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칼 운더리치라는 병원장은 직원들과 함께 2만5000여명의 체온을 몇 년에 걸쳐 기록해 ‘인간의 정상체온은 98.6F(37℃)’라는 결론을 내리지요. 당시 개발된 수은온도계는 모양도 우스꽝스럽고, 부정확해 겨드랑이에 낀 뒤 20여분이나 지나야 간신히 체온을 잴 수 있었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가상할 정도입니다.

    어쨌든 이후 많은 의학자들이 체온재기에 도전해 사람의 체온은 신체 부위마다 다를 뿐 아니라, 아침과 저녁, 어른과 아이, 식사 전후, 질병이나 여성의 생리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이러한 연구자들 덕분에 지금은 체온을 측정해 질병을 진단하고, 저체온증이나 온열질환을 예측해 사망에 대비할 수 있게 된 거지요. 실례로 여성은 월경주기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데 이를 이용해 배란일을 알아맞추기도 합니다. 

    체온을 재는 것은 사실 혈관의 온도를 재는 것입니다. 따라서 손목보다는 이마, 이마보다는 관자노리의 온도가 조금 높고, 좀 더 정확한 체온을 반영합니다.
     
    병원에선 질병정보를 얻기 위해 직장 6㎝ 깊이의 심부온도를 잽니다. 입안 온도를 재기도 합니다만 음식물 섭취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직장 온도에 비해 0.3~0.6도 낮다고 합니다.     

    요즘은 접촉식 수은온도계 보다 ‘비접촉식 디지털 체온계’를 많이 사용하지요. 비접촉식 체온계나 열화상 카메라는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비접촉식 체온계는 센서가 적외선을 감지해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고, 열화상 카메라는 적외선의 세기와 위치를 이미지 형태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다릅니다. 정확도 또한 신뢰할만해서 미국의 FDA(식품의약국)에서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사람의 적정 체온은 36.5도라고 하지만 개인마다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 35.8~37.2도면 대체로 정상이라고 하죠. 그런데 왜 인체는 이 온도를 유지해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름 아닌 이 온도에서 가장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체온이 조금만 낮아도 신진대사가 느려져 혈액순환은 물론 소화와 배설기능, 면역력, 심폐기능, 자율신경 기능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보통 직장온도 35도 이하면 저체온증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32~35도일 때는 맥박이 빨라지면서, 과호흡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그리고 28도 이하면 사망에 이릅니다.  

    고온 역시 인체에 치명적입니다. 체온이 38~40도가 되면 온열질환으로 분류합니다. 이 온도에선 어지럼증이나 두통, 피로감을 호소하고, 41도가 넘으면 뇌기능이 손상되거나 세포의 주요성분인 단백질이 변성돼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저체온증이나 고온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다보니 체온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되지요.

    ‘면역혁명’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아보 도오루 박사는 체온과 면역력과의 상관관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는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6배 더 높아지고,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이상 약해진다고도 말합니다. 암세포는 35도 낮은 온도를 좋아하고, 몸의 효소반응도 느려지면서 호르몬 밸런스가 깨져 질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환절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음은 체온 1도 높이기 건강수칙입니다.

    우선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근육과 같은 근골격이 생산하는 열이 전체의 40~50%를 차지하는 만큼 가능하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다음은 탕욕이나 반신욕, 족욕도 훌륭한 체온건강법입니다. 탕욕이나 반신욕은 38~40도에서 20~30분, 족욕은 42도 정도에서 10~15분이 적당합니다. 특히 몸이 냉하거나 생리불순 여성에겐 적극 권합니다. 

    집에 욕조가 없다면 온냉교대욕도 괜찮습니다. 보통 따뜻한 물로부터 시작해 7회 정도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바꿔가며 샤워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세혈관이 자극을 받아 탄력이 개선되고, 그 결과 혈행이 좋아진다고 해요. 하지만 심뇌혈관질환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삼갑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식품도 있습니다. 생강이나 양파, 부추・마늘・밤・단호박·홍삼 등이 그것입니다. 양파에는 플라노이드 성분과 시시틴 유도체가 들어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합니다. 생강은 감기에 걸렸을 때 달여 먹도록 권할 만큼 발열식품에 속합니다. 대추와 꿀을 넣고 끓여 수시로 마시도록 합니다.

    <건강 장바구니>

    ◦단 호박: 비타민A를 비롯한 각종 무기질·섬유질·탄수화물이 고루 들어 있다. 
    ◦밤:  몸을 따뜻하게 만들 뿐 아니라 비장과 위장을 강화시킨다. 
    ◦생강: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덥힌다. 
    ◦계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알데하이드라는 성분이 듬뿍 들어있다.  
    ◦파, 마늘, 부추: 알리신을 비롯한 매운맛 성분이 혈액순환 촉진과 보온작용을 한다. 
    ◦홍삼: 4ℓ에 홍삼 한 뿌리를 넣은 뒤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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