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춘천 ‘교토정원’ 김태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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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춘천 ‘교토정원’ 김태진 대표

    주인장의 취향 품은 ‘살롱’으로 변신키도
    토종 브랜드 ‘프릳츠’ 올드독 원두 사용
    말차라떼·크림소다 등 시그니처 메뉴 多

    • 입력 2020.10.25 00:01
    • 수정 2023.09.07 12:34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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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커피 소비량이 2018년 기준 353잔인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가 일상 깊이 자리잡게 되면서 주인장만의 취향을 탐험할 수 있는 카페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창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주변에는 생겼다 이내 사라지는 카페도 많다. 그나마 오랫동안 영업을 이어오는 카페는 저만의 특색을 갖춘 곳들이다. 개성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춘천의 카페를 찾던 중 교동과 조운동 사이 한적한 도로 옆, 교토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김태진 대표의 카페 ‘교토정원’을 만났다.

     

    교토정원 김태진 대표.(사진=신초롱 기자)
    교토정원 김태진 대표.(사진=신초롱 기자)

    김 대표는 20대 초반, 낯선 카페에서 우연히 맛봤던 ‘에스프레소’로 인해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카페 운영을 꿈꿨다는 그는 바람과 달리 다른 분야에서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갖고 있던 명함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카페 운영을 시작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콘셉트가 확실한 이 공간은 번화가가 아닌 작은 동네에 어우러져 있는 일본의 카페에서 영감을 얻었다. 1년이라는 준비기간 끝에 ‘교토정원’을 탄생시킨 그는 “단순히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기 보다 쉬려고 오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원두는 국내 토종 브랜드인 프릳츠의 ‘올드독’이다. 산미가 있는 원두를 좋아하지 않는 주인장의 취향과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과 딱 들어맞는 맛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카페 오픈 당시 산미 있는 원두가 트렌드였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원두를 왜 맛있는지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판매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카페 투어를 하다가 프릳츠 원두를 접하게 됐다는 그는 “대중적인 평판이 높기도 하고, 레트로한 느낌을 풍긴다는 점이 저희 카페와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 내부. (사진=신초롱 기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 내부. (사진=신초롱 기자)

    교토정원에는 ‘올드독’ 원두로 내린 커피 외에 말차 음료도 판매되고 있다. 말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쓰고 떫은 맛 때문에 크게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에 캐주얼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일본 불매운동이 불거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교토 간사이 쪽의 ‘우지 말차’를 사용하는 이곳은 한국에서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았지만 반일운동이 불거진 후에는 원치 않는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김 대표는 “일본 불매운동 당시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마치 제가 일본에 우호감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괴로웠다”며 “콘셉트 자체가 일본풍이다 보니 우회적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고 전면으로 반하는 상황이고, 저희에게 메리트가 돼야 하는 부분이 비메리트가 돼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교토정원에서 판매 중인 말차 세트와 커피 등 각종 디저트. (사진=교토정원 제공)
    교토정원에서 판매 중인 말차 세트와 커피 등 각종 디저트. (사진=교토정원 제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꿀 처지에 놓이게 되자 어려움은 더해졌다. 현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다른 대안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타국의 특색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일본인 손님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는 김 대표는 “교토 쪽 분들은 직언을 안하기로 유명해서인지 몰라도 만족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대다수다”며 “타국 땅에서 만나는 현지의 분위기를 반가워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고 간다”고 말했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김 대표는 이 공간도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나 공간을 운영해오며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왜 그런 공간을 만들지 못하지? 왜 소통없는 공간을 만들었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런 걸 느끼면서 앞으로 가야하는 길이 확고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에 대한 애정이 없었을 때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더라.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기 객관화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토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정원의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교토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정원의 모습. (사진=신초롱 기자)

    교토정원은 올여름 춘천문화재단이 기획한 도시문화공간 활성화 프로젝트인 ‘도시가살롱’에 참여해 주인장의 취향을 품은 대화와 놀이, 사색 등이 오가는 살롱으로 변신한 바 있다. 당시 주류에 대한 이야기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는 그는 “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히며 훗날 주류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춘천 토박이지만 운교동이라는 곳을 단 한 번도 와본 적 없었던 김 대표는 ‘이 동네를 재밌게 살려보자’는 각오로 왔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느끼고 있다. 그는 “주변에 있었던 점포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임대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속상하다”며 “같이 좀 재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버티라는 말은 무책임한 말 같기도 하지만 점포를 운영하는 분들이 힘을 내야 동종업계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텐데”라며 “다 같이 윈윈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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